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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면 내려간다

인생도 주식도 타이밍이다

by 리뷰몽땅

이제 막 주식을 시작한 조카는 오늘 아침 약이 단단히 올라서 전화를 했다. 요지는 이렇댜. 평소에 돈이 없다며 끙끙대는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알고보니 주식 부자라는 것. 그리고 가진 주식 수익률이 두 자리 수를 훌쩍 넘어 버렸는데 아니 왜 지금까지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냐며 다그치더라는 것이다.


그에 반해 주식 초보인 조카는 도대체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할지 모르겠단다. 하긴 그건 나도 전혀 모르는 바라 뭐라고 말을 해 줄 수가 없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니 배가 살살 아파온다. 사는 게 힘들다고 하도 엄살을 떠니까 커피며 밥이며 곧잘 조카가 사줬더라는건데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된통 당한 느낌이 드는 것이 나한테도 전이가 되었을까. 아니면 먼 사돈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는 동서고금의 진리였을까.


주식투자가 요즘 붐이다. 안하면 바보 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너도 나도 투자를 하는 것이 내 주변에도 흔한 일이다. 1원이라도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하루 종일 전전긍긍이다.


빨간줄과 파란줄이 얼마나 요동치는지 지금 사야할지 팔아야 할지 정말 도통 모르겠다. 그래서 나름 기준을 세우기 시작했다. 수익률이 30퍼센트만 나도 나는 무조건 판다. 여기까지는 현명한 전략인 것 같은데 그럼 내릴 때는 어떻게 하지?


정말 난감하지 않을수가 없다. 심지어 내 주식계좌에는 마이너스 80퍼센트짜리도 있다. 이건 누가 봐도 팔아야 하는거지만 혹시라도 알아, 이게 갑자기 대박을 칠지 라는 마음으로 여지껏 붙들고 있다보니 이제는 팔아야 한다는 감각마저도 사라지고 없다


그러니까 나는 쪽박을 치는 상상은 하지도 않고 그저 대박만 치는 상상에 빠져 있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딴 사람 하는 건 몽땅 다 하는 편이다. 금도 은도 달러도 펀드도 주식도 나에게는 없는게 없다. 정말 조금씩 조금씩, 나름대로는 분산투자라는 말로 포장을 쳐 본다.


요즘 나는 인생 최대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까지 하던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찰나이다. 꾸준하게 들어오는 수입을 마다하고 언제 돈이 들어올지도 모르는 일에 매달리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과장을 해서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기분이다.


한동안 신나게 상한가를 치던 나의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부터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나는 우여곡절을 겪었던 터라 어느날 부터 찾아온 햇살이 영원할 줄 알았다.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하고서 햇살 한 번 반짝이고 끝날거라는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말이다. 눅눅했던 땅을 말리기가 무섭게 다시 비가 내리는데 나는 하던 일을 끝까지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뭐랄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운대가 다했다는 그런 생각


이대로 타고 내려가면 끝없이 내려갈 것 같다는 생각에 노선을 갈아 타기로 마음 먹고 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심장이 요동친다. 아직 끝내지 못한 대출금은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지 그리고 만기가 되지 않은 보험금은 해약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그렇게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하면 에라 모르겠다 글이나 쓰자라는 맘으로 자판을 두들긴다. 어떨때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체


올라가면 내려간다. 그건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내려간다고 무조건 다시 올라오지는 못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인생이 기차라면 어디서든 하차를 해야한다. 어떤 기차는 종점에서 회귀하기도 하지만 그대로 멈춰 서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 때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떻게 집에 돌아가야 할지 고민해본들 달리 방법이 없다.


주식도 인생도 타이밍이다. 수익률 30%만 올리면 앞도 뒤도 보지 않고 팔겠다고 마음 먹는 것처럼 인생도 이쯤 살았으면 노선 한 번 바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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