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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뒹구리 Jan 27. 2021

02. 돈과 시간의 상관관계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다.

집뒹구리 이야기


02. 돈과 시간의 상관관계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는 무한루프



등원 & 출근길


  나는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즐겁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좋다. 특히 그때의 나는 일을 하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었다. 첫 애를 가지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했던 때의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일을 하게 되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일을 하면서 회사에도 도움이 되고, 돈을 벌어서 가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아이의 희생을 통해 얻은 즐거움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1분이라도 아이를 빨리 데리고 오기 위해서 퇴근 전부터 버스 시간표를 확인한다. 퇴근 시간이 되면 총알같이 나가서 버스를 기다리고,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내내 마음 졸인다. 동네에 도착하면 버스에서 내려서부터 어린이집까지 내달린다. 퇴근이 조금이라도 늦어서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치면, 30분동안 길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하는 사실이 화가 났다. 내가 버스를 놓침으로 인해서 아이는 30분을 더 어린이집에서 있어야 했으니 말이다. 버스 안에서도 평소 걸리지 않던 신호에 걸리거나 다른 차가 버스 앞을 끼어들면 그렇게 화가 났다. 겨울이 되면 더 빨리 어두워지고 어두워지는 만큼 내 마음은 더 급해졌다.



  직장에 다니면서 둘째를 갖게 되었다. 둘째가 온 것을 알게 되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둘째를 낳으면 첫째와 집에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힘든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는 것이 더 큰 부담이었다. 그 당시에는 어린이집에 홀로 남아있는 첫째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하지만 아이를 낳으면 한동안 또 일을 하지 못하니, 낳기 전까지라도 일을 해야 했다. 아이를 가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을 했는지, 예정일이 두 달이나 남았는데 배뭉침이 느껴졌다. 병원에 가보니 아직 아이의 폐가 완성되지 않아서 낳으면 위험하다고, 출산해도 될 때까지는 뱃속에서 키워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태라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서 회사를 다녔다.


  또 다시 수축이 느껴졌다. 수축이 심하니 입원하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그렇게 아이를 낳기 전까지 수축억제제를 맞으며 누워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병원에서 누워있다가 '내일이면 출산이 가능하다고 하루만 더 참으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예정일 딱 한 달 전! 출산이 가능한 37주 +0일이 되는 날, 바로 둘째를 만났다.



  둘째를 낳으면서 직장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하게 되었다. 생활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지만, 아이를 12시간씩 어린이집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회사뿐이라고 생각했다. (첫째를 가졌을 때 당했던 일이 있어서 온라인으로 일을 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회사로 돌아가면 아이들은 어린이집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돈도 벌어야하고 아이도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고, 아이들은 걱정이 된다. 출산 후 산후조리기간동안 아이를 돌보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 무렵, 첫째를 낳으면서 살기 시작한 임대 아파트의 공간은 아이가 둘이 되면서 작게 느껴졌다. 남편과 긴 고민 끝에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가서 도움을 받기로 했다. 내가 회사를 다녀야 한다면, 아이들을 돌보는 부분을 부모님의 도움을 받자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는 부모님의 도움과 대출을 통해 집을 구입했다. 3개월의 산후조리기간이 끝나고 이사를 마쳤다.



  집이라는 공간이 생기면서 지출이 더 늘었다. 임대주택에서 나가던 비용의 4배가 주거비로 나가게 된 것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첫째를 돌이 되기 전에 어린이집에 맡긴 적이 있던 나는, 둘째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하려 했다. 하지만 이사한 곳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은 아이가 첫 돌이 지나야 받아준다고 하셨다. 어쩔수 없이 반강제로 육아를 하다가 둘째가 12개월이 지난 다음 달부터 바로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회사에서 10시간 근무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에 직장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확실히 회사보다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오전에 아이를 맡기고 10시까지 출근을 한 후, 6시간 근무를 하고 4시쯤 아이를 데리러 갔다. 하원 후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면 하루가 지나갔다. 어린이집에 맡기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서 마음이 편했다. 어린이집에서 하루 종일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오는 느낌으로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좋았다. 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만큼 금전적인 여유가 사라졌다.


  시간이 많아지니 그만큼 돈을 더 쓰게 되었다. 놀이터에서 놀면서 간식을 먹게 되고, 아이와 마트에 갔다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일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나도 돈을 벌고 있으니 써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지출에 대해 긴장이 없으니 돈을 벌어도 돈이 없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또 생겼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의 사장님이 가게를 볼 시간이 있는 날이면, 나는 퇴근시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퇴근하게 되는 날이 생겼다. 그 시간은 점점 더 많아졌고, 그렇게 일찍 집에 온 날이 많아 질수록 내 급여는 더 줄어 들었다.


  그 당시 나는 주 5일을 6시간씩 근무하고 77만원정도의 급여를 받았다. (그 당시 최저임금이 6,470원이었다.) 처음에는 아무 수입이 없다가 70만원을 벌게 되어 좋았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쉬는 날이 많아졌고, 한 달을 일하고 50만원을 받은 날,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계속해서 원하지 않는 날에 쉬면서 불안한 급여를 받으며 살 수는 없었다!


  출근을 했다가 일찍 퇴근하게 되는 날, 돈과 시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일찍 퇴근하면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돈을 더 쓰게 되니 돈이 모자랐다. 나는 왜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는 삶을 살게 된 것일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중요하고 돈을 버는 일도 중요한데,



  돈과 시간, 둘 다 갖는 것은 욕심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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