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뒹구리 Jan 28. 2021

03. 아무리 아껴도 부족한 생활  

짠내나는 가계부

집뒹구리 이야기


03. 아무리 아껴도 부족한 생활

짠내나는가계부




  아르바이트를 통해 시간을 갖게 되었지만 다시 경제적인 문제가 찾아왔다.


  나는 다시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나마 예전보다 나았다. 9시까지 출근하고 5시 반에 칼퇴근이라는 점(8시간 근무)과 출퇴근 시간이 10분거리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버스로 40-50분을 가야 했기에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하지만 지금은 출퇴근거리가 짧아져서 아이를 더 빨리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기에, 다른 친구들이 없어도 둘이 서로 의지하며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다시 시작한 회사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퇴근시간 10분 전에 정리를 끝내고 정각에 퇴근을 했다. 전처럼 많이 일하지 않았는데 이전 회사보다 많은 급여를 받으니 만족도가 높았다.



회사의 내 자리



  회사에서는 내가 일을 적게 하든 많이 하든 항상 같은 급여가 들어온다. 일이 많지 않아서 편하게 일을 할 때면, 월급을 거저 받는 기분이 든다. 특히 결혼하기 전, 기본적인 생활조차 안 되는 경험을 했던 나는, 때가 되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급여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만족스럽게 다니던 회사가 폐업을 했다. 그 회사의 사장님은 자신의 회사였지만 그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일의 흐름을 모르니 남들이 하자는 대로 휘둘리며 회사를 운영하였다. 결국 이리저리 다양한 의견에 끌려가다가 결국 폐업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본주의에서 내 것을 지키지 못하면 이리저리 물어 뜯긴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이 최고라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그렇게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이 있기에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새로운 회사에서 3개월정도 다니면서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이 일정 해졌다. 월급이 들어오고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을 계산했다. 그리고 남은 생활비로 필요한 것만 구매했다. 어떤 물건을 살 때 이것이 필요한지, 한 번 더 생각을 하고 구매했다. 그렇게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자 3만원정도의 생활비가 남았다! 결혼 후 매달 마이너스였던 삶이 플러스로 전환된 것이다!


  금액으로 보면 정말 작은 금액이지만, 나에게는 아주 큰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나의 생각이 깨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카드만 안 써도 성공했다고 생각을 하며 살았다. 그런데 그 달에는 카드도 안 썼고 생활비도 남은 것이다! ‘하면 되는구나!’라는 것을 맛본 날이었다. 비록 소액이었지만, 소비를 참아내고 돈을 아낀 것 같아 뿌듯했다.



아끼고 아끼자!



  맞벌이를 하면서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 돈이 남는 기쁨을 알게 되자 더 쓰고 싶지 않았다. 카드를 아예 안 쓸 수는 없었지만 카드 값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더 많이 아껴서 더 돈을 모으고 싶었다. 구매해야 할 물건이 있으면 두, 세번 고민하며 구매를 최대한 미루었다. 항상 여분으로 준비해 두었던 세면도구들도 마지막 제품을 다 쓸 때쯤 구매했다.


  소비를 부추기는 오픈마켓 앱(어플)들을 지웠다. 그동안은 물건을 구매할 때, 다양한 어플에 하나씩 들어가서 같은 물건의 가격을 비교하며 구매를 했었다. 하지만 구매를 하지 않으니, 많은 어플들이 필요가 없어졌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자주 사용하는 어플에 들어가 필요한 상품만 검색하고 가격비교를 한 후 구매했다.


  음식을 배달시키는 어플도 모두 지웠다. 퇴근 후 기운이 다 빠져서 집에 돌아오면 밥을 할 기운이 없다. 그럴 때 전화만 걸어 주문을 하면 쉽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모으는 재미에 빠지면서 그런 편함을 포기했다. 아침에 저녁밥을 예약해 두고 오자 마자 밥을 먹었다.


  아이들이 사달라는 것은 웬만해서 다 사주던 내가, ‘왜 사줄 수 없는 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갖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사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 했다. 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설명을 반복해서 하는 것이 힘들었다. ‘설명하기 힘든데, 그냥 사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출을 줄이자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설명을 했다. 그렇게 장난감을 사는 횟수를 줄였다.


  그렇게 아끼며 살다 보니 10만원 단위의 돈이 모였다. 돈을 안 쓰는 것은 불편하고 귀찮고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작은 목표를 이루고 있다는 성취감에 아끼며 사는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하반기에 재산세 고지서가 나왔다. 내가 세 달에 걸쳐서 모아둔 돈이 한 번에 사라졌다. 그것도 내가 쓰고 싶은 곳에 쓰는 것도 아니고, 예상치 못한 곳에 돈이 나가니 내 돈을 뺏기는 기분이 들었다. 한 달, 한 달 열심히 모아서 재산세로 20만원이 나가고, 다시 아끼고 모아서 자동차세로 60만원이 나가니, 모아도 모은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또 다시 멘탈이 붕괴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02. 돈과 시간의 상관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