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뒹구리 Mar 31. 2021

내 시간을 찾아오는 값은 비싸다.

남편은 졸업 후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부터 정시퇴근을 해 본 적이 없다.

처음 들어갔던 디자인 회사는 8시에 출근하면 정해진 퇴근시간이 없었다. 8시에 출근을 하고 일하면 저녁까지 먹고 야근을 하다가, 새벽에 들어와 몇 시간 후에 다시 출근하는 삶의 반복이었다. 첫 직장생활부터 이렇게 일을 해서 이런 일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그 후 몇 번의 이직을 했지만 어떤 회사를 가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하고 싶어서 결혼을 했지만 결혼 한 후에 얼굴을 더 보기 힘들어졌다.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인데, 회사를 다니면서 가족을 볼 시간이 없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래 고민 한 끝에 디자인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동안 배우고 해오던 것을 그만두고전혀 모르는 분야의 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정말 큰 결심이었다.

현재는 기술직으로 한 8시에서 8시까지, 매일 12시간(밥시간 제외10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 보고 하게 된 일이다. 하지만 12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퇴근하면 남은 체력이 없다.

회사에서 있는 12시간 동안, 밥 먹는 시간을 빼고 앉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기계를 세팅하고 물건을 나르니, 퇴근하면 무엇을 할 체력이 남지 않는 것이다.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뉴스가 많고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린다. 눈을 뜨면 출근할 시간이고 그렇게 반복되는 삶을 살면서 남편은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갔다. '남들은 쉽게 6시에 끝나서 집에 가는데, 자신은 회사에 남아서 해가 질 때까지 일을 해야 한다' 고 말하는 남편의 말이 너무 슬펐다.

회사와 집만 오가며 반복되는 삶을 살면서 무기력해지는 남편을 보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취미를 가져보는 건 어떠냐고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좋아했던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 일만 하는 삶을 몇 년동안 하다보니, 스스로를 잊게 된 것 같아 미안해졌다. 결혼 후 한 번도 쉬지 못하고, 가족을 위해 일만 하는 남편이 안쓰러웠다.

그런 남편이 요즘 재미를 느끼는 것이 경제공부이다. 자산을 사는 재미를 알게 되고 세상이 돌아가는 뉴스를 보면서 경제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다른 것을 이야기할 때는 말도 적고 표정이 없는데, 경제이야기를 할 때면 눈이 반짝거리며 이야기를 한다. 그 모습이 좋아서 함께 자산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고강도의 일을 한 후, 나를 발전시킬 시간을 가질 수가 없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시간의 소중함을 배웠고 시간을 되찾아오자고 결심했다.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 이미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들이 있었고, 아이들은 점점 커가고 있다. 학교도 가고 둘째도 학원에 가고 싶어한다. '지금도 여유없이 유지만 하고 있는 상황인데, 시간을 줄이고 급여를 줄인 상태로 유지가 될 수 있을까?' 몇 개월을 고민하면서 계속해서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보다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월급 중독을 없애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남편은 지금 하는 일을 그만 두었다. 우리의 목표는 6시에 퇴근하는 회사를 가는 것이었다.

6시 퇴근을 하니 급여가 확 줄었다. 월 100만원 가까이가 줄어드니 순간 헉 하기는 했지만, 시간을 되찾아온 값 이라 생각했다. 백만원 만들기 어려운데 백만원 없애는 건 참 쉽구나. 돈이 없으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시간을 찾아온 값으로 돈이 확 줄어드니 동공이 잠깐 흔들리긴 했다. 하지만 조금 더 지출을 줄이고 월급외 수입원을 늘리면 되지 않을까?

우리는 중요한 시간을 되찾아왔다. 돈은 그 찾아온 시간으로 나를 위해 투자하고 내 일을 해서 만들면 된다. 지금 당장 100만원 없이 살 수는 있다. 하지만 미래에도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나와 남편에게 투자를 하고 있다. 남편이 6시에 퇴근을 하고 그 이후의 시간을 자신에게 투자한다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한다.

월급중독에서 벗어나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