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 고전 <열하일기>가 주는 현재적 가치는 무엇일까?
자신이 직접 체험하지 않고 한갓 남이 말하는 내용만 듣고 의존하는 사람과는 함께 학문을 이야기할 수 없다. 하물며 생각이나 상상, 학식과 도량이 평생토록 미치지 못하는 것에 있어서랴! 그런 사람들에게 공자가 태산에 올라서 천하를 작게 여겼다고 말하면 마음속으로는 정말 그랬을까 하고 부정하면서도 입으로는 '그랬겠지'하고 응답할 것이다. 또 그런 사람들에게, 석가는 시방세계를 평등하게 보았다고 말하면 꿈같은 망언을 한다고 배척할 것이며, 서양사람들은 큰 배를 타고 둥근 지구 저편에서 멀리 빙빙 돌아서 동양으로 왔다고 말하면 괴상한 거짓말을 한다고 도리어 말하는 사람을 꾸짖을 것이다. 이런 지경이니, 나는 이제 누구와 함께 천지 사아의 크나큰 구경거리를 이야기하겠는가?
신사임당에게 오죽헌이 없었고 율곡 이이라는 아들이 없었다면 그래도 그녀는 높이 평가될 수 있었을까?
율곡 이이와 퇴계 이황은 그저 공부에 전념하고 학식이 높지 백성들을 위해 뭔가 이루었다거나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였는가? (이순신이나 세종대왕처럼)
차라리 독립만세를 외치며 감옥에서 죽은 유관순이 더 대단한 것이 아닌가?
요컨대 고전의 현재적 가치를 찾는 문제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인데, 우리는 텍스트의 정독을 통해 "있었던 세계 그리고 있는 세계에 대한 비판과 통찰을 통해서 있어야 할 세계를 전망하고 모색한 것이 열하일기의 진정한 주제라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 열하일기 1 역자 서문 2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