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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콩 Sep 19. 2021

마흔의 인문학 공부, 과학과 접선하다.

원자와 DNA, 생물이란 무엇일까?

내게서 과학을 말하려면 몇십년 전으로까지 거슬러가야할까? 아마도 초등학교 때 끝나 버리지 않았을까? 농사꾼의 딸로 태어나 농업 사회에서 열아홉에 산업사회로 취업을 한다. 노동자,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라고 하더라. 시계만 보고 사는 삶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9개월만에 때려치고 몸이라도 편해 보고자 흔한 사무직을 구했더니 월급이 진짜 너무 짜서 도시생활이 안되더라. 학원도 다니고, 대학도 다녀서 5년만에 칼라색깔을 바꿨다.

이정도 월급이면 좋아, 즐겁게 일할 수 있겠어! 결혼도 하고 아이를 가졌더니, 어라? 3개월 안에 복직 안할거면 관두라네, 백일된 아가를 봐줄 사람도 없이 어떻게 일해. 하나 낳고 키우는 김에 둘 낳고 어쩌다가 셋까지 낳고 키웠더니 벌써 10년이야. 10년 지나 거시적으로 나를 보니 음지에 소외된 채로 있는거야. 내 삶의 주인공도 아닌것 같고 생각해보니...주인공이었던 적도 없는 것 같애. 세상이 바라는대로 꼭두각시처럼 산것 같아서 막 억울해. 그걸 풀려면, 이제 그렇게 안살고 싶으면 인문학밖에 없네? 인문학 가지를 훑어보니 언어, 문학, 미술, 음악, 철학, 과학. 다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것들이야.


그 가운데 과학은 진짜 나랑 상관 없는건  줄 알았지. 개념도 없고 상식도 전무해. 대중 과학책이라고 추천해 준 김상욱 책 두 권을 진짜 어렵게 어렵게 완독했어. 하나도 안남아, 뭔말인지 모르겠어. 다시 봐도 처음 본 책 같아, 포기해? 여덟살 아들이 지구는 어떻게 만들어진거냐고, 인간은 어디서 출발했냐고 물어보는데 대충 그림이라도 알아야 할것 아니겠어. 박문호박사님의 <빅히스토리> 오디오 강의를 이해하든 못하든 들어보는거야. 용어에라도 익숙해지자. 분위기만 알자는 거지. 그러다가 강창래작가 인문학강의에 <생물과 무생물의 떨림과 울림> 과학 강의가 있네? 떨림과 울림은 김상욱과학자의 책일 것이고, 생물과 무생물의 사이? 가까운 책방에 있길래 사서 선행좀 했지. 너무 모르고 들으면 졸리니까.


그런데 왠걸, 진짜 잘 읽히는거야, 왜 김상욱의 책 두권중에 나중에 나온 <떨림과 울림>이 더 많이 팔린줄 알  같애. 원자, DNA에 대해 너무 설명이 와닿아서 내 몸이 막 떨리는거야. 눈에도 안보이는 아주 작은 원자가 30억조개나 우리몸에 있는데, 애네들이 생성되는 원리가 완전 멋져. 이게 또 내 언어로 설명이 되냐고.


생명이란 무엇이냐는 물음, 슈뢰딩거가 이런 말을 해, "원자는 왜 이토록 작을까?" 궁금해  적 있어? 난 없어. 물어 보지 않고 궁금해 하지 않는거 이게 습관이 된 인생이었거든. 우리몸이 이렇게 큰데 원자 진짜 너무 너무 작아서 최고 좋은 현미경으로도 잘 안보인대. 근데 왜 이렇게나 작아야 되냐고. 그게 다 이유가 있는거야. 오차 범위를 줄이기 위한 나름의 방법! 강쌤이 비유한 '콩'예가 적절했지. 1억개의 검은콩과 노란콩을 마구 섞고 한그릇 푸면 두 콩의 비율이 절반인 비율이 얼마나 될까? 갯수가 많을수록 오차 범위가 줄어드는거야. 확률이 질서를 지켜주는거지.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이 거대한 몸에 비해 원자는 진짜 작고 작고 작을수밖에 없는거야. 그래야 오류가 생겨도 티가 안나거든. 그 정도 가지고도 우리몸이 제대로 굴러가거든.


그런데 이 원자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동해 가. 평균의 법칙이라고 말하면 알까? 왜 대중 지성이라고도 하잖아. 한사람은 틀릴  있어도 대중이 낸 답에서 평균을 내면 정답과 거의 비슷하다고! 이런 원리로 수많은 원자는 끊임없이 예측불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거시적으로 보면 평균안에 머문단 말이야. 또 멀리서 보면 멈춰있는것 같아. 그안에서 세포는 죽었다가 새로 생성하기를 끊임없이 반복해. 끊임없이 버려. 그걸 엔트로피라고 하대.(이건 쌤이 추천해주신 제레미러프킨의 책을 읽어봐야 더 정확히 알수있을것같아)


무튼 내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세상 사람들에게 모두 일어나고 있고 이런 생물들이 우주를 채우고 있어. 그래서 내 몸에 우주가 있다는 것이고 내 몸과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거지.


DNA가 자신만의 문자열을 생성하고 정보를 복제하는 방법도 기가 막혀. 나선형의 두개의 긴 띠가 서로 교차되면서 그 안에 문자정보를 짝을 맞추며 복제해 나간대. 그 방법들도 엄청 효율적이야. 애네들은 오류를 줄이는 방법, 지혜롭게 DNA를 복제하는 방법, 다 알고 있는 거야. 다 알고 있는게 우리 몸안을 채우고 있고 그렇게 움직이고 있어. 우린 이미 답을 알고 있고 그 답을 우리몸에 가지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든거지. 우리 삶의 원형같다고 느꼈어. 아. 아름다움의 진실을 목격하게 되서 느껴지는 떨림이랄까. 이런 내용들이 후쿠오카 신이치의 책<생물과 무생물사이>에 아주 쉽게 설명되어있어. 강의랑 같이 들으면 찰떡이지.


책방 주인이 이책을 계산하면서 이책이 재미있으면 <동적평형>도 읽어보라고 했던거 같아. 맞아. 원자의 이런 행태(?)를 '동적평형'이라고 하고 생물은 이렇게 동적평형하면서 자신을 복제해야 '살아있다'고 할 수 있다고 저자가 말해.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지.


과연 나는 동적평형하고 있을까? 내 몸은 이렇게 파동하고 살고 있는데 내 정신은? 무생물처럼 산거 아니였을까? 묻지 않을수 없잖아. 이제 내가 질문을 시작하네? 그 물음을 이어가면서 복제하다보면 그게 인문학이지. 떨림이고 파동이고 내 몸이 원하는대로(원자처럼) 사는 거야! 떨리는 거 찾아서, 재미있는거 찾아서, 나를 알아간다는 건 인간을 알아간다는 것이고, 인간에 대한 공부는 재미가 없을수가 없어. 가장 큰 파동이지. 이렇게 내가 과학 입구를 찾았어. 이제 시작이야, 이로써 내 협소한 책장에 과학책이 들어섰어. 빌브라이슨의 <거의 모든것의 역사>와 후쿠오카 신이치의 <동적평형>, 스티븐 와인버그책도 읽어볼 생각이고 <엔트로피>라는 책은 책방에 주문해뒀어. 일단은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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