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시선과 재치있는 문체로 18세기 영국 중,상류층 여성의 삶을 다룬 소설들로 유명하죠?
드라마, 영화로도 리메이크 된 유명한 고전중에 저는 제인오스틴이 가장 마지막에 쓴 <에마>(펭귄클래식,2019)를 골랐습니다. 메리셸리 글 보다가 제인오스틴의 글을 보니 위트와 재치가 넘치네요. 40대에 들어선 오스틴 입담이~스무살의 메리셸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1월에는 메리셸리의 작품으로 시작해서 제인오스틴, 당시의 프랑스로 넘어가 <나귀가죽>과 스탕달의 <적과 흑>, 다시 영국으로 넘어와 찰스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을 예정입니다. 그 당시의 시대에 얽힌 역사공부도 같이 할겸 주로 서양고전문학을 읽을 예정입니다.
제인오스틴의 소설을 읽을 때 알아두면 좋을 시대배경! 요거 알고 읽으면 오스틴 소설속 대사가 빵빵 터집니다~
1. 에마는 젠트리계급을 대표하는 중산층여성!
젠트리계급은 최소한 노동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만큼의 재산이 있고, 신사의 옷차림을 갖추고, 사교계 출입도 거들 수 있도록 하인도 부릴 수 있는 상류계급이에요. 상류계급에서도 귀족 다음인데 그걸 판가름하는건 역시 영지와 돈입니다.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가 귀족에 해당, 에마는 그보다 더 아래인 젠트리계급, 그 선상 살짝 아래 자립신사 계급이 있어요.
그래서 초반 하이버리 인물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좀 지루하고 에마가 위선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자기보다 아래계급을 까놓고 무시하거든요. 당시 그 계급의 여성이 자신이 속한 '사교 집단'을 어떻게 묘사, 평가하는지 보는 재미를 챙겨보시길 바래요.
젊은 처자 해리엇이 마음에 두고 있는 마틴(자작농 계층)에 대한 에마의 평가
2. 왜이렇게 문장이 길고 대사가 많지?
<에마>는 특히 희극작품인가 할 정도로 대화로만 페이지를 채운게 대부분입니다. 영국은 풍속희극이 당시 독자들에게 익숙했고 소설도 그래서 연극처럼 대사가 많은거죠.(드라마화하기 딱 좋죠) 현재 우리나라 문학작품 주요독자도 3,40대 여성인것처럼 산업부흥기의 당시 영국소설의 주요독자도 사교계 여성이었어요. 중산계급의 산물이라 할 정도로 그 문화를 대변하고 그 계급의 관심과 취향을 대변한게 당시 소설의 위치였다고 하네요. 그 안에서 오스틴은 그 대사를 활용해 희극적인 당시 풍속과 비극적인 여성의 위치를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3. 여성에게 결혼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그 당시 중산층 여성의 가장 좋은 일자리가 가정교사(하인인듯 하인아닌듯)였을 정도면 말 다했죠. 특히 가문은 좋으나 재산이 없는 여성들은 결혼적령기에 비지니스(?)를 하지 않으면 아래계급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엠마가 중매에 취미를 붙이고 열일곱의 해리엇을 보고 소일거리를 찾았다며 오지랖을 펴요. 자신은 철저한 독신주의자이지만 사생아였던 해리엇이 까딱 결혼을 잘못했다간 자신과 어울리지 못하는 계급이 될 수도 있으니깐요.
드라마<엠마>에서 해리엇과 에마
4. 당시 영국의 시대배경
18세기까지 영국은 재산이나 계층을 바탕으로 사회계급이 갈렸는데 19세기 들어 산업혁명여파로 중산층이 늘어나고 더 자본주의적인 이해관계로 나아갑니다. 우리도 몇십년전부터 다 겪은 현상들이죠.
당시 영국은 연합국에 가담해 프랑스(나폴레옹)와 전쟁중입니다. 그 와중에도 엄청난 산업혁명을 거듭해가면서 노동자층인 하층민은 런던에서 시위를 하고 굶어죽어도 지방의 중산계급은 별로 타격이 없습니다. 중산계급 이상이었던 작가 오스틴이 가장 신랄하게 비판, 묘사할 수 있는 부분도 그 계층사람들의 여성들일 겁니다.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가 대변할 수 있는 여성계급이 고학력 서울맘인것처럼요.
젠트리 계층은 평민들과는 다른 특권을 철저히 누리면서 같은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가 되려 하는 환상을 지니고 있었는데 오스틴은 그러한 환상을 파헤치고 있다." -김경진 <문학의 이해와 감상, 제인오스틴> 중에서 -
당시 영국의 풍속, 특히 런던과 가까운 부도심에서 계급의식이 강한, 또 점차 산업혁명으로 그것들이 약해지고 뒤섞이고 있는 와중에 계급의식이 강한 에마가 결혼에 이를때까지의 여정을 시트콤보듯이 즐겨보세요. 위의 네가지를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에마>속 대사들이 펄펄 살아숨쉬며 정말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저는 1분에 한번씩 풉!, 오~, 대박, 푸하하핫 이러면서 읽었거든요. 제인오스틴 글발이 장난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