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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콩 Jan 28. 2022

어려운 고전문학이라면 이야기 간추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탕달 <적과 흑>(문학동네,2009) 1830년 프랑스문학

<나귀 가죽>이나 <적과 흑>이 어렵다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다행히 고전문학은 이야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절반정도 읽었다면 지금까지 읽은 줄거리를 간추려보는 시간을 갖는 걸 추천합니다. <나귀 가죽>때 프랑스 혁명역사에 대해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면 아주 어렵지만은 않을 거에요. 잠깐 숨을 돌리고 바짝 붙어있었으니 멀리보기를 해보는 거죠.


이 책으로 같이 독서인증을 하시는 다른 분이 쥘리앵이 처음부터 출세욕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는 글을 남겨주신 걸 보고 저도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다른 리뷰를 찾아보니 쥘리앵=출세욕으로 이어지던데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지더라구요.  


쥘리앵은 하층민에 가난했지만 학구열이 있었고 머리가 넘 좋았기 때문에 친구 푸케가 제시했던 상인의 길을 택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1차로 성직자의길(신학교생들처럼)이 있고, 귀족을 통해(뇌물을 주거나 귀족에게 무릎꿇고 일자리를 청탁했던) 세상으로 나가는 길밖에는 없었구요. 그 당시 그런 세계가 무너지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에 쥘리앵의 출세욕구는 많은 갈등을겪지 않았을까? '출세욕'이라는 인간의 욕구 맨 상층부를 너무 납작하게 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튼 2권 중반까지 왔을 때 이야기를 간추려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가난한 하층민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나폴레옹을 숭배하는 젊은이 쥘리앵. 교육을 받은적이 없고 가족들의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쥘리앵은 라틴어로 된 성서를 통째로 외우는 뛰어난 암기력으로 베리에르시의 레날시장 가족의 가정교사로 들어가 첫 사회생활을 하게 됩니다. 사랑과 관계는 책으로 배운 이 젊은이, 젊은 치기와 언변으로 연봉도 쭉쭉 올리구요, 레날부인 꼬시기도 성공합니다. 행복도 잠시, 불륜스캔들이 나면서 가정교사를 관두고 신학교에 입학해 첫 단체생활을 시작합니다.


(p.291) 나는 자만해서 주변의 젊은 시골뜨기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그토록 빈번히 자랑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이제 '다르다는 것은 미움을 낳는다'는 사실을 알 만큼 살아왔다. 쥘리앵은 어느 날 아침 중얼거렸다. 그는 가장 가슴을 찌르는 실패를 경험함으로써 이러한 큰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 본문에서


위 책꼽문에서 알려주듯이 쥘리앵은 자기우월감에 빠져 무리들과 섞이지 못하지만 교장이었던 피라르 사제의 신임을 얻어 특별한 위치에 오르게 되고 그 인연으로 라 몰 후작의 비서로까지 채용이 됩니다.

(여기서 잠깐, 작위의 서열은 공작-후작-백작-자작-남작 순입니다. 작위도 물려줄수 있구요. <나귀가죽>의 라파엘 가까운 친적이 갖고 있던 작위도 '후작'이었죠.) 본격적인 귀족계급 상류사회 한복판에 떨어진 쥘리앵은 후작가족들과 샬롱에 찾아오는 무리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본성을 숨기고 귀족문화를 이해하는 젊은이로 거듭납니다.


쥘리앵이 처한 시대는...


나폴레옹이 워털루전쟁에서 패배후 나폴레옹시대가 막을 내리고 군주정을 옹호하는 주변국가들(영국)의 원조에 힘입어 1816년 프랑스귀족들은 루이18세를 다시 왕위에 앉힙니다. 물론 또다시 혁명을 우려해 왕과 의회가 함께 공존하는 입헌군주제로~ 자유주의에 조금은 온건했던 루이18세와 달리 1824년 즉위한 샤를 10세는 완전히 귀족과 성직자편인게 들통이 납니다. 루이15세때로 돌아가고픈 귀족들의 권세는 날로 높아가고 혁명을 경험했던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1830년 7월 혁명이 일어나기 전이 바로 <적과 흑>의 배경입니다.


그런 혼란 가운데 어린시절을 보낸 쥘리앵은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 위해서는(다른 말로는 출세) 사제가 되거나 귀족에게 잘 보이는 수밖에 없는거죠. 다만 당시의 성직자와 귀족들의 속마음은 겉보기와 달리 기세등등하지만은 못했어요. 1789년 혁명 이후 단두대에 처형되던 끔찍한 과거를 잊지못하는 귀족들의 불안감은 눈치보기를 많이 하고 있었죠. 다시는 '나폴레옹'같은 뛰어난 하층민 젊은이가 나오면 안되는 사회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었고요. 그러니 쥘리앵은 자신의 출신이 몸에 베여나지 않게 마음을 모두 숨기고 허위허식에 권태로움만 남은 그들의 삶을 제 몸에 이식해야만 의심을 받지 않고 후작네 사람이 되겠지요.


쥘리앵은 스탕달의 정신적인 형제라고 할정도로 저자의 내력과 영혼이 많이 투영된 인물입니다. 미국독립혁명이 결실을 맺을 때 태어난 스탕달은 체제가 바뀌면서 기존의 방식들이 전복되는 때에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스탕달은 실제로도 나폴레옹 군대에 들어가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까지 종군했을 만큼 나폴레옹 숭배자였습니다. 나폴레옹이 독재자로 변했어도 새로운 질서를 탄생시킨 초기의 나폴레옹은 스탕달에게 영원히 영웅의 자리로 남아있는 거지요. 주의 씨앗을 뿌리고 자신의 의지로 황제의 꿈을 이룬 나폴레옹을 청년 쥘리엥이 숭배하게 된 것처럼 그 당시 대부분의 하층계급  젊은이들의 여론이자 속마음이지 않을까 싶어요.


스탕달은 쥘리앵을 통해서 귀족들의 권태로운 삶과 저들끼리의 문화를 만들고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아둥바둥한 프랑스 왕정의 마지막 귀족세대를 보여줍니다. 그들을 혐오하면서도 점차 그들처럼 변해가는 쥘리앵은 결국 감옥에 갇 후에야 무엇이 인간답게 살고 사랑하는 것인가 깨닫게 되죠. 자신을 무시하고 펄떡이며 생동감있게 사는 인간다움을 말살시킨 그 계급에 지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목숨을 구걸하지 않기로 마음먹습니다.


 아무도 나일 강의 근원을 모른다.
쥘리앵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강들 중의 왕인 나일 강은 인간에 눈에
그저 시냇물 상태로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는 나약한 쥘리앵의 모습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나는 나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감동하기 쉬운 마음을 가졌다.
가장 평범한 말일지라도 그것이 진실하면
내 목소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으며,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 있다.

그 약점 때문에 인정머리 없는 인간들이 나를 얼마나 멸시했던가!
그들은 내가 용서를 구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인간들을 내가 용서해서는 안된다.



간추리다 보니 어느새 이야기숲의 윤곽이 보이면서 인물들에 대한 정리도 되지 않으십니까?

다음책은 다시 그 당시의 영국으로 건너갑니다. <에마>와 <프랑켄슈타인>으로 그 당시 상류계급과 오만한 과학자를 만나봤다면 가장 열악한 곳에서 최약자로 살아가는 올리버를 만나러 갑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빈곤과 사회상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찰스디킨스의 초기작 <올리버 트위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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