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문학동네,2011) 1847년 영국문학
내가 그 애를 사랑하는 건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야, 그 애가 나보다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그 애의 영혼과 내 영혼이 뭘로 만들어졋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같은 걸로 만들어져 있어.
(p.171) (...)"저로서는 캐서린의 원칙들을 신뢰하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캐서린의 감정들에 공감하기는 더욱 힘들었습니다. 저는 뭔가 사건이 일어나 히스클리프가 폭풍의 언덕과 티티새 지나는 농원에 출입하지 못하게 되기를 기원했습니다. 그가 나타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요. 그의 방문은 저에게는 끝나지 않은 악몽이었고, 제가 짐작하기로는 나리(에드거 린턴)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p.200) "그렇지만 상상해봐, 열두 살 때 폭풍의 언덕에서 나가야 했다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잃고 살던 곳을 떠나야 했다면, 옛날 히스클리프 같은 신세였다면, 그러다가 순식간에 린턴 부인이 되어버렸다면, 티티새 지나는 농원의 마나님이 되어버렸다면, 모르는 사람의 아내가 되어버렸다면, 내가 살던 세계에서 추방당해 낯선 세계에서 이방인이 되어버렸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상상해본다면 너도 내가 느낀 아득한 절망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거야! 넬리 너는 지금 너랑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이 고개를 내젓지만, 내가 병이 난 데는 네 책임도 있어!"
지금이 바로 그들의 자손에게 복수할 때인데....
나에게 힘이 있고 나를 막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하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나는 복수할 마음이 없어.
(중략) 나는 이제 그들을 파멸시키는 데서 즐거움을 못 느끼게 되어버렸는데,
즐겁지도 않은 일을 하기에는 내가 너무 게으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