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문학동네,2010)
(p.730)“그렇지만 그런 처녀의 이력을 잘 조사해본다면, 그 처녀는 여자로서의 일을 찾아낼 수 있는 자기 가족이라든가 언니나 동생의 가족을 저버렸음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가 잔뜩 토라져서 불쑥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아마도 스테판 아르카디치가 어떤 처녀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짐작한 듯했다.
(p.454) 이처럼 형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에 따라 그는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를 비롯해서 만인의 행복을 위해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나 모든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인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 일임을 이성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 하나로 얽매여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층 더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고찰에서 레빈의 깨달음을 더욱 확고히 한 것은, 그의 형이 만인의 행복이니 영혼의 불멸이니 하는 문제를 사고하는 태도가 장기의 승부라든가 새로운 기계의 치밀한 구조를 연구할 때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데 있었다.
이것은 가정이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자기에게 인생의 의미와 인간들간의 관계를 드러내준 그 선명한 빛 속에서 분명하게 그 사실을 본 것이었다.(p.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