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리고 심지어 토마시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사랑받는 여인으로 처신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토마시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중략) 인간의 참된 선의는 아무런 힘도 지니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만 순수하고 자유롭게 베풀어질 수 있다. 인류의 진정한 도덕적 실험, 가장 근본적 실험(너무 심오한 차원에 자리 잡고 있어서 우리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그것은 우리에게 운명을 통째로 내맡긴 대상과의 관계에 있다. 동물들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인간의 근본적 실패가 발생하며, 이 실패는 너무도 근본적이라 다른 모든 실패도 이로부터 비롯된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477쪽
카레닌과 아담을 비교하다 보니 나는 낙원에서는 인간이 아직 인간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은 아직 인간의 노정에 던져지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들은 오래전부터 그 노정 속에 던져졌고 직선으로 완료되는 시간의 공백 속을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까마득한 옛날의 안개 낀 낙원에 연결하는 가느다란 밧줄이 아직도 우리 마음속에 존재한다.(중략) 낙원에 대한 향수, 그것은 인간이 인간이고 싶지 않은 욕망이다. -487쪽
인간과 개 사이의 사랑은 전원적이다.
갈등이나 가슴이 메이는 장면, 진화 같은 것이 없는 것이 사랑이다.
카레닌은 토마시와 테레자 주위로 반복에 근거한 삶의 원을 그었고,
두 사람도 그에게 같은 일을 해주길 기대했다.(중략)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4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