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나의 데이터가 쌓이는 다이어리
하루를 시간별로 기록하고 루틴을 체크하는 것이 지금은 자기 전 습관이 됐지만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다. 정해진 일과에 할 일이 있거나 이런저런 일로 하루를 채웠는데 그걸 한 시간 단위로 기억해 내기도 쉽지 않고 해야 할 일이 마구잡이로 닥쳐오면 내가 계획했던 일은 뒤로 미뤄지고 차분히 마감할 시간을 내기도 전에 피곤해 눕게 된다.
하지만 자기 전 오늘 타임라인에 내 생활을 적고 내가 어떤 활동에 시간을 보냈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시간에 대한 개념을 바꾼다. 만져지지 않은 시간에 부피가 생긴다.
처음엔 그저 계획을 세우고 기록하고 해 나가는 힘을 얻자고 시작했다. 타임별로 기록한 것을 마주한 순간 뜻밖에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여실하게 보였다. 내가 하루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통계를 보면 그 자료는 빼박 나 자체이다.
어떤 역할을 오래 하다 보면 내가 그 일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건 뇌가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해야 할 때 좋아해 버리면 덜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현실직시타임'는 언젠가 오고야 만다.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17시간 동안 내가 어디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 그렇게 보낸 시간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지 이런 것들을 기록해서 내가 나를 분석하는 자료가 되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데이터가 생기므로 객관적으로 자신을 볼 수 있다.
하루평균 5시간 집안 살림 및 부업무, 3시간 자기 계발, 육아 및 모임에 2시간.
이것은 지난 1년의 통계치에서 뽑아낸 평균적인 내 시간 씀씀이다. 오늘날 모든 사람의 일상과 일기가 아무렇지 않게 SNS에 공유되는데 그 미디어 안에는 멋지고 선망하는 일상만 진열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데이터만(좋아요) 우리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온갖 미디어에 둘러싸여 살고 그 미디어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개인을 독자적인 패턴과 에너지를 가진 개인으로 보지 않고 몇 가지 유형으로 통합하면서 ‘선호도가 높은 삶’이 ‘바람직한 삶’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심어놓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비교는 본능이지만 지금처럼 무방비로 개인이 노출된 시대는 없었다. 그 안에서 나라는 존재를 긍정하는 게 더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특히 돈이 부족한 20대를 거쳐 경력이 단절됐던 30대를 지나오니 수입은 한정된 가운데 자녀 관련 소비, 가치소비, 품위유지를 위한 소비기준만 높아진 40대가 되었다. 이제 나는 자라나는 아이들과 변화가 심한 도심 속에 잘 적응하며 오래 살고 싶다.
40대인 나의 활동에너지는 예전같지 않게 회복도 느리고 쉽게 지친다. 벼락치기처럼 쳐내는 일상은 하루 곳곳에 공허함을 쌓아놓게 되고 바쁘지 않은 일상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방치해 놓은 공허함들을 마주하게 된다. 중년의 일상이 2-30대 일상처럼 다이내믹한 파도를 탈 체력까지 되지 않기에 한계가 오기 전에 나를 잘 알아놓는 것-내가 원하는 대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남과 비교했을 때 객관적인 강점 데이터를 갖고 있는 나도 좋지만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 만족스러운 나의 삶이 필요하다. 나 스스로 주 업무와 부업부의 성격을 구분해서 내 활동을 분류해야 하며 어떤 관계가 나를 충전하는지 소모시키는지는 나만이 판단할 수 있다. 계획하고 기록하고 통계내는 나의 다이어리는 내가 어디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 어떤 걸 해낼 수 있는지 값진 데이터가 되어 주었다.
내가 하는 다이어리의 중요한 포인트는 '통계'와 '손으로 쓰기'다. 아무리 좋은 어플이 있어도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 우리의 집중력과 목적지는 흐릿해지고 나도 모르게 SNS와 이런저런 영상에 내 시간을 도둑맞는다.
"영상보면서 운동하려고 기구 위에 올라 스마트 폰을 켜고 영상을 고르다 보면 금세 10분이 지나버려요."
"결국 계산기를 샀어요, 다이어리 통계를 낼 때 계산기어플 사용하려고 스마트폰 열면 꼭 딴짓으로 빠지게 되어서요."
모임에서는 이런 증언이 잦다.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이나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세대>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시간도둑'이 스마트폰이다. (그중에서 SNS가 주범) 아무리 스마트하게 내 일상을 기록해 준다고 해도 스마트폰 안의 세계는 도파민을 주축으로 내 신경세포들을 끌고 간다.
이제 인간은 스마트폰에 대해 자신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마저 내려놓았다. 주변에 많은 선생님들이 저녁시간 이후만이라도 스마트폰을 안 보고 싶어서 침실에서 치운단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래서 기록도 종이에 직접 쓰고 직접 통계내고 얼굴도 직접 보는 모임을 한다. 나의 한 달을 피드백하는 것이 중력을 갖고 내 일상에 안착하려면 스마트폰을 최소한의 도구로만 사용해야 했다. (다음 편에 계속)
이 글은 한 달에 한번 만나는 다이어리 피드백모임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입니다. 자기 루틴을 만들어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싶은 신 분, 내 시간의 밀도를 높이고 싶으신 분, 하루를 계획하고 나를 성찰하며 삶의 질을 높이고 싶으신 분에게 타임플래너와 피드백페이지 쓰는 '회고타임'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