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노노 <체중조절 프로젝트 50x50>
일주일을 계획하거나 Todo리스트를 미리 작성하는 것이 초보자에게는 버거울 수 있다. 첫 달은 내가 시간을 어떻게 썼는지 기록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면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시계를 한 번씩 쳐다보게 되고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인지 하게 된다.
우리가 다이어리를 쓰려고 마음먹은 목적은 크건 작건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거기에 도달하려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머리로는 잘 알지만 몸에 베인 습관은 다짐을 배반한다. 타임블록 채우기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관념인 시간이나 습관, 반복 같은 것을 구체적으로 시각화시킨다. 내게 주어진 약 17시간의 빈칸이 어떤 행동과 습관, 일로 채워지는지 눈으로 보이면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있었어?
활동을 기록하고 일주일 시간 통계 내는 것에 충분히 익숙해지면 이제 시간의 쓰임을 바꾸기 위해 작은 계획이나 '루틴'을 한 두 가지 계획해 보자.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루틴이나 계획은 모호하지 않게 구체적인 언어+숫자를 써야 한다.
날마다 일기 쓰기(X)
자기 전 다섯 줄 이상 일기 쓰기(O)
일찍 일어나서 요가하기(X)
7시에 일어나서 요가 10 분하기(O)
다이어리 쓰기 4개월 차에 이르러 오, 시간관리좀 되는데? 느꼈을 때 다이어트 계획을 세웠다. '다이어트'라는 언어는 살 빼기, 건강, 식이요법 등 너무 많은 것을 포함하는 거대하고 포괄적인 낱말이 되어버렸다. 제목 안에는 명확한 목표가 보여야 한다. 나는 이렇게 지었다.
체중조절 프로젝트 50X50
'조절'이라는 단어에는 '금지'나 '감량'같은 억압하는 느낌이 없어서 언어자체로 뇌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프로젝트'는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뭔가 화이팅이 넘친다.
내 다이어트 목표는 체중을 50kg로 줄이는 것이었고 그것을 위해 최소 50일 동안 매일루틴을 지속하겠다는 목표를 제목에 녹여냈다. 사실 다이어트는 17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ㅠㅠ 그러나 다이어트 인생 20년 넘게 단 한 번도 50kg에 도달해 본 적은 없다(키도 작은데) 왜일까? 나는 워낙 건강한 신체라서(이런걸로 자위하는) 기존의 운동습관과 식습관으로 다시 되돌리려는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 생물체가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이 매우 착실하게 작동되기 때문이다.
그럼 언제 습관이 바뀔까? 시각적인 변화를 뇌가 인지하면 바뀐다. 손을 이용해 직접 쓰고 행동을 시각화하고 시각적으로 변화를 볼 수 있는 (한번도 도달 못해본)체중을 위해 절대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 식습관들과 이별하는 것이다. 간편하고 심심해서 먹었던 정제탄수화물 주전부리를 끊고 식사 두 끼 중 한 끼에서 탄수화물을 최소화한다. 재미없는 홈트도 최소 50일간 지속해 보는 것이다. 누군가 다이어트해서 이 간식을 안 먹냐고 물어보면 나는 고쳐 말했다.
제가 '체중조절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서 50일간 못 먹어요.
(이 얼마나 있어보이는 대화인가!하하하)
루틴박스에 적힌 '공복유지'라든지 '10분 홈트'라든지 '첫끼 과일'이라든지 이런 것은 모두 정답이 아니고 과정이다. 자신에게 맞는 식단을 찾아가고 실행가능한 작은 것부터 세우고 변경하면 된다.
지루한 홈트를 너무 싫어했던 나는 유산소를 하기 싫은 날에 홈트 10분만 하자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켰다. 그러면 최소 15분은 하게 되고 그렇게 차차 20분, 30분으로 목표를 올렸다. 지금은 덤벨을 이용해서 덜 지루하게 일주일에 세 번, 근력운동을 집에서 즐겁게 하고 있다. 인터넷에 식단과 운동에 대한 좋은 정보는 널려있다.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은 내 처지에서 실행 가능한가?이다.
실행 가능하도록 다이어리를 활용하고 내 실행이 그 칸을 채우는 행동으로 일주일을 모아보면 다음 행위에 동기를 부여하는 힘이 뇌에 생긴다. 요즘 루틴박스나 습관체크 달력이 잘 팔리는 이유다.
나는 지난해 4월 다이어리를 활용해 일상에 다이어트 계획을 끼워 넣었고 8월에 50kg이 되었다. 지금은 그 체중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ㅎ 식습관은 역시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나는 내게 가장 부족한 것이 '자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건강이나 다이어트에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일 수 없다.(나를 아는 것, 내 가난을 인정하는 것이 첫 번째다) 돈이 들지 않은 체중조절 성공으로 인해 내 몸이 내 힘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가장 원초적인 성취감을 맛보았다.
3분의 달콤한 감각을 누리고 혈당쇼크로 3시간 동안 컨디션이 다운되는 것을 몸으로 느껴 알게 되면 내 몸에 덜 해로운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찾게 된다. 모든 기분과 컨디션은 섭취한 음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신체가 통증을 느끼면 스트레스와 연관되고 뇌와 장은 달콤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가장 빠른 방식으로 완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운동으로 근력을 키워놓은 신체는 애초에 통증을 덜 느끼게 된다. 이런 메커니즘은 AI도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우리 몸은 실제로 경험하지 못하면 보고 싶은 대로 생각하며 악순환을 이어간다.
다이어리 쓰기 4개월 차, 공백시간이 많이 보인다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끼워놓기 좋은 타이밍이다.
다음 다이어트 목표가 있냐고? 당연히 원하는 이미지는 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농사를 돕느라 팔을 많이 써서 팔뚝이 많이 굵은 편이다. 여름이 오기 전에 팔뚝살을 빼서 민소매 셔츠를 입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럼 어떤 언어로 앞으로의 미래를 구체화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