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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집가 이니 May 02. 2023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마음, 그 소중함

사실은 제대로 달려보기도 전에 번아웃부터 왔었다.


뭐랄까. 퇴사 직후 나는 '쓰고 싶어서' 썼다. 원하는 대로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쓰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겼다.


그러면서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내가 어떤 점들이 힘들었는지 알게 되자 복직하고 싶지 않아 졌다. '쓰고 싶은 마음'과 관련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바로 '성인 대상 독서 교육 전문가'.


평생 책은 나에게 친구였다. 그리고 문제해결사였다. 나는 언제든 심심하고 지루해지면 책을 찾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을 찾았다.


연애가 안 풀려도 책을 찾고, 결혼이 안 풀려도 책을 찾았다. 일이 안 풀려도 책을 찾고, 인간관계가 안 풀려도 책을 찾았다. 하다못해 집중이 안 되어도 책을 찾았다.


이렇게 내 삶에서 책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너무 크고 좋아서 나는 '독서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성인 대상 독서 교육 전문가’가 되자고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쓰고 싶었던 마음'이 목표가 생기고, 그 목표에 맞게 '잘 써야 한다'라고 바뀌니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아졌다.


하고 싶은 일이 해야 하는 일이 되면서 글을 쓰고 싶지 않아 졌다. 글쓰기를 좋아했기에 글쟁이가 되고 싶었고, 블로그가 하고 싶었던 건데 말이다.


래서 바로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를 봤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드라마'니까. 그리고 드라마 속으로 마음껏 몰입했다.


번아웃이 와서 무작정 퇴사를 한 여주인공의 마음이 너무나 공감되어서 너무 재미있게 보게 되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걸 실컷 몰입하며 즐기고 있노라니 번아웃이 왔던 내 인생에 생기가 돌았다.


'성인 대상 독서 교육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읽었던 책들을 다시 리뷰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내가 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썼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내 시간의 가성비를 계속 따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정도로 시간을 투자했다면 이 정도의 결과물이 나와야 해. 내가 이 책도 저 책도 읽었으니까, 그것들에 대한 리뷰를 쓰면 남는 독서가 되겠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안 써졌다. 읽었던 책들에 대한 리뷰를 남겨야 하는데, 리뷰가 안 써졌다. 노션에 그저 책들을 읽으며 즐겁게 독서노트할 때와는 다르게.


그런데 그런 것 같다. 사실 내가 그 책들을 읽는데 즐거웠다면 그걸로 된 거 같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마음은 그 자체로 소중하니까. 꼭 뭔가를 남길 필요가 있을까? 그런 강박을 갖고 좋아하는 걸 접해야 하는 걸까?

 

그래서 결심했다. 퇴사한 지금, 나는 좋아하는 걸 즐기는 마음을 매우 소중히 여기며 더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하자고. 그러기 위해서 한 퇴사니까. 그렇지만 매일매일 이렇게 솔직하게 기록은 하자고.


이런 일기 같은 글, 그래서 퍼스널 브랜딩에 도움 되지 않을지라도 괜찮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마음, 그 마음과 시간이 담겨 있는 내 기록들 자체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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