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쟁이 아이를 두고 출근했던 첫날.
현관문을 나서면서부터 눈물바람이었던, 오랜만에 신은 하이힐이 너무도 어색했던 그날이 생생하다.
어찌어찌 아이는 커갔고,
어느날은 좀 견딜만 했고 또 어느날은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어정쩡한 느낌이었다.
하원 후 엄마만 목빠지게 기다리는 아이를 생각하면 성에 차지 않게 일을 해두고도 퇴근해야 했고
그렇게 부랴부랴 집에 와도 아이랑 오롯이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 내외였다.
부족한 직장인, 부족한 엄마의 느낌이 너무 괴로웠다.
나는 하나였기에 일을 100으로 해낼 수 없었고, 엄마로서도 100이 될 수 없었다.
일로서도, 엄마로서도 실패한 것 같아 두려운 날이 많았고
프로이드는 일과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했는데
하나만 하기도 어려운 세상에서 나는 그 둘을 모두 하고 있으니
그래도 괜찮다고, 그 둘을 모두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한 날도 가끔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5년을 넘게 다닌 직장을 최근 그만두었다.
아이도, 내 일도 지켜내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풀타임으로 회사에 9-18시 매여있는 몸으로는 한계가 많았다.
'결국 너도 그만두는구나'
그 말이 무서웠는데, 나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결국... 그렇게 되었다.
결국 나도 일을 그만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