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편
1. 페르소나
2. 상급자와의 관계
3. 하급자와의 관계
-> 이번글:3.1 하급자가 진정 원하는것
목요일 오후,
김차장은 중요한 고객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김차장님.
혹시 시안1로 제작은 시작하셨나요?”
“툴은 오늘 완성돼서 시제품 제작까지 끝났고요.
이상 없으면 내일부터 생산 들어가서,
말씀하신 대로 화요일까지 만 개 납품 예정입니다.”
“…아, 그게… 죄송한데요.
시안1에서 시안2로 변경됐습니다.”
“네…?”
“저희도 좀 당황스러워요.
탑 리더십 쪽에서 급하게 지시가 내려왔어요.
시안2로 가능하실까요?
이미 제작한 시안1의 툴이나
기 제작한 시제품 비용은 당연히 저희가 부담드릴게요.”
“음… 네, 금액 문제 없으시다면 재작업은 가능하죠.”
“그럼, 혹시 납기는
기존과 동일하게 화요일로 맞춰주실 수 있을까요?
툴 다시 파는 데 얼마나 걸리죠?”
이 고객사는 회사 내에서도 손꼽히는 핵심 고객이다.
이들과의 업무 상황은
임원회의에 바로 보고될 만큼 중요하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신입이었을 때의 상사였다면,
그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 네 해드려야죠.
어렵긴 하지만 맞춰보겠습니다.
혹시 문제 생기면 따로 연락드릴게요.
대신 나중에 저희도 꼭 도와주셔야 돼요!”
그리고 우리 팀으로 돌아와서는
이렇게 말했겠죠.
“야, 마찌.
방금 고객사에서 시안B로 바꾸라고 했어.
근데 납기는 그대로래.”
“네…? 그게 되나요?”
“안 된다고는 했지. 근데 알잖아.
우리 업계가 그렇잖아.
다음 프로젝트 아직 수주도 안 됐잖아.
좀 맞춰보자.
대신 이번 보고에 마찌 네가 고생한 거 내가 꼭 어필할게.
대리 진급 기회잖아.
일단 너 지금 툴 제작 바로 챙기고,
내가 공장에 주말 특근 푸쉬하면 어떻게든 될 거야.
내가 지금 가서 특근 승인 따올 테니까.”
그렇게 업무는 몰아쳤고, 마찌는 고생 끝에 해냈다.
같은 상황에서,
더 나은 상사라면 고객사에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
“보통 툴 다시 파는 데만 2일,
생산에 2일 정도 걸립니다.
긴급 제작 요청과 주말 특근을 병행하면
화요일 납품도 불가능하진 않은데,
툴 비용이 두 배로 증가하고
공장 특근비도 추가로 발생합니다.
혹시 꼭 화요일에 전량이 필요하신가요?
아니면 화요일 오전까지 3천 개 먼저 납품드리고,
나머지는 수요일까지 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것도 나쁘지 않은 대응이다.
'Yes/No'의 선택지보다
조율가능한 부분에 대해
옵션들을 선택하고 조율한다.
이 한마디로 고객사에게 선택지를 주고,
무리한 요청을 요청으로 되돌린다.
하지만 위 두 케이스 모두
‘의사결정의 당사자’는 오직 김차장이었다.
마찌와 공장장은 단지 지시에 ‘응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같은 상황에서 내가 좋다고 할 상사는
이렇게 대처할것이다.
고객사 요청의 내용을 파악하고
고객사에 20분뒤 다시 전화드리겠다고 한다.
김차장은 고객사와 통화를 마치자마자,
마찌와 공장장님을 회의실로 불렀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김차장은 툴 제작 업체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긴급 제작으로 진행하면 금액은 두 배 정도 된다고요?
오늘 발주하면 내일 툴 나오고요?
네, 알겠습니다. 고객사와 논의하고,
회의 후 바로 연락드릴게요.”
이후 마찌와 공장장님에게 요청 사항을 공유한다.
“마찌야 툴은 오늘 안에 재발주 가능한가?"
"공장장님, 사정이 이러한데 혹시
공장 특근은 가능하실까요?”
둘 다 어렵지만 가능하다고 답한다.
공장장님은 예상 특근 비용도 알려주신다.
김차장은 고객사에 다시 전화를 걸어 말한다.
“긴급하게 진행하면 화요일까지
만 개 납품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만 툴 제작비가 두 배로 늘고,
주말 특근비가 추가되며 총 비용이 이 정도 예상됩니다.
진행하실까요?”
고객사가 확인 후 OK를 주자,
김차장은 마찌, 공장장님,
툴업체에 동시에 “Go” 신호를 보낸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묻는 순서’**다.
김차장은 충분히 고객사에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먼저 말하고,
그 뒤에 마찌나 공장장님을
이행자로 호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결정 전에 묻고,
가능 여부를 함께 논의한 뒤,
의사결정으로 이어간 것.
그 순서 자체가 존중의 방식이다.
요즘 MZ세대는 다르다고들 한다.
존댓말을 고집하고,
회식을 싫어하고,
일을 무조건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갈등은 세대를 초월한다.
결국 핵심은 “존중받고 있는가?”다.
예전 제조업 중심의 조직에서는
경력 = 노하우였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화,
데이터 기반, 유연성이 핵심이다.
2년간 수기로 하던 업무를
자동화 툴 하나로
두 배 이상 개선한 후배가
팀의 성과를 견인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제 후배는 지시를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책임지는 동료가 되어야 한다.
사실 새롭고 거창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반존대 대신 존댓말을 쓰는 것도,
맛있는 간식이 있는 탕비실을 만드는것도
하급자에 대한 하나의 존중입니다.
위 사례 역시
‘업무를 지시하기 전에 함께 논의하고,
의사를 묻는 것’이라는 한 방식의 표현일 뿐입니다.
진짜 핵심은 이것입니다.
상대방 입장에서 이 말과 행동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
그리고 그 생각의 레이더를 넓혀,
지금까지 미처 배려하지 못했던 분이 있다면
상급자, 하급자를 떠나
좀 더 섬세하게 챙겨보자는 제안입니다.
존중은 거창한 철학이 아닙니다.
일상의 작은 선택에서,
그 사람이 사람으로 대우받는다는 감각을 주는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하급자와의 관계 키워드1: 존중편 끝입니다.
다음은 하급자의 신뢰를 얻는 방법에 대한 생각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