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힘
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국제정치에서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각국 세계경제가 어렵고,
혼란스러운 지금에서
추가적으로 경제적 여파가 커지고
종전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면,
협상은 결국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불리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가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합니다.
명분이 옳더라도
각국이 자국의 실리를 포기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옳고 그름보다 중요한 건 힘.
협상에서 배려와 양보는
힘이 전제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나의 팀이 맡은 핵심 업무를 세 가지로 정의해 본다고 가정해봅시다.
그중 하나라도 내가 빠지면 중단될 정도라면,
그만큼 영향력이 커진다고 할 수 있겠지요.
스포츠팀에서 스타 플레이어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기업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 의존 최소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 일하게 합니다.
교체 가능성 유지: 누가 그 자리에 들어와도 돌아가도록 프로세스를 설계합니다.
변수 관리: 생산 현장에선 작업 지시서, 자동 검사 장치, 순환 근무를 통해 개인 차이를 줄여 갑니다.
즉, 회사는 지속적으로 개인 의존도를 줄이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바로 시스템이 미처 채우지 못한 빈틈을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배터리 셀 원가 계산 업무에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문제 상황:
배터리 신기술 연구 인력은 20명이 넘는데, 그 셀들의 원가 계산 담당은 고작 1~2명.
원가 계산의 변수가 300여 가지, 그 중 50여 가지는 수동 입력이라 오류와 지연이 잦았습니다.
시도한 방법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매번 가장 불편한 병목을 하나씩만 골라
(선행학습: 파레토 법칙편 참조) 개선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개선이 서로 연동될 수 있도록
처음부터 구조를 잡아 두었습니다.
성과
익숙한 엑셀을 기반으로 1년 정도 개선을 이어가서
모든 개선점들이 연결이 되니,
어느새 기존 툴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었습니다.
분기마다 계산식 업데이트나 특수셀의 계산이 필요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툴에 대한 이해를 가진 제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계산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 전체가 의존하는 시스템을 만든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그 힘 위에서 동료들에게 시간을 내주거나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원리를 김승호 회장의 ‘은혜 경영’에서도 볼 수 있는 듯합니다.
그는 점주가 계약 조건을 위반했을 때,
즉시 계약을 해지하고
모든 권리를 앗아갈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힘을 그대로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한 퇴점 시간 제공: 당장 내쫓지 않고, 새로운 삶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새로운 기회 제안: 다른 사업 아이템을 추천하거나 자금을 마련할 길을 열어주며, 점주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본사 입장에서 손해처럼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강제로 계약을 끊었다면 원한을 샀을 텐데,
은혜를 입힌 덕분에 점주는 감사의 마음을 품고 떠났습니다.
이후 이 점주들이 다른 자리에서 긍정적인 평판과 인맥으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김승호 회장이 말하듯,
“무자비하게 권한을 휘두르는 것보다 원한을 남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자산”일지도 모릅니다.
힘이 있기에 가능한 배려,
그 배려가 장기적으로 더 큰 힘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존중과 배려는 힘이 있을 때 비로소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힘이 없는 상태에서의 배려는 때로는 ‘좋은 사람’으로만 기억될 뿐,
존중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지요.
결국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팀에서 어떤 빈틈을 메우며 영향력을 키워 갈 수 있을까요?
힘을 전제로 한 배려.
이것이 제가 회사에서 경험을 통해 배운,
아름다운 회사 생활의 조건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