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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이해했다면, 늦게라도 글로벌 인재가 될 겁니다.

이해에 대한 이해

by 마찌

한 사람이 맨해튼의 은행에 들어와 말했습니다.
“제 페라리를 맡길 테니, 5천 달러만 빌려주십시오.”

은행원은 흔쾌히 대출을 승인했습니다.


담보물 가치에 비해 금액도 적었고,

신용 조회 결과 이 사람은 고소득·고신용자였습니다.


일주일 후,

그는 돈을 갚고 페라리를 찾아가겠다고 했습니다.

은행원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습니다.


“당신처럼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분이,

왜 굳이 며칠간 페라리까지 맡기며 돈을 빌리셨나요?”


그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뉴욕 맨해튼 주차비가 너무 비싸더군요.

차라리 담보대출 이자를 내는 게 더 쌉니다.”


실제로 하루 60달러만 잡아도 일주일 주차비는 420달러.
페라리 같은 슈퍼카라면

안전한 전용 주차공간 비용이

주간 600~800달러에 이른다는 경험담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고액자산가(HNW) 고객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차·보석·예술품을 담보로 연 3% 수준의 Security-backed Loan을 받을 수 있죠.
5천 달러를 일주일 빌리면 이자는 약 14.4달러에 불과합니다.


600달러 vs 15달러


누군가는 이렇게 머리를 써서 585달러를 아끼고
그렇게 절약해서 부자가 됐나 보다… 하고 넘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를 소름 돋게 만든 건 다른 부분이었습니다.

저 역시 담보대출의 구조를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주차’와 ‘담보대출’을 전혀 다른 카테고리에 넣고 살았다는 사실이죠.

하지만 둘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둘 다 ‘내 물건을 맡기고 그 대신 무언가를 받는 거래’다.
주차는 차를 맡기고 ‘세워둘 자리’를 받고,
담보대출은 차를 맡기고 ‘쓸 돈’을 받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이 관점의 차이는 단순히 ‘주차 자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사회·문화·경제·회사·프로세스·내 업무를 이해하는 방식 전반이
단편적일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는,

내가 ‘그건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 꿰뚫어 보고 연결해,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나의 경쟁자가 될 사람이 이미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건 분명히 위협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뒤집고,
지식을 새롭게 연결해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설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결국 그 차이가, 미래의 나를 결정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깊은 이해’를 만들 수 있을까?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려운 용어 없이, 아이에게도 설명할 수 없다면 제대로 이해한 게 아니다.”


왜 ‘어린이에게 설명’이 기준일까?


전문용어는 이해의 방패막이 될 수 있습니다.
어려운 말을 쓰면 내가 모르는 부분을 숨길 수 있죠.


단순화 과정에서 본질이 드러납니다.
핵심을 잡지 못하면 단순하게 설명하려 할 때 바로 막힙니다.


비유와 간략화는 재구성 과정입니다.
이해란 단순 암기가 아니라, 내용을 머릿속에서 재배치하는 것이니까요.


즉, 진짜 이해한 사람은 단순화·비유·핵심 압축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그걸 못한다면, 사실은 ‘아는 척’일 수 있습니다


파인만 테크닉(Feynman Technique) 4단계


설명하기 – 주제를 정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혹은 12살 아이)에게 설명하듯 글로 적기.

빈틈 찾기– 막히거나 애매한 부분이 나오면, 그게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

다시 배우기 – 막힌 부분을 자료로 보완하고 더 쉬운 표현으로 바꾸기.

간결화& 비유하기 – 불필요한 용어를 빼고, 생활 속 비유로 전달하기.


실제 활용과 효과


이 방법은 단순한 ‘멋진 말’이 아니라 실제 교육·연구 현장에서 쓰이며 효과가 입증됐습니다.


MIT·Caltech·Harvard: 학생들에게 복잡한 개념을 “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훈련을 부여.

미국 의대(Medical School): 의학 개념을 환자나 일반인에게 단순화해 설명하는 연습 → 개념 간 연결망 강화.

NASA 엔지니어 훈련: 전문가가 아니어도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필수로 요구 → 설계 오류·의사소통 문제 감소.

핀란드 교육청: 암기 중심에서 ‘개념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교육 개혁 → 학습 전이(transfer) 효과 강화.


뇌과학이 밝힌 ‘설명 효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과정은 장기 기억과 이해도를 높입니다.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 – 머릿속에서 지식을 꺼내는 과정이 해마와 전전두엽을 활성화 → 기억 흔적 강화.

재구성(Reconstruction) – 정보를 논리적으로 순서화하고 단순화 → 새로운 시냅스 연결 형성.

오류 인식(Error Detection) – 막히는 부분을 발견 → 메타인지 활성화와 보완 학습 촉진.

멀티코딩(Multicoding) – 언어와 시각 영역을 동시에 활용해 기억 경로를 다중화.


연구 사례

University of Washington(2014): ‘가르친’ 그룹이 단순 복습 그룹보다 장기 기억 유지율 65%↑

Carnegie Mellon & Stanford: 가르친 학생들이 개념 이해도 테스트에서 1.5배 높은 점수 기록

일본 RIKEN 뇌과학연구소: 자기 설명이 전두엽-해마 회로를 반복 활성화 → 기억 안정화 촉진


결론


페라리 주차와 담보대출의 ‘숨은 공통점’을 발견하는 능력은,
단순한 지식보다 지식을 연결하는 힘에서 나옵니다.

파인만이 말한 ‘어린이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의 이해’와,
뇌과학이 입증한 ‘설명하며 배우는 방식’을 꾸준히 훈련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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