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 '문제 정의'의 기술
“마찌야, 우리 요 앞 새로 생긴 치킨집 가볼 건데 너도 갈래?”
퇴근 준비를 하던 팀 선배들이 부릅니다.
“아... 저 이거 오늘 내로 회신 넘겨야 해서요.
이따 보내고 전화 한번 드릴게요.”
“어 그래, 전화 줘봐.”
우르르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선배들의 등 뒤로,
자기들끼리 나누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쟤는 뭘 저렇게 힘 빼는지 몰라.”
“누가 아니래. 돈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월급이야 빤한데.”
“효율성 있게 일을 해야지, 오래 앉아있는다고 성과가 나오냐고.”
‘...헉.’
평소 따르고 좋아하던 선배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 아팠습니다.
얼굴은 모니터를 보고 있지만,
머릿속은 하얘지고
심장 소리만 쿵쾅거립니다.
선배들이 떠난 뒤,
캄캄한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담뱃불을 붙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흡연자였습니다).
차라리 어두운 게 좋았습니다.
화끈거리는 제 얼굴을
숨길 수 있었으니까요.
어둠 속에서 담뱃불만 껌벅거립니다.
‘효율이 뭔데... 내가 놀면서 하는 것도 아닌데...’
그날 밤 옥상에서,
저는 주눅 드는 대신 오기를 품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제 인사고과 성적표는
늘 ‘중간’ 혹은 ‘중간보다 조금 위’ 정도였습니다.
드라마틱한 인정도,
파격적인 보상도 없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 제 연봉 인상 추이를 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입사 초기보다 오히려
최근의 연봉 상승 기울기가 훨씬 가파릅니다.
심지어 같은 업종,
같은 회사의 보상 체계 안에서 평가받았는데도 말입니다.
저는 이것을
'계단식 퀀텀 점프(Quantum Jump)'라고 부릅니다.
저뿐만 아니라
주변의 존경하는 선배나
동료들을 봐도 패턴은 동일했습니다.
"저분 진짜 일 잘하시는데?"
라는 평을 듣는 사람들은,
여지없이 어느 순간
보상이 수직 상승하는 구간을 맞이합니다.
냉정하게 말해,
실력은 리니어(Linear)하게 오르는 게 맞습니다.
보고, 듣고, 깨지고, 배우면서
토론하는 법, 메일 쓰는 법, 네트워킹, 회의 주도력 등이
매년 아주 조금씩 나아집니다.
너무 미세해서
나 자신조차 성장하고 있는지 못 느낄 정도죠.
하지만 이 미세한 성장이 임계점을 넘으면,
상위 리그에서 당신을 눈여겨보기 시작합니다.
나의 시장 가치(Fair Market Price)가
현재 회사의 연봉 테이블을 뚫고 올라가는 순간,
회사는 선택해야 합니다.
나를 대체하는 비용보다
연봉을 올려주는 게 경제적이라고 판단되면,
회사는 퀀텀 점프를 제안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깁니다.
도대체 상위 리그는 무엇을 보고 저를 탐냈을까요?
단순히 엑셀을 더 빨리 돌려서?
회의록을 기가 막히게 잘 써서?
아닙니다.
그런 인재는 기존 시장에도 널려 있습니다.
몸값을 두 배, 세 배 주고 데려오는 사람은
딱 한 부류입니다.
"남들이 '안 된다'고 포기하거나
'원래 그렇다'고 넘기는 문제를,
관점을 바꿔서 기어코 해결해내는 사람."
그 능력을 갖추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스킬이 바로
'문제 정의력(Problem Defining)'입니다.
이 스킬 하나만 제대로 장착해도
여러분은 대체 불가능한 인재로 분류되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실력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을까요?
여기 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문제 재정의' 사례가 있습니다.
2002년, 메이저리그 야구팀
'오클랜드 애틀래틱스'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습니다.
경쟁 팀의 예산은 1억 2,500만 달러인데,
오클랜드는 고작 4,00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핵심 스타 선수는 떠났고,
그를 대체할 돈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묻는 질문은 뻔했습니다.
"어떻게 그 적은 돈으로
스타 선수(페라리)를 데려올 것인가?"
하지만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 빈은 문제를 재정의합니다.
"우리는 선수를 사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승리를 사고 싶은 것이다."
경기를 이기려면? → 점수(Run)가 필요하다.
점수를 내려면? → 안타를 치든 볼넷을 얻든, 주자가 살아서 나가야 한다.
결론: 우리는 비싼 '타율(스타성)'이 아니라,
저렴한 '출루율(살아 나가는 것)'을 사야 한다.
그들은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늙은 선수,
부상당한 선수,
폼이 엉성한 선수들을 헐값에 모았습니다.
유일한 기준은 '출루율'이었습니다.
결과는?
그 오합지졸 군단으로 20연승이라는
메이저리그 대기록을 세웁니다.
이 거창한 이론이 과연 우리네 삶에도 적용될까요?
제가 직접 겪은 두 가지 사소하지만
확실한 경험을 통해 "그렇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례 1) 낙엽 청소와 물리학의 법칙
제 집 마당에는 큰 나무가 몇 그루 있습니다.
늦가을이 되면 낙엽이 산더미처럼 쌓이는데,
친구가 다급하게 조언하더군요.
"겨울이 시작되면 시에서 운영하는
'낙엽 수거 전용 트럭' 운행이 중단되니,
그전에 서둘러 치워야 해."
실제로 쓰레기 수거일이 되자,
낙엽 트럭은 종이 봉투에 담긴 낙엽만 가져가고,
일반 쓰레기 트럭은 생활 쓰레기만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오자 친구 말대로
낙엽 트럭은 더 이상 오지 않았습니다.
마당엔 아직 낙엽이 남았는데 말이죠.
여기서 저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존 문제: "낙엽 수거 트럭이 끊기기 전에 어떻게 낙엽을 다 처리할까?" (제약 조건에 갇힘)
재정의된 문제: "나는 '낙엽 트럭'을 기다리는 게 아니다, 내 마당에서 이 '유기물 쓰레기'를 치우고 싶은 것이다."
일반 쓰레기 트럭 입장에서
검은 봉투 안에 든 것이 휴지인지 낙엽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종이봉투에 든 낙엽은 낙엽전용 트럭이 수거한다'는 것은
시의 프로세스(Process)일 뿐,
물리 법칙(Physics)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남은 낙엽을 일반 쓰레기 봉투에 담아 배출했고,
일반 쓰레기 트럭은 아무 문제 없이 수거해 갔습니다.
저는 겨울에도 여유롭게 낙엽을 치울 수 있었죠.
(사례 2) 경차와 스티커, 그리고 심리전
저는 출퇴근용으로 작고
저렴한 쿠페를 탔습니다.
혼자 탈 땐 몰랐는데,
딸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해
뒷좌석에 태우고 다니니
문제가 보였습니다.
도로 위 다른 운전자들이
제 작은 차를 보고
종종 위협적으로 운전하거나
양보를 해주지 않았던 것이죠.
아이가 뒤에 타고 있으니
덜컥 겁이 났습니다.
'차를 바꿔야 하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더 크고 비싼 차를 타면
무시당하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 돈을
차가 아닌 다른 자산에
투자하고 싶었습니다.
기존 문제: "내 차가 작고 싸 보여서(Weak) 무시당한다. 비싼 차(Strong)로 바꿔야 한다." (해결책: 수천만 원을 들여 SUV를 산다.)
재정의된 문제: "상대방은 나를 '방해물'이나 '만만한 경쟁자'로 보고 있다. 그들의 인식을 '경쟁'에서 '보호'로 바꿔야 한다." (통찰: 상대를 돈으로 제압하는 게 아니라, 인간애(Empathy)로 무장 해제시켜야 한다.)
저는 차를 바꾸는 대신,
뒷유리에 5달러짜리
"Baby in Car (아기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뒤차들은 더 이상 빵빵거리지 않았고,
거리를 유지해 주었습니다.
수천만 원을 써야 해결될 문제를,
단돈 5달러로 해결한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문제 재정의의 힘입니다.
제 두 번째 사례(자동차 스티커)는
경영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엘리베이터 거울' 사례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한 고층 빌딩에서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리다는 불만이 폭주했습니다.
공학적 접근(하수): "어떻게 모터 속도를 올릴까?" (해결책: 수억 원을 들여 모터를 교체한다.)
심리학적 접근(고수): "사람들은 왜 불평하는가? 속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의 지루함이 문제다." (해결책: 엘리베이터 앞에 전신 거울을 설치한다.)
사람들은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다듬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불만은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모터 속도는 그대로였지만,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되었습니다.
고수들은 해결책(How)을 찾느라
시간을 쓰지 않습니다.
대신 문제(What)를 해체하는 데 공을 들입니다.
여러분이 당장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문제 재정의 3단계 공식’을 정리해 드립니다.
1단계: 과녁 옮기기 (The Real Goal)
눈앞에 닥친 ‘숙제’가 아니라,
결국 도달해야 할 ‘목적지’를 다시 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단(Means)을 목적으로 착각하곤 합니다.
근원적인 목포를 찾는데에는 5why가 생각보다 유용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가면 진짜 과녁이 나타납니다.
[머니볼] 스타 선수를 사야 한다? (수단)
(Why?) 타점 높은 타자가 빠졌으니까.
(Why?) 점수를 내야 하니까.
(Why?) 점수를 내야 경기에서 이기니까.
진짜 목표: 스타 선수가 필요한 게 아니라, ‘이길 점수(Win)’가 필요하다.
2단계: 인수분해 하기 (Deconstruction)
새롭게 정의된 목표의 구성을
더 이상 쪼개질 수 없을 때까지 낱낱이 분해합니다.
거대한 바위는 깨기 힘들지만,
쪼개진 자갈은 치우기 쉽기 때문입니다.
승리 = (안타를 많이 치는 것?) NO.
승리 = (득점) = (출루) + (진루)
결론: 안타를 못 쳐도 된다. 볼넷으로라도 ‘출루’만 하면 점수는 난다.
3단계: ‘당연함’에 딴지 걸기 (Challenge Assumptions)
우리의 사고를 가로막는 건 ‘불가능’이 아니라 ‘고정관념’입니다.
2단계에서 인수분해 된 항목들의
모두가 당연하다고 믿는 전제조건(Assumption)에 “정말?”이라는 질문을 던지세요.
(가정) "낙엽은 꼭 낙엽 트럭에 버려야 한다."
(검증) "정말? 누가 정한 거지? 태우면 안 되나? 일반 쓰레기는 안 되나?"
발견: 일반 쓰레기 트럭도 낙엽(유기물)을 가져간다. 족쇄가 풀렸다.
[Case Study 1] 일론 머스크는 이 공식을 어떻게 썼을까?
이 공식을 그 유명한 스페이스X에 대입해 보면,
혁신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명확히 보입니다.
머스크는 NASA조차 포기했던
‘로켓 비용’ 문제를 이렇게 풀었습니다.
1단계 (과녁 옮기기):
"로켓을 좀 싸게 만들어보자(Cost Down)"가 아니다.
→ "우주여행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서 화성에 가자."
2단계 (인수분해):
우주여행 비용 = (연료비) + (로켓 기체 제작비)
→ 분석해 보니 연료비는 전체의 몇%에 불과하다.
문제는 비싼 ‘기체 제작비’다.
3단계 (당연함 파괴):
여기서 머스크는 업계의 50년 된 불문율에 딴지를 겁니다.
"왜 수천억짜리 로켓을 한 번 쓰고 바다에 버리지?
비행기처럼 다시 쓰면(Reuse) 되잖아?"
"로켓은 일회용이다."
이 견고한 고정관념을 깨부순 순간,
인류의 우주 산업 역사가 바뀌었습니다.
여러분의 업무를 가로막고 있는
'일회용 로켓' 같은 고정관념은 무엇입니까?
공식을 배웠으니 바로 써먹어 봐야겠죠?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겪는 상황 두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잠시 스크롤을 멈추고, 빈칸에 들어갈 당신만의 답을 생각해보세요.
하수는 바로 드릴 코너로 안내하지만,
고수는 잠시 멈추고 생각합니다.
1단계 [과녁 옮기기]: 5 Why로 파고들기 왜 드릴이 필요하죠? → 벽을 뚫으려고요. 왜 뚫으시게요? → 선반을 달려고요. 왜 선반을 달죠? → 책이 바닥에 쌓여서요.
진짜 목표: 드릴 구매가 아니라, [ ______________ ] 이다.
2단계 [인수분해]: 쾌적함의 공식 만들기
쾌적함 = (수납공간 크기) + (짐의 효율적 배치) - (**[ ______ ]**의 절대량)
3단계 [딴지 걸기]: "수납을 늘리려면 꼭 벽을 뚫어야(Drill) 하나?" → (대안: 무타공 행거) "이 짐을 다 가지고 있어야 하나?" → (대안: ______________)
고수의 해답 (Click)
1단계 정답: "쾌적하고 넓은 수납공간 확보"
2단계 정답: (짐)의 절대량. 짐을 줄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3단계 정답: "3년 안 읽은 책은 버리거나 당근에 판다."
결론: 고수는 드릴을 팔지 않습니다.
"고객님, 드릴 사서 고생하지 마시고,
안 보는 책 버린 뒤에 이 수납박스 하나 두세요."
문제를 정의하면 고객의 돈과 시간을 아껴줄 수 있습니다.
매주 2시간씩 걸리는 지옥의 주간회의.
팀원들은 지쳐갑니다.
말 좀 빨리 하라고 닥달하는 건 하수입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정의하시겠습니까?
1단계 [과녁 옮기기]: 회의를 빨리 끝내는 게 목표가 아니다. **[ ______________ ]**가 진짜 목표다.
2단계 [인수분해]: 회의 시간 = (단순 정보 공유) + ([ ______ ] 토론) + (딴소리/대기 시간)
3단계 [딴지 걸기]: "정보 공유는 꼭 모여서 말로 해야 하나?" → (대안: ______________) "모든 팀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 있어야 하나?" → (대안: 옵저버 제도)
고수의 해답 (Click)
1단계 정답: "팀원 간 의사결정(Decision) 완료"
2단계 정답: (핵심 이슈) 토론. 단순 실적 나열은 뺍니다.
3단계 정답: "전날 배포된 문서를 눈으로 읽고(Reading) 들어오면 0분 컷."
결론: 단순 공유는 문서로 대체하고, 회의 때는 '결정'만 합니다. 2시간 회의가 30분으로 줄어듭니다.
문제 정의력은
투입 노력 대비 효과(ROI)가 가장 확실한 스킬입니다.
남들이 엉뚱한 문제를 푸느라
야근하고 수천만 원을 쓸 때,
여러분은 핵심을 찌르는
정의 한 줄로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씨름하고 있는 업무,
혹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생활 속 고민의 '진짜 문제'는 무엇입니까?
이것을 다시 정의하는 순간,
여러분의 연봉 그래프 기울기도 달라질 것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렇게 정의된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의 구체적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