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근처 우체국엔 창구가 네 개 있습니다.
하루 방문자는 몇 명이나 될까요?"
꿈에 그리던 미국 Top 기업의 면접장.
그간의 진로 고민, 명문대 입학을 위한 노력,
학위를 따기 위해 절제하고
헌신했던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고작 묻는다는 게
우체국 방문자 수라니요?
화가 나는 게 당연합니다.
시리나 챗GPT에 물으면
3초면 나올 답을 왜 묻는 걸까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단순 수치 정보의 가치는
0에 수렴하는 이 시대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기업이
과연 정상일까요?
저는 소위 '천재' 과는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학우들과
고기 뷔페 간 이틀을 빼고는
죽어라 공부만 했지만
명문대에 입학하지 못했습니다.
소위 한국 명문대보다 높다는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창의적이고
자유롭다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대해
막연한 로망과 두려움이 동시에 있었죠.
도대체 저런 질문으로
지원자의 무슨 능력을 보겠다는 건지
의아했습니다.
그 의문은 2021년,
제가 새로운 포지션에서
리드 엔지니어와 함께
맨땅에 헤딩하며 일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풀렸습니다.
특히 급변하는 테크 업종은
'정해진 프로세스'가 없는
망망대해와 같습니다.
선례가 없기에 회사도 모르고
상사도 모릅니다.
내가 모르는 문제를
회사라고 알 리가 없죠.
이런 깜깜한 상황에서
필요한 능력은 정답을 맞히는 게 아니라,
'정답으로 가는 지도'를
그려내는 능력이었습니다.
우체국 방문자 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추론은 가능합니다.
"창구가 네 개인데,
보통 세 개가 돌아갈 때
대기 줄이 생기니
네 번째 창구를 열었을 것이다.
창구 하나당 처리 시간은 5분,
하루 근무 8시간..." 이렇게 가설을 세우고,
점심시간이나 청소 시간 같은 변수를 넣어
지도를 수정해 나가는 것.
기업은 바로 이
'생각의 프로세스(Think Process)'를
묻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를 통해
기업이 원하는 문제 해결력을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총 3문제인데,
문제마다 잠시 멈추고
풀어보시는것을 추천드립니다.
당신은 닫힌 현관문 앞에 서 있습니다.
벽에는 세 개의 스위치가 있고,
문 너머 방 안에는
세 개의 전구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스위치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지만,
문을 열고 방을 확인하는 건
딱 한 번만 가능합니다.
어느 스위치가 어느 전구와 연결되었는지
어떻게 알아내겠습니까?
논리적으로만 생각하면 불가능합니다.
스위치의 상태는 ON/OFF 두 가지뿐인데,
전구는 세 개니까요.
하나를 켜고 들어가면
나머지 두 개의 짝을 맞출 수 없고,
두 개를 켜도 마찬가지입니다.
확률은 50:50, 찍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고수(High Performer)'는
여기서 '보이지 않는 제3의 변수'를 가져옵니다.
바로 '열(Heat)'입니다.
1번 스위치를 켜고 5분간 둡니다.
1번을 끄고, 즉시 2번을 켭니다.
방으로 들어갑니다.
결과는 명확합니다.
켜져 있는 전구는 2번.
꺼져 있지만 만져보니 뜨끈한 전구는 1번.
꺼져 있고 차가운 전구는 3번.
이것이 바로
'수평적 사고(Lateral Thinking)'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위치는 켜고 끄는 것"이라는
기능적 고착(Functional Fixedness)에 빠져
논리의 벽에 막힙니다.
하지만 해커형 인재는 '열'이라는
물리적 속성을 끌어와
불가능한 제약을 우회합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옆문'을 따고 들어가는 것,
이것이 혁신적 문제 해결의 열쇠입니다.
핵심: 룰을 깨는 파격 (Lateral Thinking)
앞서 언급한 우체국 문제나
"비행기 안에 탁구공이 몇 개나 들어갈까?"
같은 질문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를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이름을 따
'페르미 추정(Fermi Problem)'이라 부릅니다.
면접관은
정답(탁구공 개수)이 궁금한 게 아닙니다.
당신이 '모호함(Ambiguity)' 앞에서 당황하는지,
아니면 논리적인 모델을 세우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비행기 부피는 원통형으로 가정하고,
좌석과 화장실 공간을 뺀 뒤,
탁구공의 부피로 나눈다."
이렇게 거대한 문제를 쪼개고(Decomposition),
각각의 수치를
합리적으로 추산하는 능력이 핵심입니다.
단순히 숫자에 대한 추산이 가능한지만을
보는 능력이 아닙니다.
이 능력은 실무에서 생각보다 많이 쓰입니다.
예를들어 ‘새로운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에
"신제품 정부 인증을 기한 내에 받아야 한다"는
막연한 미션이 떨어졌을 때,
모델러는 상황을 분해합니다.
비행기 부피 = 전체 프로젝트 일정
탁구공 = 받아야 할 인증의 종류와 소요 시간
공간 배치 = 각 인증 절차의 순서와 병렬 진행 가능 여부
탁구공을 채워 넣듯
인증 절차를 일정표에 채워 넣으며,
"이대로 가면 2달이 부족하구나"를
미리 예측해내는 것.
이것이 바로 모델러의 능력입니다.
핵심: 모호함 속에서 구조 만들기 (Fermi Reasoning)
알고리즘이라고 하면 흔히
코딩을 떠올리지만,
본질은 '완벽한 절차를 만드는 논리력'입니다.
유명한 퀴즈가 있죠.
"3갤런과 5갤런짜리 물통이 있다.
물은 무제한이다. 정확히 4갤런을 만들어라."
이 문제는 눈대중(추정)이나
창의성(열)으로 푸는 게 아닙니다.
오차 없는 순서(Sequence)를 설계해야 합니다.
5갤런 통을 채워 3갤런 통에 붓습니다. (5갤런 통에 2갤런 남음)
3갤런 통을 비우고, 남은 2갤런을 옮겨 담습니다. (3갤런 통에 2갤런 있음)
5갤런 통을 다시 가득 채운 뒤, 2갤런이 찬 3갤런 통에 붓습니다.
3갤런 통은 1갤런만 더 들어가면 꽉 차므로, 5갤런 통에는 정확히 4갤런이 남게 됩니다.
이런 퍼즐 같은 능력이
업무 퍼포먼스와 무슨 상관일까요?
다음의 예시를 봅시다
당신은 마트 주차장의 시스템 관리자입니다.
주말 저녁,
차들이 몰려 정산기 앞에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목표는 대기 줄을 최대한 빨리 없애는 것입니다.
[시스템의 룰 (무료 주차 조건)]
다음 3가지 중 하나만 해당해도
무료 주차입니다.
회원 등급: VIP 회원은 무료.
구매 금액: 5만 원 이상 영수증이 있으면 무료.
제휴 카드: A사 신용카드를 소지하면 무료.
[시스템 제약 (알고리즘의 비용)]
이 정산 로봇은 한 번에 하나씩만
검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해당 사항이 없는 사람도 검
사를 위해 일단 멈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 VIP가 아니더라도 조회를 위해
번호를 입력하는 시간은 똑같이 걸립니다.)
A. VIP 조회: 3초 (전체 고객 중 10%만 해당)
B. 영수증 스캔: 5초 (전체 고객 중 60%나 해당되지만, 가장 느림)
C. 카드 인식: 0.5초 (전체 고객 중 50% 해당, 가장 빠름)
[질문] 정산 로봇이
A, B, C 중 어떤 순서로 검사를 해야
전체 대기 시간이 가장 짧아질까요?
(검사에 통과한 차는
즉시 출차하여 줄에서 사라지고,
통과 못한 차만
다음 단계 검사를 받습니다.)
제가 생각한 해설은 하기와 같습니다.
[잠깐! 혹시 이렇게 생각하셨나요?]
"VIP가 아닌 90%는 검사 안 하고
그냥 넘어가니까 0초 아닌가?"
아닙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if (VIP == true)
라는 코드를 실행하려면,
그 사람이 VIP인지 아닌지
데이터베이스를 뒤져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즉, 100명 모두가 일단
3초씩 써서 조회를 해봐야,
10%의 VIP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알고리즘의 비용(Cost)입니다.
로지션은 이 '검사 비용'과
검사를 통해 줄이 줄어드는 '통과 확률'을
저울질하여 최적의 순서를 찾습니다.
이것이 알고리즘적 사고입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률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규칙을 이용해
결과를 '확정(Deterministic)' 짓는
설계 능력입니다.
핵심: 불확실성을 확정으로 바꾸는 설계 (Algorithmic Logic)
문제 해결력은 막연한 재능이 아닙니다.
상황에 맞춰 꺼내 써야 할 '도구'입니다.
혹시 막히는 문제가 있다면
이 글을 다시 꺼내보시고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