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커리어를 바꿔놓은 세 번의 갈림길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당시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조언들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과거에 놓쳤던 기회들, 그리고 지금 돌아보며 느끼는 아쉬움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대리로 갓 승진했던 시절, 상무님과 1:1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열정 가득했던 나는 전기차 부품 시험 엔지니어로서 막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는데, 상무님은 내게 다른 업무를 경험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때 나는 이렇게 답했다.
"저를 믿고 이 역할을 맡겨준 본사를 위해서라도 제품 출시까지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서는 다른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제 좀 자리 잡아가는데, 갑자기 다른 업무를 맡는다면 지난 1년 반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거 아닌가? 다른 팀에 가면 굴러온 돌 취급받을 수도 있고, 성과 내기도 어려울 텐데... 또 새로운 걸 익히려면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 할 텐데, 그건 너무 힘들지 않을까?’
그때 상무님이 던진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난다.
"마찌야, 지금까지 잘해준 거 맞는데, 지금까지 이룬 건 크게 보면 별거 아닐 수도 있어. 새로운 업무는 빠르면 6개월이면 남들만큼 할 수 있을 거야. 이 팀 저 팀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두는 게 나중에 더 큰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당시의 나는 고민 끝에 지금 하던 일을 계속하겠다고 결정했다.
우리 회사 본사에는 ‘EBM(Engineering Business Manager)’이라는 독특한 직책이 있다. 직책명만 보면 엔지니어링과 비즈니스를 조율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상무님 비서와 비슷해 보였다. 그래서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이 역할이 가진 엄청난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EBM을 맡으면, 단순히 회의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상무님과 함께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고 회의록을 작성하며 각 팀의 입장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회사 내 주요 회의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각 부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와 이해상충 지점을 익힐 수 있다.
리더십이 중점적으로 보는 핵심 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
조직 내 네트워크를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다.
이 역할을 거친 사람들은 누구보다 회사 판을 잘 읽게 되었다.
2년 전 원가팀으로 이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았다.
그전까지 나는 10년 넘게 시험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제품의 테스트와 출시 승인 과정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가팀에 들어와 보니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시험 엔지니어는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철저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가 엔지니어는 그 제품이 애초에 비즈니스적으로 타당한지, 시장에서 팔릴 가격이 나오는지를 우선으로 고려한다.
이처럼 같은 제품을 두고도 부서마다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이런 차이를 미리 알았다면? 다양한 부서의 시각을 더 일찍 익혔다면? 분명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세 가지 경험을 돌아보며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하나다. 그 당시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선택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니 더 넓은 시각을 가질 기회를 놓쳤던 순간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는 용기, 조직의 흐름을 읽는 능력,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는 것은 단순한 직무 변경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더 큰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회가 왔을 때, 그저 익숙함을 지키려 하기보다는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한 발짝 나아가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당시에는 몰랐던 중요한 배움들이 있었다.
새로운 기회를 두려워하지 말 것 – 변화가 오히려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조직의 흐름을 읽는 법을 배울 것 – 다양한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회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분야를 경험할 것 – 특정 업무만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시각을 익혀야 장기적으로 더 큰 강점이 된다.
지금 내게 선택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보려고 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비슷한 기회를 만나게 된다면, 조금 더 큰 시야로 고민해보기를 추천한다.
Ps. 항상 글올리면서 읽는 분들이 공감하실까? 도움이 되실까?했는데, 지난글에서는 어느독자분이 특정주제에 대해 다뤄줬으면 좋겠다 라고 제안도 주셨다(포괄적인 주제라 추가설명을 여쭈었는데, 아직 기다리고 있지만, 이런저런 측면을 고민은 해보고있다). 뭔가 첫 소통인거 같아 너무너무 기쁘다. 혹시 다른 독자분들도 알려주시면 모르는건 꾸밈없이 모른다 하고 조금이라도 아는 건 아는만큼은 알려드릴테니 언제든 편하게 소통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