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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중 '전에도 안됐는데요' 라는 말 듣고 싶지 않다면

브런치 독자님이 질문을 해 오시다.

by 마찌

들어가기전에 당부하자면, 주고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제가 유추한 상황입니다. 이미 독자님이 시행해본 방법일수도있고, 독자님의 상황에 딱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 경험들을 비추어 '이 상황이맞고 나라면 그나마 이렇게 해볼것 같다.'라는정도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합니다. 문의하신 회의의 구체적인 방법론도 따로 나중에 다루겠습니다.


고민: 내부 미팅을 생산적으로 이끌어 가기위한 방법론을 다루어주셨으면 합니다.


1.회의 인원들의 역할.

독자님: Technical Sales 와 Project Management 가 결합 된 role을 수행하고 있음.(이글에서 제가 PM으로 호칭),

고객의 요청을 받아와서 -> 그 요청을 검토하고 프로젝트화 시켜 -> 내부 유관부서와 미팅을 통해 -> 실행/운영 하는 흐름으로 업무를 진행

미팅에는 Application Engineer(AE), Product Portfolio(Marketing) 담당자가 참여하고, PM님이 리딩.


AE: 글로벌제품을 공부해서 한국 고객에게 알맞은 제품과 기술적인 내용을 안내하고 서포트하는 역할. 한국 고객 특성 상 스펙 협의 과정이 없으며 어떻게든 제품으로 맞춰오길 바라지만, 회사는 특정 지역의 니즈를 맞춰주지 않음. 그리고 그 과정 자체를 피곤해 하심. ( 한 업무를 20년 이상 하신 분들이라 예전에 비슷한거 해봤는데 그 때도 안됐다 라는 말씀을 자주 하심. 그때는 어떠한 이유로 안됐나요? 묻고, 히스토리 파악후 당시의 실패 요인 분석해서 이번엔 다르게 진행할 수 있거나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득해도..과거 경험이 주는 거부감이 있으신듯.)


포트폴리오 마케터: 특정 제품군의 가격, 수입과정, 생산과정을 결정하는 역할

포트폴리오 마케터는 그래도 비즈니스 사이드라, AE보다는 비교적 중립인 입장.

그런데 고객이 원하는 가격이 저희 회사의 가격 정책과 갭이 클 때, 마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되면 소극적인 태도


2. 고민 세부사항

이 내부 미팅을 진행함에 있어 고민이 되는 부분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여 기입했습니다.


1) 미팅 전 : 사전 준비에 대한 팁

(예를 들어 미리 유관부서 담당자와 casual한 의견 체크 필요성, 필요하다면 어떤 내용들이 확인이 되어야 할지, 자료에서 포함되어야 할 내용 등)

2) 미팅 중 : 유관부서 입장을 조율하면서 미팅을 이끄는 팁

(제안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면 미팅이 더 이상 진전 되지 않고 끝나버리는 경우..)

3) 미팅 후 : 회의록 배포 및 Action Item Follow up 에 대한 팁


저의 회신


1. 회의 생산성 저하의 근본 원인 파악

회의가 생산적이지 않은 이유를 5 Why 분석을 통해 파악했습니다.

Why1: 왜 회의가 생산적이지 않은가?
→ 회의의 결론이 고객의 니즈에 맞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Why2: 왜 회의의 결론이 발전적이지 않은가?
→ AE가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Why3: 왜 AE가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가?
→ 과거의 실패 경험이 누적되어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 "전에도 비슷한 걸 해봤는데 안 됐어요. 이번에도 안 될 거예요.")


이러한 원인을 바탕으로, 독자님의 회의 전,중,후의 회의 리딩 테크닉보다 더 중요한것이

AE와 마케터의 동기부여와 약간의 회의 프레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 해결 방안: 오지랖 넓히기

(AE와 마케터의 업무 이해)


2.1. AE와 마케터의 업무 파악

AE의 업무: 글로벌 제품을 연구하여 한국 고객에게 적합한 제품과 기술을 안내합니다.
→ 하지만 한국 고객의 스펙 협의 과정이 없고, 지역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지 않아 AE가 부담을 느낍니다.

마케터의 업무: 제품군의 가격, 수입 과정, 생산 과정을 결정합니다.
→ 고객의 요구 가격과 회사의 가격 정책 간 갭이 클 경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해결책:

2.1.1 AE와 마케터의 자료 요청:

AE에게는 "글로벌 제품의 대략적인 제품군이나 스펙 자료를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요청합니다.

마케터에게는 "제품의 생산 공정과 수입 과정에 대한 자료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요청합니다.


→ 이때, "당신의 업무를 뺏으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더 잘 돕기 위해 배우고 싶다"는 뉘앙스로 접근해야 합니다.


2.1.2 자료를 바탕으로 공부:

(솔직히 가장 듣고싶지 않은 말일 수 있습니다. 때로는 가장 선택하기 힘든길이 결국 바른길일때가 있습니다.)

AE의 자료를 통해 "아, 이 리스트를 보고 AE가 글로벌 제품에서 유사한 제품을 추려내는구나"라고 이해합니다.

마케터의 자료를 통해 "이 표를 기준으로 생산 공정과 수입 과정을 판단하는구나"라고 이해합니다.
→ 이를 통해 회의에서 더 구체적이고 발전적인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예전에는 '고객이 이 가격을 원하는데 맞출수 있을까요?' 라면 '바쁘시니 제가 먼저 검토했을때는 이 제품은 C공정이 필요없으니 가격이 내려가는게 맞나요? 그럼 어느정도 내려갈까요?' 라고 묻게 됩니다.


2.2. 회의 프레임 변경

기존 회의: "되는 방법이 있는지 AE와 마케터가 꺼내야 하는 논의"

변경된 회의: "내가 준비한 각각의 조합들 중 어떤 이유로 안 되는지를 담당자들이 규명해야 하는 논의"
→ 예: "두분 바쁘시니 회의전에 제가 미리 글로벌 제품 후보군과 수입 절차, 생산 방법에 따른 조합을 몇 개 준비해 왔습니다. 하나씩 리뷰하면서 이 중 안 되것들이 있는지 검토해볼까요?"


회의 진행 방식:

PM님이 두분의 업무를 침해하는게 아니라, '두분을 더 돕기위해 선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전문가인 두분을 모시고 최종검토를 받고자 한다'는 AE와 마케터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주도록 공손하게 진행합니다.


예: "역시 전문가라 다르네요. 그 부분은 전혀 생각 못했어요. 정말 많이 배웁니다."
→ 이를 통해 회의록이 액션아이템이 기존에는 "마케터님이 마진이 안 맞아서 진행 가능성이 적다고 하심"에서 "생산 공정에 A를 건너뛰고, B 수입 공정으로 하면 가격이 C까지 떨어지는지 검토해 주시기로 함"으로 발전합니다.


3. Recognition 이메일: 동기부여의 핵심


PM님의 업무 바운더리를 넓혔기때문에 이렇게 하는것이 불편하게 느낄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새 방법이 본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의식을 심어주어야합니다. AE와 마케터의 동기부여를 위해 그들의 리더에게 칭찬 이메일을 보냅니다. 이때, AE와 마케터를 *숨은 참조(BCC)*로 넣어 은밀히 칭찬하는 효과를 줍니다.


이메일 예시: "김AE님께서는 제가 글로벌 제품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부분을 친절히 알려주시고, 자료도 제공해 주셔서 프로젝트 진행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김AE님의 적극적인 참여가 팀의 목표 달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김AE님의 서포트에 감사드리며, 이를 리더십에 전달드리고자 합니다."


효과: AE와 마케터는 리더에게 칭찬을 받아 자발적으로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리더가 직접 칭찬하지 않아도, 숨은 참조로 인해 AE와 마케터는 자신의 기여가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4. 고객과의 소통 강화


고객의 니즈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왜"라는 질문을 더 많이 합니다. 이를 통해 고객의 요구에 가장 적합한 제품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어떤때는 고객사가 사고를 우려해 가격만큼 내구성, Supply chain도 중요하게 생각할수있습니다.

예시:"고객님의 니즈에 가장 유사한 제품은 A입니다. 이 제품은 안정성과 가격 면에서 우수합니다. 만약 스펙이 똑같은 제품을 원하시면, 독일 팀의 추산 기준으로 x 비용과 y 시간이 소요됩니다."


5. 소극적인 AE에 대한 대처


소극적이게 된 가장 큰이유는 잦은 실패경험입니다. 노력을 한것에 비해 실패의 상처가 크게 받은것이 반복되니. '다시 상처받고싶지않아' 라는 자기보호 반응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실패 경험으로 인해 소극적인 AE에게는 적은 노력 대비 성공 보상을 제공합니다.

최악의 경우 처음에는 거의 떠먹여주듯이 해야할 수 있습니다.


예시:

"제가 오늘 회의 내용을 정리해서 독일과 중국 팀에 보낼 요점을 준비해 드릴게요. 복사해서 붙여넣기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추가 질문이 오면 제가 대답할게요."
→ AE는 최소한의 노력만으로도 성공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성공 경험 누적:

본인의 기대와 다른 회신과 진행 몇 번의 (성공)경험을 통해 AE는 "김PM과 일하면 뭔가 일이 되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이는 AE의 태도를 점차 바꾸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무리 - 추가 노력의 보상


위의 방법들은 엄청난 추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만큼의 보상도 따릅니다.

업무 이해도 상승: AE와 마케터의 업무를 이해함으로써, 다른 PM보다 성공률이 높아집니다.

경쟁력 강화: 업무 이해도가 높아지면, 다른 팀이나 고객사, 협력사에서도 제의가 들어옵니다.(저도 실제로 미국에 오려는 시기 같은 회사 유관부서 세군데 그리고 협력사 오퍼가 왔습니다. 업무바운더리가 넓고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은것이 큰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연봉 상승: 여러 곳에서 제의가 들어오면, 현재 팀에서도 위기감을 느끼고 더 좋은 대우를 해줍니다.

ps, 조언드리려 시작한 연재가 막상 의견 드리려니 내가 너무 주제넘었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리고, 불분명한 내용이나 추가적인 문의도 답글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추가로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업무 바운더리를 넓히면 친하던 동료들마저 생각한다고 '네가 나중에 너무 실망할까봐 그래' 라는 식으로 만류할 수 있습니다. 절대로 절대로 동요하지말고 딱 3개월만 해보시면 차이를 느끼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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