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나에게 주어진 감사함을 쉬이 놓친다

감사함을 모르고

by 조매니저

싱가포르는 나라 자체가 작고 심심하다.

30대 중반이 된 지금 되돌아보면

지루하다고 느낄 만큼 조용하고, 안정되고, 여유로운 좋은 나라지만,

20대였던 나에게는 너무 심심하게만 느꼈졌다.


분기마다 주변 동남아 여행을 다녔고 야근이 없어 온전한 저녁 시간을 가졌으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순하고 나이스한 것이 복인지 몰랐다.


청춘은 나에게 주어진 감사함을 잘 모른다.
그래서 그 감사함이 주어졌을 때 쉬이 놓쳐버린다.
그래서 청춘일까,
아님 그것이 청춘일까
요즘은 그 기준이 조금 아리송하다.


그래서 한국 지사로 들어오게 됐을 때

뭔가 대단히 신나는 일들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한국의 다양한 미용, 시술, 놀거리, 또래 친구들, 미술관, 전시관, 액티비티 등이 날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신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긴 했다.


하지만 돈을 내지 않으면 내 손 끝에도 닿지 않는 것들이었다.



싱가포르에서 4년여 기간 동안 너무 행복하게 살았나 보다.

한국의 많은 편리함은 돈 있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것들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싱가포르에서는 "한국인 프리미엄"이 붙어 월급이 꽤 괜찮았고,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은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사용하는 파트너들도 관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랭귀지 프리미엄을 붙여 월급을 조금 더 줬다. 그래서 OT(추가 근무), 주말 근무, 공휴일 근무 등을 진행하면 월 4,000 SGD이상 월급이 들어왔다.

(당시 1 SGD = 820-830원)


그 덕에 나의 가치가 그 금액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 지사로 이동하니 랭귀지 프리미엄이 사라졌고

한국 첫 월급 실수령은 싱가포르 지사보다 떨어진 230만 원 정도였다.


“회사”입장에서

한국에서의 나의 가치는 그 정도였던 거다.


월세 내고 생활비를 지불하니 날 기다린다고 생각했던 다양한 대한민국의 편리함과 선진 문화는 내 손 끝에 닿을 수도 없이 먼 곳에 있었다.


그 정도가 “사회”에서 평가하는 나의 가치였다.


[당신의 가치는 돈으로 평가할 수 없어요.]와 같은 감성적인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사회에 나와봐라.

나의 가치는 그렇게 평가된다.

그러니 냉철히 판단해라.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와 사회가 평가하는 나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이 내가 한국에 돌아와 한 달 안에 느낀 감정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 그렇게도 많이 국밥을 먹었다.

당시 만원 한 장으로 뜨끈한 한 끼를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음식이었다.


다시금 생각해 보면

국밥이 아니라

내가 기대했던 한국 생활과 현실사이의 괴리감을

시원하게 말아먹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의 한국 생활이 시작 됐다.

매거진의 이전글4년하고 몇 개월 만에 한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