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환상 속의 방랑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Dyspnea#91

by Man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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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와 있다. 어제 어머니가 나를 차로 데려다주었는데 어머니가 오늘 확진되었다고 해서- 다른 증상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일단 나도 목이 간 거 같아서 혹시 몰라 왔다. 이번 주 일정이 시험에 결혼식에 남의집에 친구들과 놀러 가는 것까지 많은데 확진되면 많은 일정이 빠그라져서 그게 걱정이다. 차라리 확진이 된다 해도 아무 약속 없을 때 확진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전에도 얘기했었지만 이게 그냥 감기인지 아니면 코로나인지를 검사하기 전에는 구분할 수 없다는 게 문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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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 항원 받으려는 사람들이 꽤 많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 중에 확진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잖아? 그리고 의사 선생님들도 계속 코 파 주는데 그러다 걸리면 우째? 여기서 기다리다가 걸릴 수도 있겠구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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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리고 이럴 거면 그냥 감기랑 똑같이 취급하면 안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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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뚫은 지 한참 되었는데 아직 기다리고 있다. 보통 음성이라면 그냥 음성입니다 땡땡하고 가세요 하고 보내주지 않나? 왜 진료실 뭐를 기다리라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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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이군. 하.. 들어가기가 싫다. 오늘 날도 좋고 햇빛도 좋은데 좀 걷다 들어가면 안 되나.. 마지막으로 밥이라도 밖에서 먹고 들어가고 싶다. 마지막 만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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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이 점점 잦아진다. 참 이상한 게 이게 아프다 아프다 카니까 그래서 아픈 건지 아니면 진짜 아픈 건질 모르겠네. 피그말리온인지 플라시보인지 뭐시깽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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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첫날의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가는군. 딱히 뭔가를 크게 하진 않았다. 격리를 했던 친구들과 전화를 해서 어떻게 지내야 알차게 지낼 수 있는지 물어보고- 이번 주에 결혼하는 친구한테 못 갈 거 같다고 얘기하고.. 커피 수업을 해주는 선생님한테 이번 주 시험 못 볼 것 같다고 얘기하고.. 이번 주에 속초로 놀러 가기로 한 친구들한텐 못 갈 거 같다고 얘기하고.. 내일 참여하는 일정이었던 남의집도 호스트 분께 못 간다고 하고.. 하ㅠ 흠. 어머니랑 안부도 주고받았다. 어머니도 괜찮으시다고. 나는 다행히 무증상이긴 한데- 무증상이면 3일 이렇게만 격리하면 안 되나ㅠ 아무리 생각해도 일주일은 좀 긴 느낌이 있는 것 같아ㅠ 그래도 다행인 건 오기 전에 책을 새로 싹 빌리고 와서 읽을 책은 많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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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 혼자 환상 속의 방랑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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