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spnea#96
0831
격리의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0913
1년 이상 열정을 쏟았는데도 변화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면 결국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결국 그만큼이기 때문에 나 역시도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나는 이 정도의 사람인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0942
이전에는 블로그를 한 달마다 조회 수 정산을 한 적이 있다. 그땐 앞으로 언제쯤이면 그래도 500은 되겠군- 흠. 하는 이야기들을 적었다. 블로그에 하루에 적어도 한 포스팅을 한지 오래되어 계속해서 내 글들은 쌓여가지만 여전히 하루 조회 수는 200 정도에 머무른다. 내가 월간 정산을 안 한 지도 이미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그동안 아무런 성장도 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예전엔 욕심도 났다. 왜 300을 못 넘지, 왜 이웃 숫자가 안 늘지, 왜.. 왜..? 요즘은 그런 생각이 잘 들진 않는다. 그냥 내 능력 혹은 내 글들이 이 정도 수준인가 보다- 정도로 생각한다. 멍청해 보일 수도 있고 안일해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모르겠다. 그냥 난 태생이 조회 수 200 정도의 사람인 거고. 더 잘 되긴 어려운 사람인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내가 매체를 잘 이용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고, 들이는 시간 대비 창출을 생각해 본다면 무용에 가까운 글들을 써 내려가지만 그게 나의 최선이고 그게 나인 것 같다. 그래도 블로그 글들을 좋게 봐주시고 꾸준히 봐주시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그나마 힘이 난다. 블로그로 부수입을 얼마 벌었다고 강의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떻게 해야 이웃들이 늘어나는지에 대해 강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것들이 무슨 소용 인지도 잘 모르겠다. 물론 내가 그들만큼의 좋은 정보의 글들과 사진을 찍지 못해 그저 200 따리 정도에서 머무르고만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애초에 내가 블로그에 글을 이렇게 올릴 수 있는 원동력 자체도 그런 것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내가 이웃 숫자나 조회 수 같은 것들에 조바심 내거나 연연했다면 애초에 이렇게 오랫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은 할 수 없었겠지. 마케팅적으로는 너무나도 꽝인 사람이겠지만- 적어도 난 나에게 부끄러운 글을 쓴 적은 없다는 것에 만족한다. 애초에 그런 사람도 되지 못하고 그게 나의 그릇 인지도 모르겠지만. 모르겠다 나도. 이 태도가 맞는 건지 아니면 틀린 건지. 그냥 누군가는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할 뿐이다. 누군가는, 언젠가는- 이 생각도 언제나 불안함을 동반하지만.
0956
난 나 자신 스스로에 대한 자신은 언제나 있다. 때로는 그것이 오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 깨질지는 잘 모를 만큼 허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1001
내 가장 큰 문제는 이 세상에 같잖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같잖다. 하지만 같잖다면 최소한 겸손은 했으면 하는 거다. 왜 이렇게 같잖은 줄 모르고 까부는 걸까. 사짜들. 사짜들이 판치는 이 세상. 난 그런 사람들을 그리고 그런 세상을 보고 있는 게 나 스스로에게 너무 힘들다. 이 생각을 누군가 들으면 위험한 생각이라고 하겠고 사람에 대한 생각들은 나이가 들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내 생각은 그렇다. 어쩌겠는가. 이게 내 솔직한 생각인 것을.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이 세상 도처에 널려있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자기가 아는 세계와 지식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인 마냥 까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랑은 말 섞는 1분도 아깝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사람들이 이 세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지만. 제발 좀 겸손 좀 했으면! 얼마 전 했던 모임에서 계속 반복해서 자기는 책을 정말 많이 읽는다, 오늘도 읽고 왔다- 이런 이야기를 몇 번을 언급하는 사람이 있었다. 취기가 도는 자리였고 그 이야기를 책 얘기만 나오면 끝도 없이 반복하길래 너무 궁금해서 물어봤다. 아니 대체 몇 권 읽으시는데요? 그랬더니 3월까지 열다섯 권 읽었단다. 열다섯 권! 물론 책을 몇 권이나 읽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고작 한 달에 다섯 권 남짓을 읽으면서 저 얘기를 반복해서 한다고? 내가 3월까지 읽은 책만 서른 권이 넘는데! 책의 권수를 많이 읽는 건 하등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기가 막혀서..! 이렇게 말하는 나도 겸손한지 모르는 것일까? 그렇게 느낀다면 내가 할 말은 없지.
2001
이제 4시간 뒤면 격리가 해제된다. 후후… 드디어 자유의 몸. 근데 사람이란 게 참 웃긴 게 그렇게 해제가 되기를 몸이 뻐근해서 기다렸으면서도 또 해제된다고 하니까 막상 또 뭐랄까.. 왜 섭섭해..? 언제 내가 또 사회에서 격리되어 일주일을 보내볼까 싶은 생각과 그 일주일을 잘 보낸 걸까 싶은 마음-
2359
자 1분 남았습니다! 근데 참 웃기는군. 1분이 뭐라고 나를 자유의 몸과 아닌 몸으로 차이를 만드는 걸까.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담배를 피우고 동네 한 바퀴를 걷고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사고 한 캔 쭉 들이켜고 자야지. 격리의 밤을 그렇게 마무리해야지. I’m Free!
0011
세상은 여전히 똑같구나. 내가 일주일 동안 이 세상에 없었는데도 그저 똑같이 흘러가고 있구나. 그러고 보면 이 세상에선 내가 죽었다가 부활한 느낌인 것 같아. 그렇다고 한들 어떤 영향력도 행사한 건 없겠지만. 내가 없어도 친구들끼리는 놀러 갔다 왔고, 내가 없어도 시험은 진행이 되었고, 내가 없어도 결혼식은 진행이 되었지. 내가 없어도 세상은 별문제가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