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spnea#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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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면접을 보는 날. 아침 6시 반쯤 일어났나. 11시 면접인데 벌써부터 떨리기 시작한다. 오늘 많은 것이 걸려있고,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중요할 테니- 그것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계속 돌려보는 중. 사람들은 흔히 공무원 시험에서 면접을 가면 배수가 1.3:1 이렇게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들 하는데- 1.3:1이어도 결국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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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면접을 위해 우황청심환 구매 완료. 청심환도 종류가 여러 개 있는데 구천 원 정도 된다. 가장 좋은 건 만 원인데 차마 만 원까진 못 쓰겠는 현실에 웃펐네. 어떻게 보면 중요하디 중요한 면접에 천 원을 더 못 쓸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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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을이 아니다. 그들도 필요한 거고, 나도 필요한 서로 동등한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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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을 보고 나와서 딱 든 생각. 안됐다 이건. 안됐어. 면접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이제는 어떤 긴장을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그냥 내가 문제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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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련해야 하는데 좌절감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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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성? 상품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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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아무런 미련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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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 손에는 장우산이 걸려있다. 쨍쨍한 햇빛, 비라곤 오지 않을 것 같은 날씨. 어느 멍청한 누군가의 말에 바보처럼 우산을 챙겼다. 지금의 나를 누군가가 보기에는 미련하게 보겠지. 그게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정확한 문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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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유보해야겠구나. 그들의 왁자지껄한 대화에 내가 끼어들 틈을 만들지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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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시간은 차갑다. 온몸에 열이 나고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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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도 내게 사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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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가 써놓은 메모들을 보다가 프로이트가 썼다는 글을 읽었다. 청년기의 성숙은 일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말대로면, 나는 성숙하긴 글렀군.
2225
집에 와서 마음을 조금 추스르며 다시 생각을 한다. 내 이력서에 허점이 너무 많았어. 그건 이력서의 문제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내가 쌓아온 ‘이력’들의 문제였다. 그건 어쩔 수가 없는 거잖아?라고 자위해 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