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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Ah Jul 10. 2022

기다리는 시간은 차갑다

Dyspnea#175



0758

2차 면접을 보는 날. 아침 6시 반쯤 일어났나. 11시 면접인데 벌써부터 떨리기 시작한다. 오늘 많은 것이 걸려있고,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중요할 테니- 그것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계속 돌려보는 중. 사람들은 흔히 공무원 시험에서 면접을 가면 배수가 1.3:1 이렇게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들 하는데- 1.3:1이어도 결국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잖냐. 



0942

오늘의 면접을 위해 우황청심환 구매 완료. 청심환도 종류가 여러 개 있는데 구천 원 정도 된다. 가장 좋은 건 만 원인데 차마 만 원까진 못 쓰겠는 현실에 웃펐네. 어떻게 보면 중요하디 중요한 면접에 천 원을 더 못 쓸까 싶기도 하고.



1024

나는 을이 아니다. 그들도 필요한 거고, 나도 필요한 서로 동등한 관계다. 



1128

면접을 보고 나와서 딱 든 생각. 안됐다 이건. 안됐어. 면접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이제는 어떤 긴장을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그냥 내가 문제인 거다. 



1137

후련해야 하는데 좌절감만 남아. 



1318 

상품성? 상품 가치? 



1329

오히려 아무런 미련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1428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 손에는 장우산이 걸려있다. 쨍쨍한 햇빛, 비라곤 오지 않을 것 같은 날씨. 어느 멍청한 누군가의 말에 바보처럼 우산을 챙겼다. 지금의 나를 누군가가 보기에는 미련하게 보겠지. 그게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정확한 문장이지 않을까.



1442

이번에는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유보해야겠구나. 그들의 왁자지껄한 대화에 내가 끼어들 틈을 만들지 못했구나. 



1740

기다리는 시간은 차갑다. 온몸에 열이 나고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2104

담배도 내게 사치야 



2203

예전에 내가 써놓은 메모들을 보다가 프로이트가 썼다는 글을 읽었다. 청년기의 성숙은 일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말대로면, 나는 성숙하긴 글렀군. 



2225

집에 와서 마음을 조금 추스르며 다시 생각을 한다. 내 이력서에 허점이 너무 많았어. 그건 이력서의 문제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내가 쌓아온 ‘이력’들의 문제였다. 그건 어쩔 수가 없는 거잖아?라고 자위해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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