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Dyspnea

더 좋은 것들을 해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Dyspnea#37

by Man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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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눈이 많이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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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동을 거쳐 부천 중동을 거쳐 왕십리로 친척들을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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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집에서 나온 길에 눈이 쌓인 집이 이뻐서 사진을 찍는데 어머니는 저걸 찍을게 뭐가 있어서 찍니?라고 했다. 어플로 살짝 손을 만진 후 사진을 보여주니 이래서 사진은 믿을게 못된단다. 그걸 볼 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 다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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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리 집이 화목한 가정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다른 가정을 보면 우리 가정 정도면 꽤 화목한 가정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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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설이기도 하지만 음력으로 생일을 쇠는 아버지의 생신이기도 하다. 2주 전부터 이속우화라는 곳을 내가 사겠다고 가자고 보챘다. 아버지는 그 비싼 곳을 뭐하러 가냐- 삼겹살이나 먹으러 가자고 싫다고 했지만 일부러 강행했다. 물론 생일에는 본인이 먹고 싶은걸 먹는 게 좋은 걸 수도 있겠지만, 삼겹살은 언제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고- 저런 곳은 이런 날이 아니면 갈 생각도 못할 텐데. 이런 날도 못 가면 어쩌겠는가.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진짜 비싼 곳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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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이모까지 함께 가서 30만 원 돈이 나왔는데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앞으로 이런 맛있는 것들, 그리고 비싼 것들을 부모님과 함께 더 자주 먹으러 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아버지도 63세, 머리도 희끗희끗하고, 허리는 굽었고, 피부에는 나도 몰랐던 새에 검버섯도 피어 있었다. 환갑도 못 챙겨드린 것도 죄송하고, 솔직히 말해 앞으로 아버지의 그리고 어머니의 생신을 몇 번이나 더 마주할지도 모르는데. 못나고 철없고 성공하지 못한 자식을 만나 더 좋은 것들을 해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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