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spnea#47
0829
1/160이고 85mm고 iso200이고 F1.8이고 피사체 앞에서 그런 건 모두 의미를 잃어버린다. 오직 본질만을 남겨야 한다.
0921
날씨가 많이 풀렸다. 이제 3월에 온다는 꽃샘추위 정도만 지나면 이 겨울의 추위도 끝일까? 아니면 그전에 한 번 더 추워질까? 벌써 2월도 끝나간다는 생각에 생각이 많아진다. 개파카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올해 겨울 나는 패딩을 딱 2번 입었다. 초가을부터 지금까지 나는 내내 개파카만 입고 다녔다. 오리지널을 25만 원인가 주고 산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도 한참 개파카의 가격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나는 이미 25만 원의 뽕은 뽑을 만큼 뽑았다. 마음 같아선 하나 더 사고 싶다. 개파카에 대한 호불호는 나뉘지만 이만큼 전천후 아우터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카키색 바지와 같이 입기 어렵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개파카의 단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스타일이 맞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이겠지만 말이다. 댄디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데 개파카를 입으라고 할 수는 없겠지. 어쨌든 나는 개파카를 몇 벌 더 소유하고 싶다.
0925
위의 이야기와 더불어 하나 더 이야기한다면 -개파카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요즘은 옷에 대한 욕심이 크게 들진 않는다. 옷을 안 산지 오래되었다. 잘 보일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어차피 옷 잘 입어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그저 신발 몇 개와 시계나 더 사고 싶을 뿐.
0945
10분을 일찍 나오고 안 나오고의 차이는 정말 크다. 10분 일찍 지하철을 탄 날은 내리고서도 느긋하게 걷는다. 조금 더 주변을 돌아보며 걷는다. 내가 한없는 농땡만 치지 않는다면 어차피 시간 내에 출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오른쪽에 서서 간다. 10분 늦게 나오면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왼쪽으로 사람들을 스치며 뛰어 올라가고 계단 역시 두 칸씩 뛰어 올라간다. 한없는 농땡이 아니라 아주 잠깐의 한눈만 팔아도 출근 시간에 늦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걸음을 서두른다.
0951
그러고 보니 종로 3가에서 내려 회사까지의 출근길에 대한 단상을 글로 옮겨보겠다고 한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적지 않았네.
1940
요즘 내 지하철 좌석 레이더가 많이 오작동함을 느낀다. 예전에는 그래도 내릴 사람을 곧잘 찾아 그 앞에 섰는데 요즘은 곧 내릴 것 같은 사람 앞에 서도 미사역까지 간다. 종점이 내리는 역인 나한테는 그닥 좋지 않은 상황이다. 나보다 늦게 탄 사람들도 앉는데 나만 못 앉고 서있다. 이럴 땐 앞에 사람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물어보고 싶다. '어디서 내리세요?' 단 일곱 글자로 만들어져 있는 마법의 문장. 예전에 갖고 싶은 초능력에도 껴있던 지하철의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어느 지하철역에서 내리는지 볼 수 있는 그 능력을 겨우 단 일곱 글자와 실례만 무릅쓸 철면피만 있다면 이 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괜히 이번 역에서 어느 좌석이 비는지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될 텐데.
2156
친구들이랑 이번 주 일요일에 현대건설이랑 도로공사 여배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코로나로 20일까지 경기가 멈춘다고 한다. 재작년이었나? 김연경과 쌍둥이 자매가 있는 흥국생명 경기도 보기로 했었는데 나만 일정이 되지 않아 가지를 못했다. 이번에는 보러 가나 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2200
최민정은 은메달을 따고 엄청 울었다. 세계 랭킹 2위도 저렇게 서러울 수가 있구나.
2215
아아- 그러고 보니 오늘 대통령 토론이 있었지. 나중에 유튜브로 정리된 걸 들어야겠다.
0111
보통 지하철 출근길에 생각이 많아지고, 이 시간 즈음에 내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 같다.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과 하루가 끝나가는 시간. 그 둘의 시간에서야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여력이 생기는 거겠지. 글 쓰는 것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글을 완성 지어놓고 끝낼 때도 있고 부러 글을 미완으로 끝내 놓기도 한다. 미완으로 끝내 놓는 경우는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단순하게 글을 쓰다가 갑자기 다른 걸 하게 되었을 때고 두 번째로는 글을 작성한 시점과 인터넷에 올리는 날에 시차가 있으니 우선 큰 줄기만 써놓고 시간을 두고 다시 그 생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정리하라는 의미가 있다. 후자인 경우에는 글을 쓸 때 살을 조금씩 덧붙여 다시 문장들을 만든다. 그러니까 타임라인으로 정리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찌 보면 명확히 그 시간에 내가 쓴 글들은 아니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그 감정들만큼은 그 시간에 느낀 것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