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만얼 Jun 22. 2020

커피따라 세계일주 - 프라하, 리퍼블리카 커피

Prague, Republica Coffee


화창한 오후, 맑고 깨끗한 하늘이 보이는 날이었다. 이 날은 혼자서 세 곳의 카페를 다니면서 너무나도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많이 했다. 그 첫 시작이 바로 이곳 Republica Coffee 였다. 이곳은 다른 카페의 바리스타들이 추천해준 곳이었는데, 새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좋은 커피가 있는 곳이라는 설명을 들었기에 기대가 가득했다. 




(c)Republica Coffee cz, Facebook





들어가는 입구의 간판부터가 특이했던 카페는 그 기대를 더 커지게 만들어줬다. 카페 이름의 모양으로 구멍이 뚫린 철판이 정면을 바라보게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옆을 바라본 채로 벽에 붙어있었다. 그런데도, 글자가 잘 읽혀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입구에 있는 작은 의자부터 창문에 붙어있는 그림과 밖에서 봤을 때 내부가 어떻게 보일지 고민한 구도까지 많은 것을 신경 썼다는 티가 났다. 


(c)만얼 | 카페 앞쪽 바 부분



기계와 커피의 상관관계


에스프레소 머신과 커피 그라인더가 눈에 띄었다. 두 가지 모두 고가의 모델이었는데, 그것만으로 약간의 신뢰도는 상승한다. 카페를 갈 때면 습관적으로 기계에 먼저 눈이 간다. 에스프레소나 그라인더는 어떤 회사의 어떤 모델을 쓰는지, 가격대는 얼마 정도인지 가늠하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싼 차를 타면 승차감이 좋은 것처럼 비싼 기계를 사용하면 커피도 더 맛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커피도 음식이기 때문에 좋은 기계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원재료인 커피 자체의 품질이다. 그럼에도, 좋은 기계가 있으면 커피가 가진 잠재력을 꺼내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저절로 눈이 갈 수밖에 없다. 물론, 비싼 외제차의 핸들을 면허조차 없는 사람에게 맡겨봐야 쓸모없는 것처럼 아무리 비싼 머신이더라도 그 특징을 알아주지 못한 채, 품질이 떨어지는 커피를 사용하는 카페에 있으면 무의미하다. 




(c)만얼 | 카페 안에서 바깥쪽으로 봤을 때



카페가 꽤 조용해서 커피를 바로 주문할 수 있었다. 에스프레소 커피 원두를 블렌드 커피와 과테말라 싱글 오리진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과테말라로 주문했다.



(c)만얼 | 커피와 명함



주문을 하고, 편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혼자 카페에 갔기 때문에 훨씬 더 여유롭게 그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그날은 각자 자유시간을 즐기다가 저녁 식사시간에 맞춰서 만나기로 했다. 각자의 여행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간 다니면서 아쉬웠던 것들을 보충하자는 의미였다. 나는 관광지나 미술관 같은 장소보다 조용한 골목길에 있는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한 친구는 미술관을 좋아했으며, 다른 한 친구는 못 가본 관광지를 가보고 싶어 했다. 


이때다 싶어, 카페에 조용히 앉아 글을 쓰면서 지난 여행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유명하다고 하는 것들을 보지 않아도 그냥 그런 시간이 좋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가벼운 사건들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작은 하늘색 잔에 에스프레소 한 잔이 나왔다. 이 커피는 지금까지도 생생한 느낌이다. 다른 단맛이나 산미를 제쳐두고 압도적으로 느껴지는 오렌지 향이 신기하기만 했다. 마치 커피가 입 안에 들어오고 나가면서


"안녕, 나는 오렌지야!"


"잘 있어. 나는 오렌지였어!"


라고 인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 강한 오렌지향이 빠르게 들어왔다가 나가는 느낌이 너무나도 오묘하고 신비로웠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서 순간 멍 했다. 마치 불꽃놀이와 같이 강렬한 느낌에 잠깐 어딘가에 다녀온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 뒤에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예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c)만얼 | 벽면과 테이블 모든 것에 정성스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흰색 페인트로 칠해진 벽 군데군데 포인트가 되는 재미있는 그림들과 소품이 걸려 있었다. 테이블 위엔 작은 병정 인형이나 예쁜 설탕 병 등이 있기도 했다. 밖이 잘 보이는 커다란 창문 옆으로는 편안한 소파가 있어서 밖을 보면서 책을 읽거나 쉬기에 좋을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고, 정성이 담긴 인테리어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다음 카페로 출발해야 했다. 카페를 떠나기 전에 바리스타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커피가 정말 놀라웠어요! 오렌지 향이 직설적이던데, 이렇게 캐릭터가 확실한 커피는 처음 마셔봅니다"


"고마워요, 잘 맞췄네요! 이번에 새로 로스팅한 커피인데, 저도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여행을 왔나요? 이 동네는 관광객이 찾아오기 힘든데, 어떻게 찾아왔어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왔어요. 카페를 이곳저곳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다른 곳에서 추천해주셨어요"


"반가운 소식이네요! 좋게 봐줘서 고맙기도 하군요. 저도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잠시만요 저도 다른 곳을 추천해줄게요"



함께 구글맵을 들여다보며 카페를 찾았다. 바리스타는 본인이 추천해주려고 했던 곳을 모두 가보거나 가려고 계획 중이라는 것에 놀라며 함께 웃었다. 커피를 진짜 좋아하는 것 같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주어 바리스타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카페에서 나섰다. 

만얼 소속리을빌딩세입자1F
구독자 305
이전 08화 커피따라 세계일주 - 프라하, 원십 커피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커피따라 세계일주 -유럽편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다른 SNS로 가입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