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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Sep 07. 2020

커피따라 세계일주 - 커피가 이끌어준 미국행

커피따라 미국으로 가게 된 이유



너 나랑 공모전 하나 해볼래?



어느 날, 대학교 새내기 시절부터 함께해온 친구가 물었다. 


"너 나랑 공모전 하나 해볼래?"


뜬금없었지만, 단박에 "그래. 마침 졸업 전에 심심한데 해보자"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고 나서 어떤 공모전인지, 몇 명이서 하는지 그리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물었다. 친구는 이미 그 공모전에 대해서 조사를 많이 했으며, 이미 다른 후배와 함께 도전해보자고 결심한 뒤에 각자가 한 명씩을 구해오기로 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내가 제일 먼저 생각났단다. 다른 후배도 섭외하는 데 성공했으며, 그렇게 총 4명의 파릇파릇한 대학생이 모였다. 바로 이 4명이 미국 이야기의 중심이자 주인공이다. 


(c)만얼 | 뉴욕, 4명의 주인공


우리가 도전했던 공모전은 바로 'LG글로벌챌린저'라는 꽤나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학생 공모전이다. 4명씩 팀을 이룬 대학생들이 직접 탐방하려는 주제와 국가를 정해서 제안서를 제출하면,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심사를 통해서 기회가 주어진다. 사회 곳곳에서 CSR(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대기업 LG에서 매년 대학생들에게 해외 탐방 기회를 제공해왔던 공모전이다. 공모전에 대해서는 인터넷에서도 매우 잘 나와있으며,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 대학생이 있다면, 꼭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각설하고, 삼삼오오 모인 4명의 주인공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셀 수 없이 주제가 바뀌기를 반복하다가, 공교롭게도 마지막으로 선택된 주제는 '커피'였다. 그러나, 커피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던 그때의 나는 오히려 커피에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이었다. 이미 한국의 커피 시장과 시스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팀원들과 치열한 의논 끝에 결국 그 주제로 도전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외국의 다양한 카페를 합법적(?)으로, 심지어 비용을 지원받아서 가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투지가 끓어올랐다.





커피 찌꺼기로 만드는 친환경 잉크


우리의 주제는 <커피 찌꺼기로 친환경 잉크를 만들어보자>였다. 콩기름 잉크처럼 친환경적이고 인체에 무해한 잉크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던 것이다. 사실, 커피 찌꺼기는 에스프레소를 뽑고 난 후에 남은 물기를 머금은 커피 가루일 뿐이다. 결국에는 잘 뭉쳐진 커피 가루에 고압, 고온의 물이 지나갔을 뿐이지, 그 안에 영양소나 섬유질 등이 전부 파괴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커피를 추출하고 나면, 사용한 커피의 99.8% 정도가 그대로 찌꺼기로 남는다. 즉, 그만큼 활용할 수 있는 영양소와 재원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현재 여러분들이 매일같이 즐기는 커피 시장의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미 한국의 커피 시장 규모는 10조 원이 넘어간다. 잘 감이 오지 않는가? 자, 커피 소비량을 따져보면 국민 1인당 연간 353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고 하면 어떤가. 세계 평균 1인당 소비량이 약 130잔 정도라고 하는데, 한국은 세 배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 현대제철에서 커피 찌꺼기를 재자원화 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도 시작했다고도 한다. 



(c)만얼 | 미국의 한 친환경 잉크 업체에서 인터뷰


미국의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친환경 잉크를 실제로 만들어낸 논문을 발견한 우리는 미국을 목표로 모든 것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설명하자면 글이 끝도 없이 길어질 것 같으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결론은, 우리는 합격했다. 장장 1년 가까이 되는 준비와 심사, 면접 끝에 합격을 했고, 항공과 숙박, 식사 모든 것들을 지원받으면서 미국의 각종 연구기관과 대학, 회사, 그리고 많은 스페셜티 카페를 다녀볼 수 있게 된 것이다. 





(c)만얼 | 미국에서 갔던 카페


그중에 카페는 Verve Coffee Roasters, Intelligentsia, Go Get'em Tiger, Stumptown Coffee Roasters, Sight Glass, Four Barrel Coffee, La Colombe 총 7군데를 다녀왔다. 단순히 놀러 간 것이 아니라서 바리스타들과 커피 잡담으로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즐길 수는 없었지만, 인터뷰를 핑계 대며 바리스타들에게 말을 건네고 그들의 커피 이야기와 친환경적인 커피 찌꺼기 처리 방법에 대한 생각 등을 물어볼 수 있었다.


커피따라 세계일주 미국 편에서는 현지 카페 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과 나누었던 이야기 외에도 미국을 처음 가 본 사람 입장에서 그 국가에 대해 느낀 것들을 가볍게 풀어볼 생각이다. 2주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여행해야만 했던 이유와 LA,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뉴욕을 다니면서 느꼈던 미국 서부와 동부의 차이, 그리고 멋진 관광지와 맛있는 음식 이야기까지. 


여러분들도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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