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현적,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였다

by 매너티연


인간은 기본적으로 나르시시즘이 탑재된 상태로 탄생한다. 태어나는 순간 온갖 보살핌과 사랑을 받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자기애가 유년기 시절, 청소년기 시절 건강하게 자리잡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

불건강한 나르시시스트를 통해서 타인을 위협하고, 착취하고, 은근하게 수동공격을 일삼으며 타인을 통제하고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 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필자는 어린 시절에 칭찬을 마구 듣고 자랐다. 피아노를 치면 피아노를 잘 친다고 하고, 그림을 그리면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주었다. 그러나 내 감정에 대해선 공감받고 위로, 격려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만 인정받을 수 있는 것들을 통해 나 자신을 증명하려 했다. 그래서 무의식에 완벽주의가 자리 잡았다. 나의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자기애는 건강하지 않았다. 어떨 때는 외현적 나르시시스트 같은 면모를 보였고 사람과의 깊은 관계에서는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의 면모를 보였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다단한 성격이었다. 건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르시시즘 스펙트럼이 다양했던 것이다.


성인이 되어 건강한 자기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건강하지 않은 내현적, 외현적 나르시시스트가 되는 원인에 대해 깨달은 점이 있다.


첫째, 확대된 자의식이다. 자신은 완벽해야 하고, 일을 잘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하고,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둘째, 인생이 타인의 평가와 인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 자기기만이 일상이다. (예를 들면 싫은데 좋은척하고, 하기 싫은 일인데 사회적 시선을 위해서 억지로 하는 등)

셋째, 피해자 의식이 있다. 나는 괜찮은데 사람들이 이상하다. 사람들이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지 내가 주는 것은 아니다.

넷째,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과하게 친절하고 배려한다. 사회적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다섯째,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 (이게 가장 크다)


나르시시즘으로부터 극복하기란 쉽지 않지만 건강한 자기애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했던 방법


1. 일기 쓰기

넷플릭스 시리즈 '안나'에서 수지가 한 대사가 있다.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누가 보지 않을 일기장에도 들키기 싫어 자신마저 속인다는 인간의 모순된 행동을 말한다.
건강한 자기애는 자기 자신에게 잔인하게 솔직해야 한다.
사회가 외면하고 회피하는 욕구마저도 인정해야 한다.

2. 욕구(좋고, 싫음) 명확하게 정하기

사람들 많은 곳이 싫어, 가식적인 게 싫어, 인정받고 싶어, 능력 있어 보이고 싶어.. 등등 욕구를 투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3. 생산적인 취미 가지기

언어 배우기, 좋아하는 운동, 악기 배우기, 루틴 만들기 등
타인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되는 자신만의 취미를 선택하기

4. 사람들과 만나고, 여행을 다니고 책을 읽으면서 의식을 확장하기

자신이 얼마나 무지하고 무능력한지 끊임없이 깨닫게 되고 겸손한 태도를 갖추게 된다.
(선택적이지만 자기 객관화에 도움이 된다.)



현재도 가끔 외현적 나르시시스트가 튀어나온다. 건방진 태도나 모든 사람들이 나보다 덜 떨어져 보인다는 듯한 행동 말이다. 하지만 외현적 나르성향이 튀어나올 땐 주의하지 않는다. 이런 자기애가 비대해지는 배경은 보통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사람들을 멀리할 경우 자아가 비대해진다. 그래서 외현 나르 성향은 나의 경험상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다시 인식하게 될 때 사라진다.


그러나 나의 내현적 나르 성향이 나올 땐 늘 주의하는 편이다. 내현적 나르시시스트가 가장 나쁜 점은 타인의 심리를 조종하기 때문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수동적이고 겸손하며 순진한 태도로 타인을 쉽게 통제하며 가스라이팅이 가능하다.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의 형태는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말과 맥락이 비슷하다. 그들은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어 타인을 가해자 취급하며 상황을 통제한다. 그러니 나 또한 내현 나르의 건강하지 않은 면을 늘 주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내현 나르는 인간이 가진 유형중 하나의 유형이지만 가장 지저분하다. 물론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처럼 악질적인 인간 유형이 있다만,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는 수동적인 태도로 타인을 자신의 입맛대로 조종한다. 나쁜 사람은 되기 싫어 수동 공격(삐짐, 돌려 말하기)을 함으로써 은연중에 타인을 불쾌하게 한다. 이들은 기만적인 인간이 될 확률이 높다.


내현 나르시시스트가 가장 최악인 점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서서히 죽인다는 점이다.



__매너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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