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좋지 않았던 이유

by 매너티연



나는 늘 애매한 아이였다. 키도, 얼굴도, 공부도, 재능도 늘 애매했다. 결과물이 썩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았다. 너무나도 평범해서 드라마 속 주인공의 배경 소품처럼 존재감을 펼치지 못했다.

근데 인정욕구는 높아서 뭐든 열심히는 했다. 특히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그때서야 펜을 잡았다.

지금 나이 들어 생각해 보니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은 벼락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중학교 때, 학교가 시골에 있어 반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다지 공부에 큰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하지 않아도 애매했지만 등수가 좋았고, ‘내가 머리가 좋은 건가?’라는 심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고등학교를 들어가고 나서 느꼈다. 내 옆에 짝꿍은 하루종일 엎어잤지만 모의고사가 평균 2~3등급은 나왔다.

그 아이는 이미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모의고사를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에서

성적이 좋은 아이가 아니라 평범한 축이었다. 그런 아이가 한 반에 수십 명인 것을 깨닫고, 극심한 자괴감과 불안감에 빠졌다.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이는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더 오래전부터 공부를 해왔냐 그리고 3년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냐였다. 물론 핑계일 수도 있지만 수능에 적합하지않은 정신과 몸이라면 지원받는 것은 절실했다.


나는 등신처럼 수업시간에 딴 공부하는 게 죄송해서 다른 아이들이 자거나 고개 숙이고 모의고사 문제를 풀 때, 나와 몇몇 소수의 친구들만 허리 펴고 선생님 얼굴을 보면서 수업을 들었다. 그 당시 선생님 그런 분위기를 허용했지만, 바른 학생처럼 보이고 싶다는 쓸데없는 신념 때문에 남들 4점짜리 한 문제라도 더 풀고 있을 때 회생 불가능한 내신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믿음이 있었다. 열심히만 하면 과외나 학원 다니는 애들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단 한 번도 과외와 학원 다니는 아이들을 발끝만큼도 따라가지 못했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수학은커녕 중학교 수학도 못했으니 따라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또한 집은 학원을 보낼 정도로 넉넉하지도 않았고,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우울증이 생기고 부모님 또한 부담주지 않으려 욕심을 내려놓으시면서 고2~고3 땐 관심을 거의 가지지 않으셨다. 한창 학업 스트레스 받을 때 엄마는 가까운 학교 가라고 하셨다. 그때 느꼈다. 내가 운이 좋아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경제적 부담을 안고 학교 생활해야 하구나라고 말이다.




서론이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프랑스어 시험을 준비하면서 내가 왜 학창 시절에 늘 평범하거나 또는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았는지 회고하고 분석했다. 내가 만약 프랑스어 시험을 망치게 된다면 똑같은 이유에서 일까?라고 말이다.


프랑스어 시험은 내일인데, 오늘 새벽 3시까지 잠이 오지 않아서 Chat GPT와 롤플레잉을 하며 몇 시간을 프랑스어로 떠들었다. 그래서 그런가 오후 늦게 카페에 출근해서 매일 했던 작문을 하려고 하니 피로감이 밀려왔다. 마치 뇌가 오늘 공부할 에너지가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프랑스어 문장하나를 읽었는데 생각할 여지도 사라졌다.


지금까지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던 이유는 직업을 얻기 위한 장비였다. 몇 개의 자격증이 나라는 사람의 성실도와 실력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 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프랑스어 시험은 순전히 나의 흥미로 도전한 자격증 시험이었다. 배우기에도 재밌고, 지루하지 않았던 시험기간이었다. 그러나 시험 접수를 시험 한 두 달 전에 해버리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벼락치기가 되어버렸다. 물론 욕심도 있었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무모하게 시작한 점도 있었다.


프랑스어 시험도 내가 늘 해왔던 벼락치기와 별차이는 없다. 근데 차이점이라면 프랑스어는 생각보다 자발적이고 흥미와 밀도 높은 공부를 했다. 반면, 학창 시절 공부는 흥미와, 자발성 그리고 깊이 있는 배움이 빠졌다. 특히 타인을 의식한 목표(등수)와 훗날에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 한 표면적인 공부였다.


내가 바라는 건, 조금 다른 결과가 있길 바랄 뿐이다. 그때는 처절하고 절박했지만 한 만큼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음에 더욱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에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와도 믿고 꾸준히 재밌게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즐겁게 하는 것만 하며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성공 경험 덕에 두려워도 좋아하는 선택을 할 용기를 잃지 않을 수 있으니까




__매너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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