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매일 밤 할머니가 깔아주신 솜이불
부드러운 고양이를 껴안는 것
강아지 끙끙대는 소리,
부들부들한 털, 촉촉한 코 그리고 둥그런 이마,
검고 촉촉한 입, 킁킁거리는 코
고양이와 강아지의 귀여운 살 냄새
엄마의 살냄새와 부드러운 품 안에서 잠에 드는 것
추운 날 먹는 따뜻한 쌀국수와 우동
따뜻한 커피 위에 크림
부드러운 극세사 전기장판
꾸덕한 레몬 버터 파스타
출근 후 마셨던 달달한 녹차라떼
부들부들 젤리, 쫀득한 식감의 버블티
털 후드 집업, 수면 양말, 귀여운 판다가 된 듯한 감각
얼큰하게 먹는 병천 순대국밥
내 작은 농담에도 박장대소하는 내 가족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연애
털 옷을 입은 남편의 따뜻한 품 속
사회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의 인자한 미소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자고 있는 오리
웃음 짓게 해 주었던 많은 농담들
식후에 노곤한 단잠
찬 곳에 있다가 들어가는 따뜻한 집의 아늑함
수업시간에 친구가 몰래 준 매운 새우깡, 콘칩
건조기에 막 나온 부드럽고 향기 나는 이불
동글동글한 아기, 마눌 고양이, 너구리, 푸바오
작은 것에도 대단하다 해준 많은 사람들의 칭찬
큰맘 먹고 지른 25만 원 샤넬 향수와 새끼 반지
추운 차를 타면 남편이 틀어주는 따뜻하게 데워진 좌석시트
짭짤한 염지에 기름지고 고소한 후라이드 치킨
목욕탕에서 먹는 감식초와 삶은 계란
친구와 함께 먹는 1인 1닭
원어민이 말하는 프랑스어 소리
카페에서 예쁜 디저트 사진을 찍기
할머니의 둥글둥글 파마머리를 만지는 느낌
나에게 웃으며 반겨주는 인사들
수달이 어미 품에 안겨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는 것
나를 살게 했던 수많은 책과 함께 마시는 따뜻한 음료
뜨겁고 기름지지만 고소한 삼겹살
남편과 ‘똥’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하는 시간
제철에 먹었던 부드럽고 사르르 녹았던 방어회
나를 동생으로, 자녀로 생각해준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
문을 잡아줬던 누군가의 배려
실수에도 관대했던 몇몇의 시선들
가끔 우연히 찾게 되는 음악
꾸덕, 고소한 마요네즈 맛의 음식들
사회에서 만난 따뜻한 엄마들, 언니들
나를 조건 없이 받아주었던 학창 시절 친구들
남편과 비좁은 소파에 몸을 포개고 누워 보는 유튜브
계란빵과 호떡을 사들고 오는 그 시간
퇴사할 때 받은 마카롱, 화장품, 책, 한 끼 식사, 커피
한국의 겨울은 너무도 가혹하다.
그럼에도 사랑은 그 가혹한 틈으로 비집고 들어와 조금씩 살게 했다.
To. 사회에서 만난 많은 어른들, 친구들, 동료들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저를 지금까지 살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__매너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