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역사는 반복의 연속

by 매너티연



고등학교를 다닐 적에 고전문학은 영 내키지 않았다. 어려운 한자말과 현대인이 알기엔 생소한 표현들을 읽어내야 하는 것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속세 한가운데서 최고를 꿈꾸는 아이에게 안분지족이니 군주는 청렴해야 하느니 현시대에 안 맞는 글을 읽자니 하품만 나올 뿐이었다. 수능을 무사히 끝마치고 고등학교라는 지루한 공간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책을 읽음에 좋아하는 것만 골라 읽는 것은 표현력과 생각의 발전을 더디게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표현력과 생각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100가지 고전문학 중 가장 유명한 서적인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선택했다.


정치뉴스에 관심을 끊은 지 오래다. 서로 물고 할퀴는 정치 기사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법안이 통과되거나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책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만 기사를 골라서 본다. 이 책을 읽은 이 시점은 본의 아니게 대통령 선거로 한참 달아오른 시기이다. 이 분위기에 이 책을 읽으니 현재 정치판의 흐름에 대입하게 된다. 그중 깨달은 것은 역사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목민심서라는 책의 의미는 목민관이 백성의 마음을 다스리는 글이라는 뜻으로 수령 즉, 관료들이 왕과 백성 사이의 중재자로서 어떤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임해야 하는지 선배 관료로서 가르침을 전수해 주는 글이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를 떠나고 18년의 기간 동안 중국의 정치사상과 많은 철학자들의 책 그리고 그간 쌓아온 관료 경험을 통해 느낀 바를 총정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유배를 간 곳에 있는 지방 행정관료들이 백성들로부터 어떤 수탈을 일삼는지,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깊은 고뇌와 생각들이 담겨 있다.


앞서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한 점에서 우리나라는 서양 국가를 넘어 인적자본이 우세하고 그만큼 과학기술의 발전, 경제적 발전, 문화적 발전을 이룩했다.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를 세계에 널리 펼치고 있고 세계 또한 인정해 주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반복된 것은 무엇일까?






과학 기술이라고는 현대사회의 눈곱만큼도 발전하지 않았던 농경사회에서 느린 통신과 이동, 글을 모르는 백성, 탐관오리들의 협력으로 자금 은닉과 수탈은 비일비재했을 것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현시대와 흐름은 비슷하다. 현시대의 특이점은 사기꾼들의 행색이 가지런하다는 점이다. 멀끔하게 차려입고는 화려한 언변과 타자를 몇 번 치고, 문구 몇 자 쓰면 쉽게 탈취가 가능한 시대이다. 비슷한 점은 여전히 탈취는 일어난다는 점이고 백성은 그 탈취가 언제 어디서 일어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연금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현대 관료들이 입고 먹고 자고 움직이는데 쓰이는 돈이 어디에서 왔는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가장 최근 일어난 탐관오리들의 수탈은 한국주택토지공사 LH 직원이 부동산 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부를 취득했다는 것이다. 연루된 직원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처벌받은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여전히 부패한 관료들의 네트워크가 넓고 서로를 도우며 암적인 존재로 존재하고 있다.


기술만 변화했지 수탈은 변화하지 않았다. 규모도 커졌고 개인이 지니려고 하는 욕심도 커졌다. 공무원은 예나 지금이나 개인의 명분이 중요한 직업이 되었다. 어느 누구도 국민을 위해 일하려는 사람은 없다. 그저 이 달 월급 받고 몇십 년 뒤에 있을 연금을 받기 위해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낸다. 또한 현시점에 공무원들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 공무원, 행정공무원 계열과는 상관없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공무원이 많아졌다. 많은 업무량과 직장 내 괴롭힘, 민원인의 폭언이 주원인이다.


정약용은 이렇게 설명한다.

"아전을 단속하는 근본은 자기를 단속하는 데에 있다. 자신의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아전은 실행하고, 자신의 몸이 바르지 않으면 비록 명령을 내려도 아전은 실행하지 않는다."


이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에 이치이다. 관료사회는 오래전부터 부패의 씨앗을 심어왔다. 관료 사회의 부패는 마치 기준이 되었다. 이득을 얻어야 바보가 되지 않고 이용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기적인 본심은 아랫사람의 과중한 업무량과 고민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부패는 꾸준히 진행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부동산 가격과 가계 부채의 상승으로 내 집마련은 꿈을 꾸지 못한다. 직장 내 괴롭힘, 정신질환자 증가, AI대체로 인한 구직난으로 실업자가 늘었다. 청년층은 구직을 포기하고 노년층은 쉬지 못하고 힘없는 몸을 이끌고 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출산율 저조로 인한 인구 급감의 시대이다. 아마도 미래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존폐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욕심 많은 탐관오리들과 야당과 여당의 카르텔 그리고 연관된 직계 가족, 부동산 업자, 중산층의 책임이다.


건조하고 메마른 땅은 생명력이 없다. 그런 땅에 기름을 뽑아 내려하니 땅은 더욱 갈라지고 메마를 것이다. 써먹지도 못할 저출산 정책을 내놓는 걸 보면 머리가 어찌 된 게 분명하다.


목민심서를 통해서 정약용은 이러한 부패를 청산하기 위해 많은 후세들에게 가르침을 전했지만 사회의 분위기가 변해 더욱 청렴한 관료인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사회,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개인이 챙겨야 할 이득에 눈 독 들이는 관료들은 늘어날 실정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통해 후세에 물려줄 큰 유산을 안겨주었지만 후세 관료들은 여전히 뒷돈 챙기기에 바쁘고, 정치인들은 그 자리를 훈장정도로 생각하는 듯하다.


목민심서에 나오는 청렴한 관료들의 특성은 속세를 떠나 오직 머리와 마음속에 백성만을 위해서 일하는 인간으로 보이는데 100명 중 한 사람이 나올까 말까 한 인간의 특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민심서에서 바라는 이상향의 존재가 되는 것, 이것이 인간이 가진 숙명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정약용을 포함한 많은 중국의 철학가들은 유토피아적 세상을 살라며 많은 철학 사상들을 어리석은 인간에게 전수해 주고 떠났지만 어쩌면 그 사상을 이룩할 수 있는 존재는 '성인'이 아닐까? 인간은 여전히 이상과 현실에서 갈등하고 고통에 빠지며 오감에 충실한 머리 좋은 짐승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날 선 생각을 해본다. 그렇기에 목민심서를 따르고 행하기엔 책의 수준이 높다. 사회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태도와 생각은 이 책을 따라잡을 수 없다.


세상은 더 나은 곳으로 향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개인은 세상을 쉽사리 바꿀 수 없음에 무기력해진다.



__매너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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