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도시는 배우지 않는다 - S#41 ~ S#48

7장 - “떠나는 버스”

by 마나월드ManaWorld
main00.png 7장 - “떠나는 버스”

중편 시나리오 - 도시는 배우지 않는다


S# 41-M1. 몽타주 - 경계 이동 / 3월 18일, 새벽 5시 40분~

화면에 자막이 뜬다.

‘3월 18일.’


알람이 울린다. 다섯 시 사십분.


정민이 눈을 뜬다.

천장을 본다. 하얀 천장. 금이 가 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늘게.


(cut to)


빈 방.

침대. 책상. 의자.

벽. 포스터 떼어낸 자리. 테이프 자국. 네모나게.


캐리어 하나. 백팩 하나.


정민이 캐리어 옆주머니를 연다.

장판 조각을 꺼낸다.

손바닥 위에 올린다.

다시 넣는다.


(cut to)


문 앞.

정민이 열쇠를 돌린다.


딸깍.


(cut to)


버스 안.

창가에 앉아 있다.


창밖.

마나브리지.

하림지구가 멀어진다.


프래그먼트가 안 보인다.

불도 꺼져 있다.



S# 42. 버스 - 하린 문자 / 아침

정민이 휴대폰을 꺼낸다.


문자.

하린.


‘일어났어요? 오늘 출발이죠? 잘 다녀와요. 기록 기다릴게요.’


정민이 답장을 적는다.


‘네. 지금 버스예요. 고마워요. 연락할게요.’


답이 온다.


‘기록 꼭 해주세요. 이 도시한테 보여줄 거니까.’


정민이 화면을 본다.


답장을 적는다.


‘꼭 가져갈게요. 돌아올 때.’


보낸다.


버스가 공항 방향으로 달린다.


S# 43. 공항 전광판 / 낮

인천공항. 출발층.


정민이 전광판을 올려다본다.


‘ICN → FRA 12:15 탑승수속중’


프랑크푸르트.

거기서 기차로 프라이부르크.


S# 44-M2. 몽타주 - 시스템 시간 / 낮

체크인 카운터.


정민이 캐리어를 컨베이어에 올린다.

캐리어가 움직인다.

사라진다.


(cut to)


보딩패스.

24A.


(cut to)


이동.

안내방송이 울린다.

사람들이 지나간다.


보안검색대 줄이 보인다.


S# 45. 보안검색대 - 장판 공적화 / 낮

보안검색대.


정민이 백팩을 내린다. 트레이에 올린다.


주머니를 비운다.

휴대폰. 지갑. 메모장. 펜.


장판 조각.


트레이에 올린다.


트레이가 들어간다. X-ray.


정민이 금속탐지기를 지나간다.


기다린다.


트레이가 나온다.


검색요원이 트레이를 잡는다.

멈춘다.


장판을 든다.

앞면. 뒷면. 가장자리를 본다.


검색요원 : 이게 뭐예요?


정민 : 장판이요.


검색요원 : 네?


정민 : 오래된 장판이요. 조각.


검색요원이 장판을 뒤집는다.


검색요원 : …기념품 같은 거예요?


정민 : 비슷해요.


검색요원이 장판을 내려놓는다.


검색요원 : …통과요.


정민이 장판을 집는다.

손바닥 위에 올린다.


꽃무늬. 닳은 표면. 40년.


주머니에 다시 넣는다.


S# 46. 출발 게이트 - 메모 / 낮

출발 게이트. A28.


정민이 의자에 앉아 있다.


창밖으로 비행기가 보인다.

크고 하얗다. 루프트한자. 꼬리 날개에 노란 마크.


정민이 메모장을 꺼낸다.

펼친다.


펜을 든다.


적는다.


‘3월 18일. 출발.’


멈춘다.


적는다.


‘첫 번째 질문:’

‘다른 도시들은 무엇을 보고 바뀌기로 결심했을까.’


안내방송이 울린다.


안내방송 : (V.O) A28 게이트 탑승을 시작합니다.


정민이 메모장을 닫는다.

일어선다.


S# 47. 비행기 - 이륙 / 낮

비행기 내부.


24A. 창가 자리.


정민이 앉는다.

안전벨트를 맨다.


휴대폰을 꺼낸다.

비행기 모드로 바꾼다.


창밖을 본다.

활주로. 다른 비행기들. 관제탑. 하늘.


엔진 소리가 커진다. 진동이 온다. 좌석이 떨린다.

비행기가 달리기 시작한다.


창밖 풍경이 빨라진다.

더 빨라진다.


몸이 뒤로 밀린다.


땅이 기울어진다.

떨어진다.


공항이 작아진다.

활주로가 선이 된다.

터미널이 점이 된다.


도시가 보인다.


유리 건물들. 작은 점.

회색 지붕들. 더 작은 점.

가느다란 선. 마나브리지.


구름이 다가온다.

도시가 가려진다.

사라진다.


S#48. 비행기 - 구름 위 / 낮

구름을 뚫는다.


갑자기 밝아진다.

햇빛이 들어온다. 눈이 부시다. 정민이 눈을 가늘게 뜬다.


창밖.

구름 바다. 하얗고 끝이 없다.

위에서 보니까 산처럼 보인다. 울퉁불퉁한 하얀 산.


아래는 보이지 않는다.

도시도. 다리도. 골목도.


정민이 주머니에서 장판 조각을 꺼낸다.

손바닥 위에 올린다.


꽃무늬. 닳은 표면. 40년.

햇빛이 장판 위에 떨어진다. 바랜 색이 조금 살아난다.


손가락으로 표면을 문지른다. 천천히.

거칠다. 닳아 있다.


김씨네 철물점.

사라진 가게. 사라진 골목.


하지만 이건 남았다.


정민이 장판을 쥔다.

손을 오므린다. 장판이 손바닥 안에 있다.


창밖을 본다.

구름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눈을 감는다. 2초.

눈을 뜬다.


비행기는 서쪽으로 날고 있다.


검은 화면.


- 끝 -



이 시나리오의 지문은

시각과 청각 너머의 감각을 포함합니다.

촉각, 후각, 온도, 질감. 촬영 지시가 아니라

이 공간이 어떤 감각으로 존재해야 하는지를 정한 것입니다.


감정 지문대신

배우의 손에 사물을 주고,

장면에 물리적 시간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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