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프레임을 넘어 B2C·인프라·개인 AGI로 재정의하기
이번 시리즈는 분량이 긴 편이라,
읽다가 길을 잃지 않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목차를 글 맨 위에 먼저 붙여두었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본문 흐름을 더 매끈하게 하기 위해,
전체 목차는 하단 ‘부록(목차)’로 옮겨두겠습니다.
(쓰다보니 길어졌습니다. 대략 공백포함 3만8천자.
그래서 부득이하게 3부작과 Q&A로 총 4편 기획했습니다.)
AI 버블론을 해체한다. 시리즈 - 전체 목차
0. 프롤로그
1. 버블론이 성립하려면 무엇을 ‘버블’이라 정의해야 하는가
• 1-1. 버블의 정의를 분해한다
• 1-2. “AI = 닷컴버블” 프레임이 놓치는 것
2. 닷컴과 AI의 구조적 차이 1: 수익의 실존과 매출 구조
• 2-1.닷컴의 문제: 돈을 벌기 전 비용이 앞섰다
• 2-2. AI의 현실: 이미 돈이 돈을 만든다
3. 구조적 차이 2: 유동성의 ‘질적 편중’이 이미 발생했다
• 3-1.닷컴: “.com이면 다 간다” → 쓰레기까지 동반 상승
• 3-2. AI: 자본이 처음부터 상위 레이어에 집중된다
4. B2C 핵심 전환: “편리함 시장”이 아니라 “경쟁력(결과물) 시장”
• 4-1. 인터넷 B2C와 AI B2C의 동기 차이
• 4-2. 시간 절약보다 결과물이 중요해지는 이유
• 4-3. 실시간 검증 시장의 탄생
• 4-3-1. 사례: ‘자막 노가다’를 버튼으로 바꾼 순간
5. 올인원이 2차 시장을 먹을 수 있나: '리소스 트레이드오프’로 보는 공존 구조
• 5-1. 올인원의 구조적 한계: 범용성-퀄리티-속도의 삼각관계
• 5-2. 사용자의 실제 최적 행동 패턴
• 5-3. 2차 시장이 살아남는 조건
• 5-3-2. 컴플라이언스는 부가 옵션이 아니다
6. “AI는 닷컴과 다른 '산업 업그레이드 엔진’이다”
• 6-1. 닷컴 장비 수혜와 AI 인프라 수혜의 ‘차원’ 차이
• 6-1-1. 전력시장은 '스토리’가 아니라 '안정성’으로 검증되는 시장이다
• 6-1-2. 인프라가 '깔린다’는 것과 '빨리 깔린다’는 것은 다르다
• 6-2. 전후방 연관효과: 낙수가 아니라 연쇄다
• 6-3. 기저전력과 배터리의 현실
• 6-3-1. 한국의 승부처: 전력·그리드·백업이 만드는 인프라 연쇄
• 6-4. 2부의 결론: 버블 논쟁의 프레임을 바꾸는 문장
7. 근미래형(좁은) AGI: “대화형 챗봇”에서 “개인 생산성 OS”로
• 7-1. SF급 AGI가 아니라 ‘현실적 AGI’의 정의
• 7-2. 하이브리드 구조의 필연성: 로컬+서버
8. 개인 PC AGI의 현실적 구현: “서버 RAG를 개인에게 내려보내기”
• 8-1. PC형 AGI의 핵심 유스케이스
• 8-2. 로컬 RAG의 역할
• 8-3. 라우팅(로컬 vs 클라우드)
• 8-4. 진짜 변화는 ‘설정 노동’의 소멸 - 자동 자막과 같은 계층
9. 왜 소수 대형 LLM이 계속 확장하는가: ‘기억’과 ‘품질’의 비용 구조
• 9-1. 컨텍스트/세션의 트레이드오프
• 9-2. 데이터가 쌓일수록 발생하는 계산 압력
• 9-3. 결론: 데이터센터/전력/공급망이 ‘AI 품질’의 직접 변수
• 9-4. ‘AI 버블론’이 반복 생산되는 트리거
• 9-4-1. 생산성 통계는 ‘즉시 반영’이 아니라 ‘지연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10. ‘국산 vs 외산’ 수능/고난도 문제 실험이 던지는 시사점
• 10-1. 현상
• 10-1-1. 이 사례를 드는 이유
• 10-2. 왜 이런 격차가 나는가
• 10-3. B2C 연결
11. 결론: “AI는 닷컴과 다르다”를 넘어 “AI 버블론을 재정의”하기
• 11-1. 섹터 전체를 ‘버블’로 보는 프레임의 오류
• 11-2. 대신 이렇게 정리
• 11-2-1. 결론의 B2C 귀결
• 11-3. 독자에게 남기는 질문
“AI 버블이다.”
이 말이 요즘 심심찮게 들린다.
엔비디아 주가가 1년 만에 3배가 됐을 때,
OpenAI 기업가치가 1,500억 달러를 넘었을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25년 전을 떠올렸다.
“이거 닷컴버블 아니야?”
나는 이 비유가 계속 불편했다.
일본의 1990년 부동산 버블과 한국의 2020년대 부동산 상승을 생각해보자.
둘 다 “집값이 올랐다.” 그러면 같은 버블인가? 아니다.
원인이 다르고, 구조가 다르고, 터지는 경로도 다르다.
인구 구조가 다르고, 금리 환경이 다르고,
대출 관행이 다르다.
표면만 비슷하다고 같은 현상이 아니다.
AI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많이 올랐으니 닷컴이랑 똑같은 버블이다.”
이건 분석이 아니다. 분석을 포기한 것이다.
겉모양(가격 상승)만 보고 구조를 무시하는 게으른 주장이다.
나는 "AI가 버블이냐 아니냐"를 따지려는 게 아니다.
"버블"이라는 단어 하나로 지금 벌어지는
구조적 변화를 축소하는 프레임 자체를 깨고 싶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버블론이 기대고 있는 전제들을 하나씩 분해한다.
닷컴과 뭐가 다른지,
B2C에서 돈이 어떻게 흐르는지,
인프라는 왜 강제로 끌려올라가는지,
개인 AGI는 뭘 바꾸는지.
결론은 "터진다/안 터진다"가 아니다.
어느 레이어가 과열이고,
어느 레이어가 구조적 코어인지를
구분하는 눈을 갖는 것.
그게 이 글의 목적이다.
"버블"이라는 단어는 너무 쉽게 쓰인다.
가격이 많이 오르면 버블이고,
떨어지면 "그것 봐라 버블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는 사람은 드물다.
버블이 성립하려면 최소한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A) 실체 없는 기대만으로 가격이 형성되는가
회사가 뭘 하는지, 어떻게 돈을 버는지 불명확한데
"언젠가 대박 날 것"이라는 서사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상태다.
닷컴 시절의 Pets.com이 대표적이다.
반려동물 용품을 온라인으로 판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상장했고,
수억 달러의 시총을 받았다가 9개월 만에 사라졌다.
매출도 없고, 수익모델도 불명확하고,
"인터넷이니까"라는 말이 검증을 대체했다.
(B) 실체는 있으나 가격이 미래를 과도하게 당겨왔는가
기술이 진짜고, 매출도 있고, 성장도 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가 10년 뒤의 완성된 그림을 이미 반영해버린 상태다.
이건 "사기 버블"이 아니라 "시간 착각 버블"이다.
진짜인데 비싸게 산 것이다.
나중에 실적이 따라오면 정당화되고, 안 따라오면 조정받는다.
(C) 과잉 CAPEX가 선행되며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가
인프라 투자가 미래 수요를 전제로 먼저 들어갔는데,
정작 그 수요가 예상보다 느리게 오거나 안 오는 경우다.
2000년대 초 광케이블 과잉투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인터넷 트래픽이 폭발할 거라고 봤는데,
생각보다 천천히 왔다. 깔아놓은 케이블이 수년간 놀았다.
(D) 주변부가 실체 대비 과대평가되는가
핵심 기업들은 진짜인데,
그 주변에 붙은 테마주, 잡주, 관련 코인들이
"나도 AI 한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뛰는 상태다.
본진은 괜찮은데 위성들이 과열된 경우다.
버블론을 논하려면 최소한
이 네 가지 중 어느 것을 말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그냥 버블이다"는 주장은 분석이 아니다.
닷컴 버블의 본질은 무엇이었는가?
정체불명의 회사들이 수익모델 없이 스토리만으로 가격을 받았다.
1999년을 떠올려보자.
회사 이름에 ".com"만 붙이면 주가가 튀었다.
심지어 오프라인 소매업체가
"우리도 인터넷 합니다"라고 발표하면
하루 만에 시총이 20% 오르는 일도 있었다.
실적과 무관했다.
기술력과 무관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는 서사가 검증을 대체했다.
당시 인터넷 사용자가 몇 명이었는지 아는가?
2000년 기준 전 세계 약 4억 명이었다.
전 세계 인구의 6%에 불과했다.
그런데 기업 가치는 마치 전 세계가
이미 인터넷을 쓰는 것처럼 책정됐다.
실제 시장 규모는 아직 초기였는데,
기대는 완성형 시장을 전제로 했다.
그리고 버블이 터지고 나서야 누가 진짜인지 드러났다.
아마존, 이베이, 구글은 살아남았다.
나머지 수천 개는 사라졌다. 피를 흘리며 생존자를 가려낸 것이다.
그런데 지금 AI는 어떤가?
써보면 바로 안다.
ChatGPT를 써본 사람은 이게 뭘 하는지 안다.
코드를 짜주고, 문서를 요약하고, PPT 초안을 만들어준다.
"이게 정말 쓸모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24시간 안에 나온다.
닷컴 때처럼 10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별로면 구독 해지하면 된다. 버튼 하나다.
이미 돈을 벌고 있다.
OpenAI의 매출 성장 궤적을 보자.
2023년 말 약 16억 달러,
2024년 6월 34억 달러,
2024년 12월 55억 달러,
2025년 6월 100억 달러까지 커졌다.
"언젠가 돈을 벌겠지"가 아니다. 이미 수조 원이 움직이고 있다.
(Reuters, 2023 / The Information, 2024 / Reuters, 2025)
엔비디아는 어떤가? (NVIDIA, 2025)
FY2025 전체 매출은 1,305억 달러(+114%),
데이터센터 매출이 1,152억 달러(+142%)까지 커졌다.
데이터센터 분기 매출 512억 달러는
FY2026 3분기(2025년 10월 26일 종료 분기) 기준이다.
이게 "기대"로 만들어진 숫자인가?
아니다.
실제로 GPU가 팔리고,
데이터센터가 지어지고,
전기가 소비되고 있다.
시장 규모 자체가 다르다.
2000년 인터넷 사용자 4억 명. (ITU, 2015)
2025년 인터넷 사용자 60억 명. (ITU, 2025)
그리고 이 60억 명 중 상당수가 이미 AI를 써봤다.
전 세계에서 AI를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이 17~18억 명으로 추정된다.
매달 쓰는 사람이 10억 명 이상. (추정)
매일 쓰는 사람이 5~6억 명.(Menlo Ventures, 2025)
닷컴 때와 체급이 다르다.
그때는 시장이 태어나는 중이었다.
지금은 시장이 이미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만약 AI에 "버블"이라는 단어를 붙인다면,
그건 닷컴과 같은 종류의 버블이 아니다.
같은 이름을 쓰면 안 된다.
구조가 다르면 진단도, 처방도, 결과도 달라야 한다.
1999년의 닷컴 기업들을 떠올려보자.
대부분은 이런 구조였다.
서버를 사고, 개발자를 뽑고, 마케팅에 돈을 쏟는다.
비용은 매일 나간다.
그런데 수익은?
“트래픽이 모이면 광고로 벌 거다.”
“사용자가 쌓이면 수수료로 벌 거다.”
전부 미래형이었다.
문제는 그 미래가 대부분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인터넷의 핵심 수익모델은 결국 광고였다.
그런데 광고 시장은 어떤 시장인가?
기존 TV, 신문, 잡지의 파이를 나눠먹는 시장이다.
새로운 돈이 생긴 게 아니라, 있던 돈이 채널을 옮긴 것이다.
이걸 쉽게 비유하면 이렇다.
우리나라에서 민생지원금을 지급했을 때,
실제 사용처를 분석해보니 약 57%가 "대체 사용"이었다.
원래 쓸 돈을 아끼고,
지원금으로 대체한 것이다.
새로운 소비가 창출된 게 아니라,
기존 소비가 지갑만 바뀐 것이다.
닷컴의 광고 시장도 비슷했다.
기존 광고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 것이지,
광고 시장 전체 파이가 갑자기 커진 게 아니었다.
그 안에서 채널 싸움이 벌어졌고,
그 싸움에서 살아남은 건 극소수였다.
나머지는 서버비를 태우다가 사라졌다.
지금 AI 시장의 매출 구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B2C에서는 구독료라는 새로운 지출 항목이 생겼다.
이건 기존의 무언가를 대체한 게 아니다.
사람들이 “내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직접 지갑을 여는 시장이다.
월 2만 원, 3만 원을 내고 ChatGPT Plus를 쓴다.
클로드를 쓴다. 제미나이를 쓴다.
예전에는 이런 항목 자체가 없었다.
한국 데이터를 보자.
국내 조사에서 생성형 AI 이용 경험 24.0%,
유료 구독 경험 7.0%(전년 0.9%)로 보고됐다.”
(정부브리핑/조사결과 인용, 2025)
이게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전년도에는 이 숫자가 0.9%였다.
1년 만에 7배가 뛴 것이다.
B2B에서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동시에 일어난다.
콜센터 인력을 AI 챗봇으로 대체하고,
문서 검토를 자동화하고, 코드 리뷰 시간을 줄인다.
이건 "언젠가 효과가 있을 거다"가 아니라,
당장 분기 비용이 줄어드는 이야기다.
기업들이 AI에 돈을 쓰는 이유가 "유행이라서"가 아니다.
실제로 돈이 아껴지니까 쓰는 것이다.
인프라에서는 GPU, 데이터센터, 전력설비가 실물 매출을 만들고 있다.
다시 한번 숫자를 보자. 엔비디아 2025 회계연도 매출 1,152억 달러.
전년 대비 142% 성장. 데이터센터 사업부 분기 매출 512억 달러.
이건 "스토리"가 만든 숫자가 아니다.
실제로 칩이 팔리고, 서버가 돌아가고, 전기가 소비되고 있다
.
핵심은 이것이다.
닷컴은 "매출 없는 적자"였다. AI는 "매출 있는 과도기적 마진 압박"이다.
GPU 비용, 전기료, 데이터센터 운영비 때문에
일부 AI 서비스의 수익성이 아직 불안정한 건 사실이다.
OpenAI도 아직 적자라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이건 "돈을 못 버는 구조"가 아니라
"돈은 버는데 인프라 비용이 큰 구조"다.
완전히 다른 문제다.
닷컴 때는 "이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벌지?"가 질문이었다.
지금은 "이 회사가 버는 돈으로 비용을 언제 커버하지?"가 질문이다.
질문의 레벨이 다르다.
회사 이름에 ".com"만 붙이면 주가가 튀었다.
실적과 무관했다. 기술력과 무관했다. "인터넷"이라는 단어가 마법이었다.
그 결과 무슨 일이 벌어졌나?
실체 없는 기업들이 실체 있는 기업들과 함께 올랐다.
Pets.com 같은 회사가 아마존과 같은 시장에서 거래됐다.
투자자들은 “이 회사가 뭘 하는지” 따지지 않았다. ".com"이면 됐다.
그리고 버블이 터졌다.
그제야 피눈물 흘리며 누가 진짜인지 가려냈다.
아마존은 살아남았고, 수천 개의 닷컴 회사들은 사라졌다.
통증을 통한 정리였다. 시장이 버블을 겪고 나서야 생존자를 확인한 것이다.
지금 AI 시장의 자금 흐름을 보자.
돈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칩: 엔비디아.
클라우드/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LLM: OpenAI, Anthropic, 그리고 xAI, Mistral 정도.
인프라: 대형 데이터센터, 전력/전기설비 회사들.
이게 거의 전부다.
시장 시총의 대부분, 투자금의 대부분이 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다.
Anthropic의 기업가치가 150억 달러가 넘는다.
Mistral은 60억 달러다. 이 숫자가 매출 대비 높은 건 맞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돈이 수천 개의 회사에 퍼진 게 아니라 몇 개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AI 합니다"라는 테마주들이 있다.
이름만 바꾸고 IR 자료에 "생성형 AI"를 끼워 넣은 회사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는가?
아니다. 거래대금, 시총, 기관 자금의 메인 흐름은 압도적으로 상위 몇 개에 쏠려 있다.
이게 무슨 뜻인가?
닷컴은 "무차별 확산 → 대량 파괴"였다.
다 같이 올랐다가, 다 같이 무너지고, 그 폐허 위에서 생존자를 확인했다.
AI는 "처음부터 선택적 집중 → 일부 위성만 조정 위험"이다.
시장이 이미 1차 필터링을 마친 상태에서 성장하고 있다.
닷컴 이후의 진통을 거치지 않고, 그 결과물(소수 생존자 중심 구조)로 바로 시작한 셈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닷컴 때는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서비스를 써봐도 효용을 측정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스토리에 베팅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ChatGPT를 써보면 된다.
클로드를 써보면 된다.
결과물을 비교하면 된다.
“이게 내 일에 도움이 되냐?” 답이 바로 나온다.
그래서 돈이 처음부터 "진짜"로 몰린다.
시장이 스스로 필터링하는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유동성 관점에서 보면,
AI는 이미 닷컴 버블 직후의 정리 단계를 상당 부분 선행해버렸다.
상위 플레이어들은
"버블 후보"가 아니라 "글로벌 코어 자산"으로 편입되는 중이다.
진짜 버블 걱정이 남아 있다면,
그건 주변부의 테마주들과 과잉 CAPEX에 더 가깝다.
섹터 전체가 아니다.
인터넷이 대중화됐을 때 사람들은 왜 썼는가?
편리해서, 재미있어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서.
포털에서 뉴스를 보고, 이메일을 주고받고, 쇼핑몰에서 물건을 샀다.
대부분 무료였고,
돈이 들어도 "기존에 하던 일을 온라인으로 옮긴 것"이었다.
오프라인 쇼핑 대신 온라인 쇼핑. 종이 신문 대신 인터넷 뉴스.
인터넷 B2C의 핵심 수익모델은 광고였다.
사람들이 직접 돈을 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서 광고주에게 파는 구조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서비스는 무료였고,
"사용자 수"가 곧 가치였다. 돈은 광고주가 냈다.
AI B2C는 다르다.
사람들이 직접 돈을 낸다.
그것도 "편리해서"가 아니라 “내 경쟁력이 올라가서” 낸다.
ChatGPT Plus에 월 20달러를 내는 사람은
“채팅이 재밌어서” 내는 게 아니다.
보고서를 더 빨리 쓰고, 코드를 더 빠르게 짜고,
아이디어를 더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서 낸다.
이건 근본적으로 다른 지불 동기다.
넷플릭스는 "즐거움"에 돈을 낸다.
하지만 AI 구독은 "성과"에 돈을 낸다.
내 업무 결과물이 좋아지고,
내 시간이 절약되고,
내가 할 수 없던 일을 할 수 있게 되니까 낸다.
이건 "앱 구독"이 아니다.
“내 능력을 올려주는 도장(道場) 이용료”에 가깝다.
학원비, PT비, 코칭비 같은 성격이다.
편의비가 아니라 투자다.
물론 여기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지불 의사가 있다는 것과 실제로 높은 가격을 계속 낸다는 건 다른 변수다.
모델 경쟁이 심해지면 토큰 단가나 구독료는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오픈소스 모델이 퍼지면 가격 기준점이 낮아진다.
사용자 수는 늘어도 ARPU(사용자당 매출)가 기대만큼 안 나올 수도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AI를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이 17~18억 명이다.
매달 쓰는 사람이 10억 명 이상.
하지만 실제로 자기 지갑에서 돈을 내는 사람은?
전 세계 평균 3% 정도다.
ChatGPT만 보면 1~2% 수준이다.
이게 뭘 의미하느냐?
유료 전환 여지가 엄청나게 남아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그 전환이 예상보다 느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지점이 “버블/밸류” 논쟁의 현실 변수로 남아 있다.
"AI가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말은 맞지만, 절반만 맞다.
B2C에서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건 "빠른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드는 결과물의 품질이 올라가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PPT를 만드는 데 3시간 걸리던 게 1시간이 됐다.
좋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PPT가 “이대로 발표해도 되겠다” 수준이 되는 것이다.
시간이 좀 더 걸려도 괜찮다.
왜? 어차피 내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하는 것보다는 훨씬 빠르니까.
중요한 건 내가 메인 방향만 던지면,
AI가 제출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주느냐다.
이건 도구의 논리가 아니다.
동료의 논리다.
유능한 팀원에게 일을 시키는 것처럼,
AI에게 큰 방향만 주고 결과물을 받아보는 관계.
그게 B2C AI 시장의 본질이다.
내가 노가다를 뛰지 않아도 된다.
이게 핵심이다.
자료 조사, 초안 작성, 표 만들기, 형식 맞추기.
이런 "몸으로 때우는 일"을 AI가 해준다.
나는 방향을 잡고, 판단하고, 수정하고, 최종 결정만 하면 된다.
여기서 닷컴과 결정적으로 갈라지는 지점이 나온다.
닷컴 시절에는 “이 회사가 정말 괜찮은지” 알기 어려웠다.
서비스를 써봐도 뭐가 좋은 건지 판단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스토리를 샀고,
IR 자료를 믿었고, 언론의 말을 따랐다.
버블이 터지고 나서야 "아, 이건 아니었구나"를 깨달았다.
AI는 다르다. 써보면 바로 안다.
A 서비스로 PPT를 만들어봤다. 별로다.
B 서비스로 만들어봤다. 훨씬 낫다.
끝. 결정은 오늘 저녁에 난다.
"이게 내 경쟁력에 도움이 되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24시간 안에 나온다.
그리고 별로면? 구독 해지하면 된다. 버튼 하나다.
이건 시장이 스스로 정화되는 구조다.
버블이 터져야 쓰레기가 드러나는 게 아니라,
유저가 매일 실력으로 정리해버린다.
닷컴처럼 "정체불명의 회사가 수년간 수조 원 시총을 유지"하는
그림이 AI B2C에서는 나오기 훨씬 어렵다.
기술력이 없으면?
내 경쟁력에 도움이 안 되면? 걸러진다.
자연스럽게 시장이 정리된다.
닷컴버블처럼
"이게 뭐하는 기업이고 뭘로 돈벌겠다는건지 모르겠다"가 아니다.
지금은 "써보고, 어 괜찮은데 / 아 여기는 별로인데"가 바로 나온다.
결과물의 비교가 가능하다. 이건 엄청난 차이다.
이걸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가 있다.
영상 편집의 자막 작업이다.
영상 편집을 해본 사람은 안다.
가장 시간이 갈리는 작업 중 하나가 자막이다.
영상을 듣고, 타이핑하고,
타이밍을 맞추고, 줄바꿈과 오타를 수정하고.
10분짜리 영상에 자막을 넣으려면
30분에서 1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전문 편집자들도 이 작업은 순수 노가다로 여겼다.
그런데 캡컷 같은 앱이 나오면서 바뀌었다.
자동 자막 버튼을 누르면 초안이 나온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오타도 있고, 타이밍이 어긋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하는 것과는
체감이 완전히 다르다. 이제 사용자는 검수와 수정만 하면 된다.
이게 왜 중요한가?
기능 설명이 아니라, 효용이 즉시 검증되기 때문이다.
한 번 눌러보면 안다.
“와, 이거 되네” 또는 “별로네, 다른 앱 써야겠다.” 결정이 바로 난다.
별로면 바로 갈아탄다.
AI B2C도 같은 구조다.
자막 노가다는 영상 편집의 노가다였다.
그리고 회의록, 리서치, 메일, 초안, 근거 정리는 지식노동의 노가다다.
AI가 하는 일은 이 지식노동 노가다를 "버튼 + 검수"로 바꾸는 것이다.
캡컷이 "자막 노가다"를 버튼으로 바꾸면서
영상편집을 대중화했듯,
AI는 "지식노가다"를 대화(버튼)로 바꾸면서
전문 영역의 결과물 생산을 개인에게 열어주고 있다.
그리고 결과물의 격차는 이제 "도구를 가졌냐"가 아니라
"투입한 리소스와 운영 역량"에서 난다.
캡컷이 있다고 다 유튜버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캡컷이 없던 시절엔 영상 편집 자체가 진입장벽이었다.
이제 그 장벽이 사라졌다. AI도 마찬가지다.
-계속-
정말 힘들었네요.
한국경제1부 2부. 이제 3부 써야 되는데.
몇달전부터 준비하던 도시재생 관련 소설 완료하느라.
부득이 하게 늦어졌습니다.
그 사이에 ‘AI 버블론’이 갑자기 크게 번지더군요.
그래서 한국경제 3부는 조금 뒤로 미루고,
AI 버블론 시리즈부터 먼저 시작하려고 합니다.
한국경제 3부는 AI 버블론 시리즈를 마친 뒤에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참고로
한 번 보시면 꽤 재미있을 겁니다.
기획할 때부터 ‘층위’의 구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습니다.
1층, 2층… 그리고 한 번 더 읽으면
처음엔 안 보이던 층위가 보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