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맘마

엄마의 밥이 먹고 싶어졌던 어느 날

by 까망물고기


지금은 어느덧 30개월을 앞두고 하루 세 끼 맘마를 먹는다


내 아이가 8개월에 막 접어들었을 무렵이다. 아이는 한창 여기저기 기어 다니며 집안 구석구석을 탐색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의 맛을 보고 싶어했다. 게다가 뭐든 잡고 일어서는 걸 좋아해서 자다가 깨면 선잠 상태로도 일어서곤 했었다.

그 무렵 아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엄맘맘마'였다. '엄마'도 아니고 '맘마'도 아니다. 아직 내가 엄마라고 불리는 사람이라는 것조차 모를 테지만 날 보며 '엄맘맘마' 하면 정말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대답을 하게 된다. 참 신기하다.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엄마와 맘마를 먼저 말한다. 태어나서 일 년도 안된, 이제 겨우 주변 사물을 탐색할 때에 가장 필요한 두 가지, 엄마 그리고 맘마.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인사법이 밥 먹었냐고 묻는 거란다. 대체 남이 밥을 먹었는지가 왜 궁금하냔다. 글쎄, 왜 궁금할까. 땟거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현대 사회에 살면서도 왜 굳이 밥 먹었냐고 인사를 할까. 나 또한 어른들께 전화를 드리면 첫마디가 '식사는 하셨어요'이고, 그분들도 내게 항상 '밥은 먹었냐'고 물으신다. 식사를 하셨다고 하면 괜히 뭔가 마음이 놓인다고 할까. 그분들도 내가 아직 안 먹었다고 이제 먹을 거라 대답하면 얼른 먹으라 재촉하신다. 막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처럼 따스한 서로의 정이다.

엄마와 밥은 뗄 수 없는 관계다. 밥이 뭔지도 모를 때부터 엄마는 아이를 먹인다. 낳자마자 젖을 물리고 웬만큼 자랄 때까지는 잠도 못 자고 낮이고 밤이고 하루 종일 먹인다. 젖 먹이는 일이 익숙해질 무렵 이유식을 시작한다. 시기에 따라 먹지 말아야 할 재료를 골라내고 쌀가루를 끓여 재료 궁합을 맞춰 만들어 먹인다. 이유식이 점점 발전해 아이가 스스로 밥 다운 밥을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라면 성인이 될 때까지는, 아니 어쩌면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 동안은 밥상 차려주기가 하루 일과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아이는 엄마에 의해 식습관이 형성되고 먹는 즐거움을 배운다. 그렇게 엄마의 맘마를 먹고 자란 우리는 다른 어떤 좋은 식당 음식을 먹어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엄마의 집밥이 된다. 나 또한 세상에서 내 엄마가 끓여주신 매콤한 강된장이 제일 맛있으니까.

곁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면 참 이런 천사가 또 있을까 생각하지만 역시 가장 예쁠 때는 맘마를 잘 먹을 때다. 얼마 전 두 번째 생일을 맞은 내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첫 번째로 엄마를 찾고, 정신이 들면 맘마를 찾는다. 오냐, 엄마도 맘마도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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