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의 봄을 걸었다.

바다는 내 생명의 모태

by 하리

가파도의 봄을 걸었다.


가파도의 봄볕 아래, 청보리 새싹을 보다가 해녀의 숨비소리에 잠시 멈춰 섰다.

제주 해녀였던 어머니의 삶과 어느새 늙어가고 있는 내 모습이 나란히 떠올랐다.


메마른 땅을 살아 온 청보리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었다.


초록빛으로 물든 청보리 새싹들은 다시 한 번 푸른 생명의 물결을 만들 듯,

세찬 바람과 거친 파도를 견디며 희망의 힘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그런 부푼 희망의 땅 위에서, 나는 문득 과거로 걸어 들어가 쓸쓸했다.

잔잔한 윤슬이 가파도의 파랑을 타고 또르르 빛나던 정오,

해녀의 태왁도 숨비소리에 맞춰 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며, 저 깊은 바다 아래로 흘러간 세월과 추억을 소주 한잔에 담았다.


어머니.

태왁에 담았던 당신의 평생이

지금 이 가파도 바당에서도 숨 쉬고 있습니다.

지구를 닮은 그 작은 태왁이,

어머니의 세상이자 인생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다는 내 생명의 모태.


소라회 한 점에 일렁이는 파도,

그 짭조름한 맛은 바다를 품에 안았던 제주 해녀 어머니의 땀과 눈물이었다.


그 짠맛이 오늘

당신을 그리는 내 눈물 한 떨기가 되었네요.


가파도에서 만난 봄은

외로워도...그리워서 행복했다.


사람은 이렇게 쓸쓸히 늙어 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