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 삼치에 담긴 10년의 인연
생선구이집을 그만둔지도 어언 10년이다.
한 3년 치열하게 일했다. 새벽5시에 일어나 밑반찬 두어가지 만들고 자갈치시장으로 간다.
시장을 둘러보며 그날 필요한 싱싱한 생선을 고르고, 부전시장에 들러 야채 장을 본 후 가게로 와서 혼자 부리나케 바쁘게 움직여 생선을 다듬고, 반찬 두어가지를 더 만들면 점심 장사가 시작된다.
주방에서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점심시간이 끝나면 오후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타임.
그 시간에 잠시 눈을 붙이고 저녁 장사 준비를 한다.
그리고 저녁 영업이 끝나고 잔정리를 한 후 소주 한잔으로 그날 하루의 피로를 풀며 보완할 점을 찾고하면 자정이 가까웠던 일상의 연속이었다.
생선구이집이기에 생선은 늘 풍족하게 있었다.
간혹 아는 지인들이 오면 말린 생선을 조금씩 주곤했다.
친구의 아들이 삼치를 잘먹는다며 말려달라고 부탁하길래 말려 건네는 날 그 친구의 아들이 함께왔었다.
고2로 기억하는데 올해 스물여덟이라고 했다.
가게를 그만둔지도 10년, 고등학생이었던 그 친구가 장성한 청년이 되었다는 사실이 당연했지만 아니 벌써?라며 놀랐다.
어쩌면 그의 아들이 청년이 된 놀라움보다, 그 10년의 세월 동안 내가 나이 열 살을 더 먹었다는 사실에 더 놀라웠는지도 모른다.
얼마전 그친구와 술한잔을 하는데 그 친구의 아들이 나를 기억하고 있다길래 고마웠다.
그날 이후 나를 기억해 준 친구의 아들에게 그 옛날 건네줬던 삼치를 말려 주리라 생각하다 오늘 삼치를 말렸다.
우리나라 생선중 "치"자가 붙는 생선들이 물밖으로 나오자말자 급하게 죽는데 이 삼치도 예외는 아니다.
이것은 어부들의 경험담에서 나온 말이지만 어쩌면 생선을 이르는 치라는 단어보다 더 사실적 생동감이 있다.
등에 세줄 무늬가 있다고 해서 삼치라는 이름을 얻었다.
사실 삼치를 잡어로 분류해서 미안하다.
고급 어종인 삼치가 들으면 상당히 화를 내겠지만,
작은 삼치들은 큰 삼치에 비해 맛이 떨어져 잡어로 분류되니 삼치들에게 양해를 바란다.
희한하게도 생물일때 만지면 비린내가 많이 나는 생선이지만 조리를 하고나면 비린내가 그다지 나지 않는 생선이기도 하다.
거문도에서는 이 삼치를 삶아 김치를 담그고 고흥에서는 삼치 어탕국수를 끓여먹는다. 이런 요리법이 꽤 특이하다.
남해안 지방에서는 횟감으로도 고급 어종으로 친다.
우리 부산사람들 입에는 육질이 물러 선어회로 먹는 삼치회가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 고소한 식감은 비할데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우리 식단에 오르는 구이나 찌개 조림등으로 사랑받는 삼치지만 나는 이 삼치로 스테이크를 한다거나 추어탕으로도 즐겨 먹는다.
오메가3가 국그릇에 가득한 기름진 삼치 추어탕 한그릇은 술의 숙취로 쓰린 속을 푸는 해장국으로도 좋다.
고2였던 친구의 아들 입맛에 받아 든 삼치가 10년의 세월을 지나 청년이 된 인연이다.
모쪼록 오늘 말린 이 삼치가 친구의 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길 바란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