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너를 기다리게 돼

에세이

by 이재 다시 원


끝이 보이는 사랑일수록, 새벽이 더 깊어진다


도시에 어두운 장막이 내려앉는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나는 창문 너머를 바라본다. 희미한 가로등빛이 골목을 적시고, 약간 서늘하면서도 끈적한 여름밤의 공기에 생각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이상하게도 이런 밤이면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잠든 너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망설이다가, 차갑게 식은 공기를 견디며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아무 이유 없이 네 미소가 떠오르고, 눈물이 고인다.

웃을 때 살짝 패이던 보조개, 거칠게 굳어 있던 손등,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을 때면 오히려 차분해지던 그 말투까지.

모두 내게 선명하게 남아 더욱 아프다.


나는 기다릴 수 있다. 지금까지 너를 기다려온 만큼, 앞으로도 더. 그런데 마음 깊은 곳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속삭인다.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우리가 서로를 겨우 붙잡고 있는 사이라는 걸 알려주듯, 나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손끝이 조금만 풀려도 흩어져버릴 듯 아슬아슬한 사이라는 걸, 그 순간 나는 조용히 무너져내렸다.


열린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한층 서늘해진 새벽의 공기에 마음 또한 무겁게 가라앉는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너를 향한다. 그 마음이 나를 더 힘들게 하더라도.


조금씩 해가 밝아오고, 새벽이 끝나면 아침이 오듯, 언젠가는 이 모든 것도 끝날 수 있겠지. 그래도 괜찮다. 그 모든 순간이 너였으니까.


다가올 끝을 알면서도, 나는 오늘도 너를 사랑한 채로 밤을 지새운다.


(사진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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