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숨은 쉰다

에세이

by 이재 다시 원


다 괜찮아. 지금은 그냥 숨 쉬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는 거니까


요즘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임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숨이 턱 하고 막힌다. 하고 싶은 건 없는데 해야 할 일은 많다. 비교되는 얼굴들이 사방에서 나를 압박한다. 그럴때면 불안이 손끝까지 올라와 미세하게 떨린다. 이뤄둔 것 하나 없이 든 나이가 허무하게 느껴진다. 세상이 한꺼번에 나를 밀어붙이는 압도감 속에서, 나는 그저 떠밀려 간다.


네 행동에 네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어릴 적부터 들었던 것 같다. 그땐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는데. 어느새 내 인생을 내가 책임져야 하는 나이라니. 책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왜 모든 사람은 나에게 '네 몫'을 다하라고 말하는 걸까. 내 몫이 대체 뭘까.


어렸을 때의 나는 꿈 많고 웃음 많은 아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흐릿하다.

현실은 나를 흐린 회색의 인간으로 만들었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랐던 마지막 순간이 언제였을까. 이제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밤늦게 먹는 치킨과 8시간 이상의 숙면 뿐이다. 이런 걸 바라려고 어른이 된 건 아니었는데.


부모님께 용돈을 받기 어려운 나이가 됐다. 이제는 내가 용돈을 드려야 하는 나이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 둘 취업에 성공한다. 나는 아직 몸 둘 곳도 없는데. 그럴 때면 부모님은 신뢰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시고는 하는 것이다. 감사함보다는 무거움으로 다가오는 그런 눈빛. 그 눈빛이, 가끔은 지독하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

나만 빼고 전부.


그런데도, 가만히 생각하면 모든 게 헛되진 않았다. 방황하던 시절은 내게 경험이 되었고, 내 노력은 어디선가 쓰일 자산이 되었다. 뭐든, 하면 되는 거였는데.


그러니까, 하면 뭐라도 된다. 근데,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좋다. 쉬어도 괜찮다. 이것저것 해봐도 괜찮다. 청춘은 그러라고 있는 거니까. 젊음은 경험해보라고 있는 거니까.


그러니 제발, 너 자신을 미워하지 마라.


청춘은 완벽해서 빛나는 게 아니다. 버티면서도 웃을 수 있기에 빛난다.

오늘도 숨 쉬는 너.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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