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람은 변한다. 그러나 변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기다렸고, 끝내 놓아주었다.
끝을 알면서도 사랑했던 그 시간,
그건 무모했지만, 내게 가장 용기 있었던 선택이었다.
끝을 안다고 사랑이 가벼워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끝을 품고 사랑할 때,
우리는 가장 단단하고 부드러워진다.
사랑은 언뜻 보면 둘이 함께 걷는 길 같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면 먼저 혼자 설 수 있어야 한다. 홀로 서기는 단순한 독립이 아니다. 주변의 사람들은 나를 지탱하지 않는다. 내 마음의 무게를 내가 오롯이 감당하는 것, 그게 홀로 서기다.
모든 만남은 끝을 품고 있다. 사랑하면서도 오래가지 못하겠구나, 하는 예감은 종종 관계 속에 그림자처럼 드리운다. 이어가고 싶었지만, 이어가고 싶지 않은 마음.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나는 종종 그 사람과의 끝을 상상했다. 그때 이미 나는 언젠가 이 사람이 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건 확신이었을까, 오만이었을까. 사람은 실수하고, 실망시키고, 변한다. 그러나 변하지도 않는다. 변화를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데, 그만한 마음이 우리 둘 중 누구에게도 없었음을, 난 깊이 통탄한다.
나는 한때 기다렸다. 그 사람이 변하기를, 우리 관계가 나아지기를. 그러나 기다림은 변화를 데려오지 않았다. 결국 기다림은 헤어짐으로 끝이 났고, 나는 처음에 기다린 그 시간을 후회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 시간 동안 나 또한 성장했고,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홀로 서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관계 속에서 내 마음은 자주 모순적이었다. 누군가 다가오면 버림받을까 두려워 거리를 두면서도, 멀어지려고 하면 그 나름대로 무서웠다. 나는 이런 나를 혼란형 애착을 가진 사람으로 이해하고 그 양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애써왔다.
붙잡고 싶던 사람을 놓아준 적이 있다. 그건 나의 선택이었다.
삶은 내가 선택하지 않으면 대신 선택을 해주고, 그 방향은 내가 선택한 결과보다 항상 부정적이다.
나는 그 믿음 때문에 먼저 손을 놓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것이 선택이 아니라 포기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끝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건 무모한 용기다. 사랑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온전한 나를 아는 것이 먼저다. 나조차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얼마나 오만한 것인가. 다 알 수는 없어도, 나부터 알고 돌아보고, 그 다음에야 상대를 존중할 수 있음을.
홀로 서 있는 두 사람이 만나는 사랑은, 서로를 채우려는 사랑이 아니다. 이미 채워진 것을 나누는 사랑이다. 그 사랑은 기다림과 이별, 두려움과 놓아줌을 거쳐야만 도달할 수 있다. 끝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에게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
(사진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