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날 구원하지 않는다

에세이

by 이재 다시 원


사랑은 곪아가는 상처였다. 언젠가 터져버릴 것을 알면서도 나는 끝까지 그것을 붙들었다. 불가능하기에 가능한 것, 그것이 사랑이었다.
너는 나를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너와 함께한 순간, 나의 심장은 분명 살아 있었다. 그 사실 하나면, 모든 고통이 충분했다.


사랑은 곪아가는 상처다. 손바닥 안에서 서서히 덩어리를 키우는 상처. 우리는 언젠가 그것이 스스로 터져버릴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붙든다. 끝이 예정된 관계를 왜 시작하느냐는 질문은, 불 속으로 날아드는 나방을 보며 던지는 질문과도 같다. 답은 단순하다. 그 불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그 순간이 너무 찬란하게 밝고 따뜻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 불가능성 때문에 사랑은 역설적으로 가능해진다. 만약 사랑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결코 그 불 속에 몸을 던지지 않았을 것이다. 삶이 유한하듯, 관계도 유한하고, 시간은 흐르며, 사람은 변하고, 누군가는 떠난다. 그럼에도 그 찰나의 순간은 우리의 전부가 되고, 우리는 그 순간을 붙잡기 위해 기꺼이 상처를 감내한다.


헤어지던 날의 공기를 나는 아직 기억한다. 낡은 카페 창밖으로는 늦겨울의 빛이 기울어 있었다. 눈부심에 눈을 깜빡이는데 네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테이블 위에는 식어버린 잔과 우리가 끝내 마주하지 못한 눈빛이 놓여 있었다. 너는 식어버린 커피가 싫다고 말했었지.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나를 안다고 말하던 너는, 끝내 나를 몰랐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나 역시 너를 몰랐다는 것을. 그 사실이 이상하리만큼 서늘한 안도감과 함께 나를 무너뜨렸다.


나는 너를 모른다. 너도 나를 모른다. 행복과 사랑을 모른 채 살아가길 바랐지만, 이제는 너를 안다. 그러니 알아버린 것들이 나를 괴롭힌다. 그리고 나는 불현듯이 깨닫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감각조차, 어쩌면 영원한 루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을 한다. 유성이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것처럼, 끝을 예감하면서도 서로를 붙든다. 불가능하다는 이유가 있기에 가능한 것. 그것이 사랑이다. 상처와 파국을 내다보면서도, 그 찰나의 빛을 향해 몸을 던지는 것. 그 찰나는 우리가 사랑을 시작하는 유일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은 나를 구한 적이 없지만, 나를 살아 있게 했다는 것을.

(사진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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