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라, 그리고 떠나지 마라

에세이

by 이재 다시 원


사랑이 떠난 뒤에도 감정이 남아 이별의 문을 가로막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미울 수밖에. 그래서 또 보고 싶을 수밖에... 떠나라, 그리고... 제발 떠나지 마라


사랑이 떠난 뒤에도 남은 감정은 끝내 이별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미울 수밖에, 그래서 또 보고 싶을 수밖에. 미움 속에 그리움이, 그리움 속에 미움이 스며 있다. 이별은 늘 그 사이에서 길을 잃게 만든다.


입술은 떠나라고 내뱉지만, 심장은 떠나지 말라고 움켜쥔다. 말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미래로 나아가고, 마음은 여전히 어제에 발목을 붙잡힌다.


사랑이 식었다는 건 인정할 수 있다.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이 남긴 온기를 버리는 일은 도무지 쉽지 않다. 습관처럼 맞잡던 손의 감촉, 눈을 감으면 선명해지는 얼굴,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던 하루의 인사가 아직도 몸과 마음 구석에 숨쉬고 있다.


나는 이제 안다. 떠나라는 말이 꼭 끝을 원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그건 상처를 덜 받고 싶기에, 마지막까지 체면을 지키려는 서툰 애원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