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서 사랑을 가져가 줘요

에세이

by 이재 다시 원


사랑이 끝나도 무대는 여전히 남아있다. 조명이 꺼진 무대 위에서 나는 혼자 대사를 잃고 서 있기만 한다.
사랑의 크기 만큼 그림자는 길어졌고,
그 그림자 속에서 나는 나를 애도했다.


사랑에 빠지면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된다. 하루의 무대 위에 세상의 조연들은 멀어지고, 오직 두 사람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빛이 더 이상 나를 비추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이 온다. 나는 여전히 당신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있는데, 당신은 이미 다른 장면에 서 있는 듯한 느낌.


주인공의 자리를 빼앗긴 나는 그저 지나가는 인물이 된다. 대사를 잃고 혼자 무대에 남아 있었다. 관객도, 박수도, 당신도 없는 그 자리에.


분명 사랑 속에서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아침이 되면 제일 먼저 내 연락을 확인하던 당신. 친구와 함께 있다가도 내 전화 한 통에 밖으로 나와 받던 당신. 그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된 것 같았고, 너와 내가 이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웃음이 옅어지고, 마음이 희미해지고, 나를 향하던 생각의 방향이 조금씩 다른 곳을 향할 때. 나는 점점 조연으로 밀려났다.


이별은 그렇게 시작됐다. 사랑이 컸던 만큼 공허도 깊게 패인 구덩이가 되었다. 함께했던 웃음과 말투, 사소한 버릇들까지 온통 내 일상에 스며들어 그 흔적들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사랑을 다 가져가 달라. 너를 잊는 일이라 해도. 나를 통째로 가져가는 일이라 하더라도.


내가 한 모금의 물만 가볍게 마셨더라면, 목마름만이 쉽게 가시고 말았을까. 하지만 나는 너라는 해수를 들이켰다. 그리고 이별은, 내게서 그 바다를 송두리째 앗아갔다. 텅 빈 심장은 여전히 너라는 파도의 소리를 기억한다.


사랑의 크기만큼 이별의 그림자도 길어진다. 그 그림자 속에서 나는 여전히 너라는 주인공을 비추고 있다.


이제는 홀로 남은 무대 위. 누군가의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나 혼자만의 이야기에 조명을 켠다. 다시 나를 중심에 두는 법을 배워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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