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낸 뒤에도 놓지 못하는 마음에 대하여

에세이

by 이재 다시 원


널 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 말 속엔, 날 버리지 말라는 애원이 숨어 있었다.
무덤이 될 수 없는 사람을 무덤처럼 믿었던 날들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널 버리고 싶다. 이 기다림을 벗고 싶다. 이 말이 이렇게 내 심장을 찌를 줄은 몰랐다. 나에게 '버리고 싶다'는 건 사실 '날 버리지 마'라는 역설이었다. 버리고 싶다고 수없이 다짐했지만, 끝내 너에 대한 마음을 버리지는 못했다. 그 마음을 놓지 못한 건, 그만큼 너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문간에 앉아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한없이 기대하면서도, 한없이 애타는 마음. 너를 기다리던 여름밤의 공기는 살짝 끈적하면서도 서늘했다. 낮 동안 달궈진 골목길의 돌바닥이 남긴 열기, 멀리서 불어오는 풀잎과 먼지 섞인 바람, 간헐적으로 스치는 담배 연기와 희미한 꽃향기. 그 모든 것이, 네가 올 것만 같은 착각을 부추겼다.


너는 돈도 따듯함도 없는 사람이었다. 영원히 묻혀 있을 수도 없는, 무덤 같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너를 사랑했다. 사랑이란 어쩌면, 무덤이 될 수 없는 사람을 무덤처럼 믿는 일일지도 모른다.


떠나보내는 일보다 어려운 건, 떠나간 뒤에도 붙잡혀 있는 마음을 버리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그 마음을 문간에 내려놓고 앉아, 돌아오지 않을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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