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은 허상이라지만

에세이

by 이재 다시 원


영원은 허상이라지만, 너와 웃던 순간만큼은 영원히 반복되어도 괜찮았다.


끝이라는 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확고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머리는 헤어질 수 밖에 없다며 우리의 끝을 바라보지만, 가슴은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모른 척 붙잡혀주길 바라고, 모른 척 다시 손을 내밀고 싶어 한다. 그게 수렁인 걸 알면서도 다시 걸어들어가고 싶다고,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헤어지기 전에는 불행한 기억들만 겹겹이 쌓여 숨이 막혔다. 하지만 막상 끝내고 나니 행복했던 순간들이 나를 둘러싼다. 웃음과 설렘, 눈빛과 손길이 무자비할정도로 잔인하게 되살아난다. 너가 말했듯이 기억은 정말 미화되는 걸까. 나는 그보다 그 모든 순간이 정말로 빛났다고 말하고 싶다.


영원은 없다는 걸 안다. 영원이란 말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너와 나는 예외일 거라 믿었고, 믿고 싶었다. 그 믿음으로 하루를 견뎠고, 그 믿음이 무너진 지금 이루말할 수 없는 허망함에 시달린다. 너 하나 없어진 것 뿐인데 모든 게 무너진 것 같다. 너가 내 전부였어서 더욱 그렇다.


니체는 모든 순간이 무한히 반복된다고 했다. 영원회귀.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너와 웃었던 그 순간도, 다투고 울었던 그 새벽도, 다시 반복될 뿐일까. 나는 그 되풀이를, 기억의 되새김질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 아마 그 모든 걸 다시 살아내더라도 좋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끝을 알아도 다시 반복하고 싶을 만큼, 그만큼 너와의 시간은 내게 영원히 반복하고 싶은 삶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루를 살아야 할까.

내가 어떻게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너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질문은 끊임없이 흘러나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오늘은, 이 끝 앞에서 무너지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밖에. 언젠가 이 무너짐마저도 영원히 반복되는 내 삶 속에서 나를 증명하는 한 조각으로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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