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등 달기 분투기
집이 년식이 오래되다 보니 손 볼 곳이 자꾸 생긴다. 한 4년여 베란다 창틀부터 시작해서 작은 방 확장하기, 몰딩교체 및 도배, 현관 샤시설치 등 공사를 꾸준히 해왔다. 이번에 새로 리모델링 한 대구 처제집 행사에 가서 보니 천정등만 바뀌어도 잡이 새롭게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심하고 느린 성격이지만 일단 무엇이든 생각나면 비교적 빨리 해치우는 타입이라 귀가해서 천정등을 쿠팡으로 주문했다. 주말이어도 하루만에 배송된다. 좋은 세상이다.
기존에 달려있던 25와트 램프를 양쪽으로 끼우는 등, 전에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등으로 왠지 옛날 냄새가 난다. 방 4개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이때까지만도 의기양양~~ 원래 이런거 만지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차단기를 내리고 기존등을 떼어냈다. 전선만 분리하고 고정한 지지대를 풀어냈다. 새로 사온 등의 지지대를 피스고정하고 엘이디 등프레임을 끼우고 전선만 연결하면 되는 쉬운 작업이다.
버트 이게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지지대를 고정하려 피스를 박으면 그냥 맥없이 박히고 헛돌다 그냥 빠져 버린다. 석고보드 천정이기 때문이다. 보드판을 고정한 목재_상이라고 부른다_를 찾아 피스를 박아야 하는데 이 목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벽에서 45cm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는데 이거 일일히 재가며 확인할 수도 없고, 또 누구는 강력한 마그네틱 자석을 붙여보아 천정에 붙으면 그곳이 목재를 피스로 고정한 곳이라 하여 자석을 찾아 여기저기 붙여보니 착 붙는 곳이 있었다.
심기일전하여 자석붙은 곳을 중심으로 다시 고정지지대를 피스로 박아 보았다. 보드는 쉽게 뚫리는데 그후로 쇠소리가 요란하고 드릴이 헛돈다. 손으로 손전등 비치며 천정 안을 살펴보니 우리집 상은 목재가 아닌 철재였다. 슬슬 맨붕이 오기 시작한다. 집사람은 괜히 사람 다치는거 아닌가 싶은지 업자에 맞기자고 투덜대고... 사실 요즘 눈 콘디션이 안좋아 괜히 작업하다 의자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스친다. 음~ 잠시 소강기를 갖은 후 다시 검색, 석고보드에 피스를 박는 석고보드'앙카'라는 피스가 있었다. 개당 250원 10개를 구입하다. 배송비가 3,000원. 업자에게 맡기면 최소 십만원은 부를 것 같았다. 요즘 사람 부르면 그냥 십만원이다. 사람은 다 먹고 살기 마련이라지만 이건 좀 아깝지 않은가??
머리 큰 나사가 아연으로 만든 앙카인데 길이 약 2.5cm에 머리부분이 1.3cm, 이것을 먼저 석고보드에 박아 고정시키고 머리부분의 십자에 작은 피스를 박아 지지대를 고정시킨다. 이 일만 끝나면 90%는 작업끝이다.
다행히 윗집도 공사중이라 시간을 맞추어 시간 반만에 등 4개를 교체했다.
교체한 등 모습, 생각만큼 멋있는거 같지는 않은듯. 그래도 한 건 했다. 내친김에 외벽쪽 단열벽지가 오래되 색이 칙칙하고 단열성능도 떨어지는 것 같아 교체했다. 10m 짜리 2개 사서 방 3곳을 한쪽 면 정도 외벽에 맞닿은 부분을 중심으로 포인트 처리했다. 이 작업은 벽돌을 잘 맞추어 붙여야 하고 접착제 묻은 비닐을 떼어낼 때 조심해야 끈적이가 바닥이나 가구에 묻지 않는다.
떼어낸 등은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 당근처리 했더니 순식간에 6명의 톡이 날아와 첫번째 타자한테 나눔 처리했다. 안쓰는 물건을 당근으로 많이 분양 하는 편인데 한 번은 미니탈수기를 강동구 거여동에서 오신 분이 가져갔다. 돈이 흔하다지만 정말 알뜰살뜰하게 사는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