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제목이 좀 거창한데 유대교의 경전이던 토라를 기초로 만들어진 구약성서에 대한 배철현교수의 해설집이다.
2015년 12월 초판발행으로 2019년 9월 11쇄를 찍었다. 무려 500쪽이 넘는 책인데 영혼이 갈급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일게다. 배교수의 전공은 고전 문헌학, 그것도 생소한 셈족어, 히브리어, 아람어 그리스어 등 고대언어다. 이 책과 후속편인 '인간의 위대한 질문'_신약성서의 내용_은 새롭게 밝혀지는 성서의 원본들을 비교분석해 우리가 알고 있는 성서의 내용보다 좀더 근원적인 해석으로 새롭게 기독교의 본질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을 생각해 보게 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신_하나님_의 질문과 그에 부수된 말씀, 선지자들의 행동을 중심으로 신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믿음,그리고 참 신앙인의 자세 같은 것을 권면하고 있다. 더하여 고전 명작이나 성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해석을 덧붙여 성서의 내용에 깃들어 있는 은유와 상징들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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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구약성경 속에 나타나는 신의 질문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신이 에덴동산의 아담에게 묻는다: '네가 어디에 있느냐?'
이 질문은 모든 인류에게 신이 묻는 첫번째 질문이자 예수가 그랫듯이 거꾸로 인간이 신에게 외치는 질문이다. 이는 당신이 꼭 이루어야 할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또 그것을 위해 지금 어디까지 왔는가?를 삶속에서 방황하는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주께서 가인에게 묻는다: '너의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
이 질문은 바로 '인간은 누구인가?'의 질문이다.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내 존재 뿐만이 아니라 주위사람 모두가 중요하다. '인간'이란 말 자체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속에 사람의 본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 안에서 불행을 겪는 모든이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삶이어야 한다.
- 그분이 야곱에게 물었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야곱이 광야에서 돌베게를 베고 자다 꾼 꿈에서 본 천상으로 이어지는 사다리_술람_는 '땅과 하늘이 하나'라는 메타포다.우리가 영적단계로 진입하는 기반은 우리가 처해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재인식이다. 자기애, 이기심 을 깨뜨리고 새로운 자아로 거듭나야 신이 계신 장소(베델)을 볼 수 있다. 술람의 끝은 하늘을 향해 있어 볼 수 없지만 반대편 끝은 지상에 박혀 있다. 우리는 매일 이 계단을 한 걸음씩 올라가야 한다.
- 주께서 모세에게 물었다: '네가 손에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
당신의 이름이 무엇이냐는 모세의 질문에 신은 '나는 존재하는 그분이다(기원전 3세기 그리스 번역)라 답했고 기원후 4세기 라틴어 번역에서는 '나는 존재하는 그 존재다'로 표현했다. 신은 다른 존재 내의 개념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존재다. 그 자체로만 정의 되는 존재, 즉 현상과 실체가 일치하는 존재, 현실과 이상이 동일한 존재이다. 이는 '진흙 한 줌과 진흙으로 만든 만물의 차이는 이름뿐이다'는 비유와 '결과는 원인이다' 라는 아리송한 말로 대신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즉, 온 우주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선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나는 나 자신이다'는 '내가 바로 그것이다'와 같은 말이다. 내가 탐구하고 추구해야 할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뭔가 좀 냄새가 나지 않는가? 신이 모세에게 준 최고의 가르침은 '네가 서 있는 그곳(히브리어로 마콤)'이 바로 천상의 장소, 신과 만나는 장소라는 것이다. 바로 일상의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삶의 현장이다.
-신은 아모스에게 묻는다: '네가 무엇을 보느냐?'
아모스는 사회의 약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정의라고 말한다. 정의는 나의 입장에서 옳은 것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의 입장, 나아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사회의도덕적 기초와 희망은 자비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 무엇이 선한 것인가?
미가서에 의하면 '신이 원하는 것은 善이다'. 선이란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느끼기에 좋은 것이다. 그 기준이 절대적으로 상대방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선을 실천하는 세가지 방안은 정의를 실천하며, 인자를 사랑하고, 겸손히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다. 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삶은 바로 '선함'이다. 그 선함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역지사지하려는 마음가짐,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들의 희로애락을 자기 자신의 일로 온전히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일이다.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 던진 메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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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
종교의 본질은 무엇인가?
종교는 흔히 신념체계라고 잘못 알려져 있다. 종교에서는 무엇을 믿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서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습득된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에게 드러나는 것이다. '믿는다(believe)'의 의미는 '삶에 있어서 자신에게소중한 것들을 찾아 우선 순위를 매기고 그것을 충실하게 지키는 삶'이다. 우리의 삶을 신나게 만드는 원동력은 개별 종교가 만든 교리에 있지 않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경외심과 숭고함에 있다. 개별 종교는 각기 다른 역사적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발전해왔기 때문에 그 가치와 지향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보편성과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내용은 진리가 아니라 가정이나 공리일뿐이다.
세상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놀라움과 신비로 가득차 있다. 삶의 지혜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익숙한 것을 덜 익숙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며, 덜 익숙한 것들을 익숙하게 만드는 노력이기도 하다. 삼라만상을 통해 인간에게 말을 거는 신은 우리의 양심에 호소한다. 그 목소리는 바로 우리의 심연에 숨어 있는 '섬세한 침묵의 소리'다.
경전은 아인슈타인이 말한 경외심을 담은 책이다. 먼 옛날,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경험한 인간들이 자신의 삶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킨 아름다움과 숭고함에 관한 이야기다. 성서에 등장하는 신의 위대한 질문들은 우리와 우주 안에 숨어 있는 숭고함을 일깨워 준다. 인간은 우주와 사람 안에 숨겨진 그 경외심을 찾아가는 순례자와 같은 존재이며 그 다양한 순례길이 바로 종교일 것이다.
에머슨은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신이다'라고 선언한다. 인간의 의무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직하고 완벽한 인간, 즉 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모습과 일치하기 위해 연습하는 일이다. 그러한 연습은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는 말한다. "당신은 인생에서 추구할 그 무언가를 발견했습니까? 그렇다면 , 다른 사람들의 견해나 소문에 의지하지 말고 당신 마음 속에 있는 당신만의 우주를 찾으십시요 그 우주는 우리 주위에서 우리의 관찰을 기다리는 자연, 특히 하늘의 별, 산, 강, 나무, 시냇가, 강아지, 아이의 얼굴,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습니다. 남들이 다 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당신만의 산과 강을 찾아 인내를 가지고 관찰하십시요"
저 멀리서 미소짓는 아인슈타인과 스피노자가 보이고 미스반 데어 로에가 'God is in details'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