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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만다 Oct 22. 2023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

에필로그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 나는 만나는 친구들마다 가족 여행 썰을 풀며 말했다. "너희는 절대 가족여행 해외로 가지 마. 아니, 가더라도 유럽은 절대 가지 마."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랬다. '가족 여행을 유럽으로 가는 사람이 어디 있냐'거나 '가더라도 패키지여행을 가지 자유여행으로 가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식이었다. 그중에서도 좀 재미있는 반응도 있었는데, 바로 아빠와 동생의 갈등을 듣곤 양쪽으로 갈라진 친구들의 입장이었다. 아빠 입장을 좀 더 지지하는 파(?)와 동생의 입장을 공감하는 친구들로 나뉘었는데, 양쪽 다 들어보니 둘 다 일리가 있어 나조차도 어느 쪽 손을 들어주기가 퍽 곤란했다. 



여행을 다녀오고 한참 지나서 문득 그때 생각이 났다.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첫날이었다. 원래는 잠깐 방에서 쉬다가 나와 야경을 보러 나가자고 했는데, 깊게 잠들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그런 날이었다. 7시였을까, 8시였을까, 잠을 자다가 잠깐 잠에서 깼는데 닫힌 문틈 사이로 노란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아주 작게 뉴스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 아빠였던 것 같다. 아마도 우리가 깨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서울에서 부다페스트로 이동하는 길 엄마, 아빠 수발에 지쳤던 나는 방문 밑으로 들어오는 노란 불빛을 애써 무시하고 눈을 꽉 감은 채 잠을 청했었다. 왜 이 순간이 기억이 나는지, 이유를 알 것도, 모를 것도 같았다.



이번 여행을 쭉 글로 정리하면서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답답하게 느껴졌던 엄마, 아빠의 행동들, 화가 나기도 했던 동생의 말까지, 그땐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8개의 에피소드로 소개한 꿀팁들 중에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것들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1. 형제, 재매가 있다면 여행 계획은 혼자 하지 말고 같이 할 것. 여행 리드도 혼자 하지 말고 함께 할 것.

원래라면 동생과 여행 계획을 같이 짜고, 여행을 갔을 때도 번갈아 가며 리드를 했을 텐데, 내가 백수라는 이유로 너무 큰 십자가를 졌었다. 그게 나도 힘들고 동생도 힘들게 했던 가장 큰 장본인이었다. 동생이 여행을 계획했다면 본인의 취향도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이면서 본인 스스로도 재미를 찾았을 것이다. 



2. 기차보다는 자동차를 렌트해서 여행할 것.

남편과 연애할 때, 2주 동안 스페인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 자동차를 렌트해 여행했는데, 생각보다 운전하는 스트레스가 있었고 주차를 할 공간을 찾느라 고생을 해 이번 가족 여행에선 100% 기차로 움직였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한 것이 있었다. 부모님들은 기차보다는 차가 익숙하고 또, 기차역에서 숙소를 왔다 갔다 하는 데에서 체력을 많이 쓴다는 것이었다. 다음번에 여행을 간다면, 아니 우리 가족은 절대 두 번 다시 여행 가지 않을 테니, 여러분들은 꼭 기차 대신 자동차를 이용하시기를.



3. 긴 여행보다는 3박 4일이 최고.

본가에 내려가면 반가운 마음에 눈물이 찔끔 나올 것도 같은데, 얼마 못 가 짐 싸서 다시 서울로 올라오고 싶은 마음이 든 나였다. 그걸 잊고 자그마치 8박 11일 여행을 간 내가 바보, 멍청이였다.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3박 4일을 넘기지 마시길. 그랬다간 오랜만에 발견하는 부모님의 새로운 모습, 아니 원래 알던 그 모습에 당장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4. 정신 건강을 위해 가끔은 호텔로.

한식을 해 먹기 위해 에어 비앤비를 추천했지만, 부모님과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게 필요할 때가 있다. 그때를 위해서 호텔에 숙소를 잡는 것도 좋은 방법. 호텔은 한 방에 최대 3인 숙박이 가능한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5. 가족 여행으로 유럽은 절대 가지 마시길.

가시더라도 패키지로 가시길. 이미 현명한 분들은 가족 여행을 자유 여행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으시겠지만, 나처럼 잘못된 용기를 갖고 도전하려고 마음먹은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내 짧은 여행기를 보고 그 꿈은 고이 접어 두시길, 그리고 가시더라도 패키지로 가시길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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